[천자 칼럼] '승리호'와 '미나리'

입력 2021-02-08 17:51   수정 2021-02-09 00:20

연초부터 세계시장에서 ‘K스토리’ 기세가 심상찮다. 영화 ‘미나리’가 미국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르더니, 한국 최초 우주SF영화 ‘승리호’가 넷플릭스 독점 개봉(5일) 후 이틀 연속 ‘최다 스트리밍 영화 1위’에 등극했다. 190여 개국에서 공개됐는데, 프랑스 덴마크 벨기에 핀란드 칠레 등에서 1위, 일본 3위, 미국에선 5위에 올랐다. 2092년 우주에 인류의 새 보금자리를 개척한다는 설정 속에서 태극기와 ‘승리호’란 한글이 우주선 몸체에 선명하게 새겨진 영화에 세계인의 시선이 쏠린 것이다.

1980년대 미국 아칸소주에서 농사짓는 한국 이민자 가족을 그린 ‘미나리’는 작년 ‘기생충’에 이어 또 한번 골든글로브상과 아카데미상 수상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이 영화는 각종 해외 영화제에서 59관왕 수상 기록을 이어오고 있다.

두 영화는 전혀 다른 소재만큼이나 제작·유통방식도 판이하다. 작년 극장 개봉을 목표로 했던 ‘승리호’는 코로나 탓에 넷플릭스 개봉으로 전략을 180도 틀었다. 이를 두고 조성희 감독은 “아쉬움은 없고,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했다. 극장개봉 불발이 오히려 세계 동시공개로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적극적 소셜네트워크 소통 전략에서 시작된 K컬처의 경쟁력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콘텐츠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미나리’는 오는 12일 미국, 내달 3일 한국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전통방식을 따르지만, ‘K스토리’라는 세계적 문화현상에 누구나 공감할 소수자들의 애환을 녹였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74세 배우 윤여정이 “미나리는 잡초처럼 막 자라니까 누구든지 뽑아 먹을 수 있어.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세계인의 공감을 끌어낸다. BTS·블랙핑크 등 K팝, 기생충·킹덤(넷플릭스 콘텐츠)에 이어 ‘미나리’가 “세계 시청자들에게 아직은 노출도가 적은 한국이라는 미지의 공간을 훌륭하게 그려냈다”는 평을 듣는다.

극장 개봉을 고집한 게 예상 밖 효과를 볼 수도 있다. 미국 감독과 자본이 만든 ‘미국 영화’임에도 한국어 대사가 많다는 이유로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 부문으로 한정됐지만, 이에 대한 반성으로 아카데미에선 더 큰 상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팬데믹과 경제위기 속에서도 K콘텐츠가 미나리처럼 세계 어디서나 번성하길 기대한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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