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대해부…'공간의 한계'를 넘는다 [한경 조일훈 편집국장 뉴스레터]

입력 2021-02-08 08:17   수정 2021-02-08 08:32

세계사 교과서에 소개되는 산업혁명의 시초는 면직물을 만드는 방적기계들의 출현입니다. 하지만 기계화·공업화의 진정한 출발선은 철도혁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과 물자의 정확하고도 빠른 이동을 제도화하고 레일의 확장에 맞게 생산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한 국가가 근대적이냐, 전근대적이냐를 가름하는 중요한 잣대가 철도였던 이유입니다.

인류의 교통혁명은 철도-자동차-항공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철도는 근거리와 장거리에 모두 작동하지만 일정 궤도를 따라가야 하는 제약이 있었습니다. 정거장을 고정시켜야 하고 레일을 까는 데 시간도 많이 걸렸습니다. 이 한계를 극복한 것이 자동차였습니다. 자동차는 근거리와 중거리에 모두 강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기동성과 자유로움에서 철도를 압도했습니다.

자동차 대중화는 인류 생활에 철도와 비교도 안 될 정도의 파급효과를 몰고 왔습니다. 철도로는 절대 달성할 수 없는 육상 수송체계를 완성했습니다. 기차에서 내렸는데 자동차가 없다면 다음 목적지로 이동할 길이 없기 때문이죠. 자동차의 진정한 가치는 자유입니다. 옛날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차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환호하는 장면이 대표적 상징입니다.

마이카 시대가 모텔 여행 레저 콘돔 등의 산업을 발전시켰다는 사실도 자동차가 지닌 자유의 가치를 충분히 설명해줍니다. 초기 자동차는 젊은 연인들이 야산이나 방앗간 데이트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였습니다. 완고한 동네 어른들과 마주치지 않아도 됐고요. 모텔이라는 단어도 원래 ‘자동차 운전자(motorist)’와 ‘호텔(hotel)’의 결합으로 생겨난 것입니다.

자동차의 치명적 약점은 장거리입니다. 말이나 기차보다 훨씬 빠르고 오랫동안 달려갈 수 있지만 대륙과 대륙 간 이동에는 소용이 없습니다. 과거 유럽에서 미국으로 가는 유일한 방편은 선박이었습니다. 한 달씩 걸려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한계를 극복한 항공기가 나타나기까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은 아닙니다.

항공기는 인류의 미개척지로 남아 있던 하늘을 교통의 축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땅과 물을 기반으로 하는 교통수단과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항공기는 물리학이 허용하는 부양에 추동력을 장착한 기계입니다. 이 기계가 하늘로 뜨는 순간 항공산업의 지구촌 파급효과는 자동차를 압도하고도 남았습니다. 인류는 허공이라는 무한대의 자원을 향유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테슬라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야 할 듯합니다. 오늘은 ‘테슬라 대해부’라는 특별 기획을 A1, 4, 5면에 실었습니다. 세계적 혁신기업으로 정평이 나 있고, 전기자동차와 우주산업 혁명을 주도하고 있으며, 가파른 주가 상승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기업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테슬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어떤 기업이라고 규정지을 수 있을까요. 별로 자신이 없습니다.

기업 활동이나 일론 머스크 CEO에 대한 소식과 정보는 넘쳐나지만 이것들을 의미있게 연결하고 종합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클릭 한 번으로 주식을 사고팔 수는 있지만 테슬라라는 혁신기업의 실체에 접근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동안 국내 언론들의 관심도 단편적인 것들에 치우친 게 사실이고요.

테슬라에 대한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사실 테슬라만 궁금한 것이 아닙니다. 우주산업의 꿈을 키우고 있는 스페이스X도 테슬라와 동일한 기업 유전자를 갖고 있습니다. 이들의 꿈은 너무 커서 비현실적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무모한 도전을 멈추지 않습니다. 이들을 응원하는 주식투자자들의 기대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그래도 주가는 계속 오릅니다.

그래서 우리의 첫 질문은 ‘테슬라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 기업이냐’입니다. 머스크의 꿈과 도전을 가능하게 한 에너지의 원천은 무엇일까요. 기술 진보와 신시장 창출에 대해 끊임없이 제기되는 회의감을 어떻게 극복해 왔을까요. 다음 질문은 경영기술에 대한 것이 될 겁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동원하고 있는 전략과 자원이 얼마나 혁신적이고 남다른 것이냐’입니다.

궁극적으로 테슬라로 대표되는 신산업은 인류의 경제 활동을 새로운 지평으로 밀어올릴 수 있을까요.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 모바일이라는 거대 생태계를 열어젖힌 것처럼 말입니다. 전기차와 우주로 양분되는 테슬라의 도전은 공간 이용의 효율을 높이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한시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던 교통혁명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테슬라 꿈의 원천은 ‘과학’
전기차의 종착역은 수직이착륙입니다. 가벼운 배터리와 자율주행을 기반으로 도심 허공을 자원화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테슬라만 달려드는 것이 아닙니다. 현대자동차가 작년 CES에서 ‘도심공항모빌리티(UAM)’라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제시한 것이나, 애플이 현대차그룹과 손잡고 새로운 전기차를 개발한다는 것이나, 기아자동차가 사명에서 ‘자동차’를 빼버린 것은 모두 같은 그림으로 봐야 합니다.

가벼운 동체를 활용해 수직이착륙을 하고 자율주행으로 근거리 이동을 가능토록 하는 기술적 기반은 다 갖춰졌습니다. 무엇보다도 테슬라가 전기차 시대를 예상보다 훨씬 빨리 열어젖힌 것이 주효했습니다. 테슬라 덕분에 10년이나 빨라졌다는 배터리 기술은 전기자동차를 개인용 비행체(PAV)로 전환하는 데 결정적 기반을 제공할 전망입니다.

따지고 보면 곤충들이 이미 수억 년 전 체득한 생체역학기술을 기계적으로 구현하는 것일 뿐입니다. 벌의 작은 날개는 하루 수백㎞의 비행을 하면서도 언제든지 수직이착륙이 가능하도록 진화됐습니다. 기존 항공기가 큰 새들의 양력을 기계적으로 활용하는 것처럼 새로운 비행체의 출현도 그 길을 따라갈 것입니다. 벌처럼 자유로운 비행이 임박했습니다.

머스크가 창업 초기 자신의 사업 구상에 대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다”는 반응이 나왔을 때 한 얘기가 있습니다. “상식은 놔두세요. 그저 과학적으로 세상을 보면 훨씬 나은 길이 보일 뿐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우주 사업도 허황된 모험이나 도전이 아닐 겁니다. 철도-자동차-항공기로 이어지는 교통혁명을 무한의 우주 공간으로 확장해보자는 것입니다.

인류 일부를 화성에 이주시키는 게 목표라고 합니다. 수직이착륙기가 도심의 3차원적 공간을 이용하는 것이라면 우주 탐사는 지구 밖의 무한 공간을 인류의 새로운 변경으로 개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어찌 테슬라를 탐구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국제부의 김정은 이고운 선한결 박상용 기자가 15일부터 17일까지 연재하는 시리즈를 통해 독자 여러분에게 새로운 시야를 제공할 것입니다.

조일훈 편집국장 ji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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