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에 관한 '경이로운 소문'…MZ세대 '쪽집게 마케팅'

입력 2021-02-10 11:21   수정 2021-02-10 11:44

편의점 CU가 이달 초 ‘신한생면’을 출시한 건 보험업계 간판 브랜드인 신한생명의 ‘콜라보(협업)’ 요청이 출발점이었다.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 초반 출생한 이들을 통칭하는 용어)에게 쉽게 다가갈 방법을 고민하던 신한생명의 마케팅 담당자들에게 CU의 기발한 브랜드 네이밍(이름짓기) 전략이 눈에 들어왔다. 당시 신한생명의 관심을 끈 상품은 CU가 지난해 말 소상공인을 응원하는 차원에서 중소벤처기업부와 공동으로 내 놓은 ‘희망줄라면’.

편의점 CU가 M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보험, 은행, 증권, 제조, 제약, 패션, 영화, 여행 등에 있는 ‘전국구’ 브랜드들이 잇따라 CU와의 협업을 요청할 정도다.
‘문전성시’, CU 상품기획팀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상품기획팀들은 연달아 들어오는 ‘콜라보’ 요청에 눈코 뜰새없이 바쁘다. 전국 1만5000여 개 CU 매장에 브랜드가 노출되면 MZ세대들로부터 인기를 끈다는 ‘경이로운 소문’ 덕분이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공동으로 상품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모두 받아들일 수는 없어서 편의점 제품에 맞는 지를 보고 협력 요청을 받아들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쳇말로 ‘가려받고 있다’는 얘기다.

CU에 ‘SOS’를 치는 브랜드들은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법한 ‘전국구’들이다. 신한생명, 삼성증권이 CU와 협업해 ‘재미를 봤다’는 말이 나오자 A지주, B생명, C자산운용 등 금융권에서만 3곳이 BGF리테일에 제안서를 넣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금융의 주요 고객이 4050세대 등 중장년층이다보니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들에게 어필하려는 수요가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CU와의 ‘콜라보’를 기다리는 기업들은 산업 전반에 걸쳐 있다. 대형 제약사 3곳을 비롯해 패션 브랜드, 인테리어 업체 등이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해외 관광청 한 곳이 향후 여행 재개를 대비해 공동 상품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이 들어왔다”며 “곧 개봉될 영화 배급사 2곳과도 콜라보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올드 브랜드도 ‘심폐소생’

CU가 M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 플랫폼’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오리지널 브랜드의 재해석’으로 연달아 대박 상품을 내놓으면서부터다.

작년 말 선보인 ‘말표 흑맥주’가 대표적이다. 구두약으로 유명한 말표산업과 제휴해 만든 이색 상품인데, CU 전체 맥주 판매량 순위에서 카스, 테라, 하이네켄 등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지난해 5월 출시된 ‘곰표 밀맥주’는 *일 기준 누적 판매량이 약 150만개에 달한다. 입고되자마자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자 아예 롯데주류가 위탁 생산을 맡기로 했다.

삼육두유 콘은 작년 8월 출시됐을 때 전체 콘 아이스크림 분야에서 단숨에 월드콘에 이어 매출 2위에 올랐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업계에선 삼육두유 콘이 생산 공장만 충분히 확보됐다면 1위를 넘봤을 것이란 말까지 있었다”며 “쟁쟁한 스테디셀러 제품들이 많은 콘 시장에서 신제품이 이토록 각광을 받은 건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마케팅 플랫폼, 편의점
‘올드 보이’의 귀환에 MZ세대들이 이토록 열광하리라고는 BGF리테일조차 예상치 못했다. ‘틈새’라고 생각하고 만든 상품이 ‘대세’가 된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젊은층이 주로 이용하는 편의점(전체 매출 중 20,30대 비중이 54.6%)이라는 공간과 재미와 경험을 중시하고, 다품종 소량생산에 익숙한 MZ세대들의 소비 성향이 결합되면서 전에 없던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라고 진단한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부모 세대에 인기 있던 브랜드가 편의점에 등장하자 젊은 소비자들은 이를 재미있는 스토리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CU의 삼육두유 콜라보 시리즈만 해도 호빵을 비롯해 롤케익, 마카롱, 모나카 등으로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자 MZ세대들로부터 ‘삼육두유 유니버스’, ‘삼육두유 세계관’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CU가 약 1년 간 생산 가능한 공장을 찾아다닌 끝에 지난달 출시한 ‘바둑 초콜릿’은 아예 MZ세대들이 CU에 제조 요청을 하면서 탄생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바둑알 모양의 초콜릿은 2000년대 후반 무렵에 찾는 이들이 없어 단종된 터라 생산 공장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제품은 출시되자마자 1월 한 달간 약 5만 개가 팔려 CU 초콜릿 분야에서 3위에 올랐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최근 SNS에서 가족 간 오목, 알까기 등으로 활용되는 모습이 공유되면서 인기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며 “상품 소개 콘텐츠 댓글에는 해당 상품을 구매하기 위한 원정대를 모집한다는 내용이 달릴 정도”라고 했다. 단종된 브랜드도 살려낸 CU의 ‘마케팅 파워’가 대기업들도 찾아오게 만든 비결인 셈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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