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타는 '1위' 하나투어…이 와중에 사옥도 호텔도 안 팔린다

입력 2021-02-09 15:42   수정 2021-02-09 20:05

여행업계 1위 종합여행사 하나투어가 본사 사옥과 호텔 등 유형자산 처분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달 초 매각이 결정된 서울 종로구 인사동 본사 사옥은 발표 일주일 만인 지난 8일 계약이 전격 취소됐다. 서울 시내 호텔 매각도 신구 경영진 사이 의견이 갈리면서 제 속도를 못내고 있다.

지난해 면세점과 여행사 등 자회사를 처분하는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몸집을 줄인 만큼 "버틸 여력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유지에만 적잖은 비용이 드는 사옥과 호텔 매각이 늦어질수록 "경영난만 더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인사동 하나빌당과 명동 티마크호텔, 인사동 센터마크호텔 등 하나투어가 매물로 내놓은 유형자산은 전체 보유자산(1조76억원)의 20%를 차지한다.
○인사동 본사 사옥 '하나빌딩' 매각 취소
하나투어는 8일 유형자산 처분결정 정정 공시를 통해 "시티코어디엠씨 측과 이달 초 합의한 본사 사옥 매매계약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공시에는 시티코어디엠씨의 계약취소 사유에 대해 "거래상대의 사정에 의한 것"이라고만 명시됐다. 업계에선 건물 지분이 절반 뿐인 '반쪽짜리' 소유권이 발목을 잡은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하나투어는 지난 2일 공시를 통해 인사동 본사 사옥을 940억 원에 시티코어디엠씨 측에 매각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나투어가 보유한 건물 지분 50% 가량을 넘기는 방식으로 예정대로라면 처분 예정일은 오는 6월 30일이었다.

하나투어는 지난 2005년 원래 건물 소유주인 천호기업으로부터 전체 12층 가운데 절반(지상 1~6층)을 275억 원에 사들였다. 2000년 여행사 최초로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하나투어는 2005년 당시 여행업계 최초로 전체 직원 수가 1500명을 넘어서는 등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해 나갔다.

2015년 면세사업에 뛰어든 하나투어는 이듬해인 2016년 본사 사옥 1~6층에 시내면세점을 차렸다. 건물 7~12층 공간은 2500여 명 하나투어 직원이 근무하는 사무실 용도로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시내면세점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4월부터 영업이 중단된 상태로 현재까지 공실로 남아있는 상태다.

하나투어 측은 "당초 시티코어디엠씨와 맺은 사옥 매매계약이 취소됨에 따라 새로운 거래상대를 물색 중"이라며 "새 매수자가 결정되는 즉시 공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 시내 호텔 매각도 지지부진
또다른 매각 대상인 호텔도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호텔사업 자체를 청산할 지 여부를 두고 신구 경영진 사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서다. 현재 내부에선 "주력 분야가 아닌 만큼 호텔사업을 청산해야 한다"는 의견과 "여행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투어가 서울 시내에서 운영 중인 호텔은 명동 티마크호텔, 인사동 센터마크호텔, 남대문시장 인근 티마크그랜드호텔 등 모두 3곳이다. 이 가운데 하나투어가 100% 지분을 보유한 곳은 명동 티마크호텔이 유일하다. 인사동 센터마크호텔은 신영자산개발과 공동 소유로 50% 지분만 갖고 있다. 남대문 티마크 그랜드호텔은 2016년부터 20년간 임대계약을 맺고 운영 중이라 매각 대상이 될 수 없다.

업계에선 하나투어가 현금 확보보다 비용 절감을 위해 호텔 매각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까지 매년 적자폭을 줄여오던 호텔사업은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150억 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다. 주 이용객인 중국과 일본 관광객이 사라진 가운데 호텔사업이 언제 다시 살아날지도 모르는 상황도 매각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하나투어는 2013년 건물을 임대해 운영하던 명동 티마크호텔을 2019년 882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 하나투어는 인수비용의 90%가 넘는 800억 원을 금융기관 대출로 충당했다. 1000억 원 안팎에 호텔을 팔더라도 대출금을 갚고나면 실제 하나투어 수중에 남는 돈은 200억 원에 불과한 셈이다. 한 호텔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호텔사업으로 누적된 적자를 감안하면 오히려 손해"라고 말했다.
○지난해 적자 전환 '영업손실 1146억'
총 44개에 이르던 자회사와 해외법인 절반 이상을 처분한 고강도 구조조정에도 하나투어는 지난해 창사 이래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나투어가 지난 2일 발표한 지난해 4분기(10~12월) 잠정 실적은 매출 68억8700만 원, 영업손실 255억2700만 원.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4분기에 비해 매출(1259억원)은 95% 줄었고 영업손실(34억9700만원)은 적자 폭이 7배 이상 커졌다. 직전 3분기에 비해 매출은 20% 넘게 줄어든 반면 영업손실은 4% 감소에 그쳤다. 고강도 구조조정에도 줄어든 수입 만큼 적자 폭은 줄지 않는 양상이 나타났다.

잠정 집계한 지난해 전체 실적은 더 참담하다. 2020년 연결 기준 매출은 1096억 원으로 2019년(6146억원) 대비 82% 급감했다. 2020년 이전 5년간 줄곧 흑자를 기록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1146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자회사 처분 등 기존 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위로금과 위약금 등 비용이 상당히 발생했다"며 "올해부터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나타나면서 적자 폭이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무급휴직 장기화 "핵심 인력 유출 우려도"
유급·무급휴직 장기화로 인한 핵심 인력 유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인력 비중이 높은 여행업 특성상 향후 체질개선 효과를 제대로 누리려면 핵심 인력 유출에 대한 경영진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코로나 이전 2500명에 달하던 하나투어 직원은 현재 2300명 아래로 감소한 상태다. 지난달부터는 연차와 직무에 상관없이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퇴직금 외에 위로금으로 6개월치 급여를 일시 지급하는 조건이다.

지난해 3월 유급휴직에 들어간 하나투어는 6월 무급휴직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정부보조금이 전혀 없는 급여 '제로(0)'의 100% 무급휴직이 계속되고 있다. 본부장급 이상 경영진도 지난해 3월부터 급여를 100% 반납하고 있다. 하나투어의 월 인거비 부담은 약 20억~25억 원 수준이다.

익명을 요구한 하나투어 한 직원은 "최근 모두투어 경영진이 유급휴직을 연장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직원들의 경영진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며 "구성원과의 소통 없이 일방적인 통보만 되풀이하는 경영진에 더이상 기대할 게 없다며 "하루 빨리 새 일자리를 찾는 게 낫다"는 얘기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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