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이 아니다…정지선 회장의 역작, 여의도 '더현대 서울' [너의 이름은]

입력 2021-02-14 09:30   수정 2021-02-14 19:49


현대백화점그룹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새 매장을 오픈한다. 서울에 10년 만에 들어서는 대형 점포로 외부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사진)이 직접 진두지휘하며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아예 이름에서 '백화점'까지 들어내며 종전에 없던 '신(新)복합문화쇼핑공간'으로 이정표를 제시하겠단 각오를 담았다.
가장 공들인 부분 '공간 배치'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더현대 서울'이 오는 26일 여의도에 서울 최대 규모 매장을 연다. 파격적 공간 배치와 매장 구성을 시도해 업계 이목이 쏠린다.

더현대 서울은 지하 7층~지상 8층 규모로 영업면적이 8만9100㎡(2만7000평)에 달한다. 수도권 최대 규모인 현대백화점 판교점(9만2416㎡, 2만8005평)에 버금가는 규모다.

전에 없던 새로운 백화점을 선보이겠단 정지선 회장의 의지는 이름에서부터 나타난다. 1985년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 오픈 때부터 사용했던 '백화점'이란 단어를 과감히 지웠다. 물건을 사고파는 틀에서 벗어나 소비자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교감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겠단 방향성을 담았다. '여의도' 대신 '서울'이란 지역명을 배치함으로써 그룹의 대표성까지 부여했다.

공간 배치와 매장 구성에 특히 신경 썼다. 캐나다 인테리어 전문 회사 '버디필렉'(BURDIFILEK), 세계적 설계 디자인 그룹 '칼리슨 알티케이엘'(Callison RTKL), 영국 글로벌 설계사 '씨엠케이'(CMK) 등 공간 디자인 분야에서 저명한 글로벌 디자인 전문회사 9곳과 머리를 맞댔다.

이들 전문팀과 손잡은 정지선 회장은 더현대 서울을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순환 동선 구조로 매장을 구성하고 내부 기둥을 없애는 등 개방감을 극대화했다. 진열 매대보다 소비자 보폭과 시선을 배려해 동선 너비도 최대 8m로 넓혔다. 유모차 8대가 동시에 움직일 수 있는 너비로 국내 최대 폭이다.
각국 '최초 입점' 브랜드도

더현대 서울 5층은 3300㎡(1000평) 크기의 실내 녹색 공원 '사운즈 포레스트'로 꾸몄다. 도심 속 숲을 모티브로 주변 여의도공원(23만㎡)을 70분의 1 크기로 축소했다. 자연의 숲을 그대로 옮겨 놓기 위해 천연 잔디에 30여 그루의 나무와 다양한 꽃들을 심었고 새소리와 물소리를 배경음악으로 선정했다.

스웨덴 패션그룹 H&M의 하이엔드 브랜드 '아르켓(ARKET)'의 아시아 첫 오프라인 매장도 더현대 서울에 터를 잡았다. 일본 가방브랜드 '요시다 포터'도 국내 백화점에 최초로 입점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메가스토어도 동시에 선보인다.

식음료 브랜드로는 SPC그룹의 '에그슬럿' 국내 2호점이 자리하며 현대그린푸드의 '이탈리', SMT라운지, 남양유업의 '백미당' 등이 들어선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종식 이후 외국인 관광객들을 적극 유치해 글로벌 문화·관광 허브로 키우겠다는 포석도 깔았다. 이를 위해 지하 1층에 위치한 식품관 이름을 '테이스티 서울'(Tasty Seoul)로 지었다. 서울을 대표하는 전통 먹거리는 물론 해외 유명 식음료가 총망라된 국내 최대 규모의 식품관을 구성했다.

해외 명품으로는 버버리, 보테가베네타, 발렌시아가, 몽클레르, 프라다, 토즈, 펜디, 구찌, 생로랑, 티파니 등의 입점이 확정됐다. 갤러리아 명품관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롯데백화점 에비뉴엘점 등 소수의 부티크로만 운영하는 프랑스 명품 주얼리 브랜드 '부쉐론'도 매장을 연다. 샤넬, 에르메스, 루이비통 등 3대 명품 브랜드와는 협의를 진행 중이다.
'백화점'이라는 진부한 타이틀부터 뺀 이유

현대백화점이 더현대 서울에 사활을 건 이유는 실적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359억원으로 전년 대비 53.5% 감소했다. 매출은 2조2732억원으로 3.4%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1036억원으로 57.4% 줄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백화점 부문이 타격을 입은 게 뼈아팠다. 백화점 부문 매출은 1조7504억원으로 9.5%, 영업이익은 1986억원으로 45.8% 각각 감소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올해 현대백화점이 더현대 서울 오픈을 기점으로 반등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위축됐던 보복소비가 상반기부터 폭발할 거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회사 주가 흐름 역시 기대감이 반영돼 고공 행진을 기록 중이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더현대 서울 출점 효과로 올해 현대백화점 순매출액은 지난해 보다 16.3% 증가한 2조354억원 수준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될 경우 더현대 서울 투자 성과가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며 "소비 회복이라는 대전제 하에 출점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판교점 이후 6년 만의 대규모 백화점 출점이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더현대 서울이 성과를 낼 경우 현대백화점의 실적과 주가의 상승폭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더현대 서울은 단순히 규모를 키우고 고급화를 꾀하는 전략에서 더 나아갔다"며 "온라인에 뺏긴 소비자를 오프라인 매장으로 불러내고자 트렌디한 업체들 입점 등 무기들을 많이 준비했고 2030세대를 적극 공략하기 위해 TV광고부터 차별화했다"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의도는 주거지역이자 금융허브가 위치했고 외국인 거주 비중이 높은 데다가 주거 형태도 아파트, 오피스텔, 레지던스, 호텔 등 다양하다"며 "이토록 복합적인 지역에 대형 백화점을 출점하는 건 그 자체로 큰 도전"이라고 짚었다.

그는 "'백화점'이라는 진부한 타이틀부터 뺀 것은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면서 "경제가 성숙 단계에 들어서면 백화점들이 경쟁력을 잃는 경우가 많은데 여의도는 지하철 노선이나 도로 계획, 미래 성장성 등을 볼 때 소비자를 끌어오는 힘이 더 커질 수 있는 지역이어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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