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물공장 밀려난 자리엔 물류창고만…뿌리째 흔들리는 제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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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2-09 15:28   수정 2021-02-09 15:52

주물공장 밀려난 자리엔 물류창고만…뿌리째 흔들리는 제조업


인천 서구의 서부산업단지에 있던 대지면적 600㎡ 규모의 한 주물공장은 최근 중국산 가전제품을 쌓아놓는 물류창고로 바뀌었다. 인근 다른 주물공장도 매각된 이후 다른 공장과 물류창고를 함께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9일 중소 제조업계에 따르면 각 지자체에 들어서 있는 지방산업단지를 중심으로 기존 공장이 물류창고로 바뀌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매출 감소로 문을 닫는 공장들이 늘어난 가운데,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물류 수요가 늘어나면서 교통 여건이 좋은 공단 진입을 노리는 물류업체들이 늘고 있어서다.

전국 1200여 개 산업단지 내 공장처분 건수는 2019년 1484건에서 2020년 1773건으로 19.4% 증가했다. 최저임금 인상,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도입 등 각종 규제에 코로나 사태가 겹치면서 공장 운영을 포기하는 기업인들이 늘어나서다. 이렇게 비는 공장을 물류창고가 대체하고 있다.

이에 더해 일부 지자체들이 환경오염과 지역주민의 민원을 의식해 주물, 금형업종 등 뿌리산업을 비롯해 염색, 아스콘 등을 일부 제조업체들을 제한업종으로 규제해 공장들이 산단에서 밀려나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1983년에 주물업종 특화단지로 조성된 인천 서부산업단지. 이곳은 이제 주물업체들이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됐다. 인천 서부산업단지관리공단의 요청에 따라 2007년 인천시가 주물업종을 입주대상 업종에서 제외하기로 ‘서부산단관리기본계획’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한때 40여 개의 주물업체가 몰려 있던 이곳은 20여 개사의 주물업체만 남아 명맥을 겨우 잇고 있다. 2019년엔 입주 가능업종에 ‘보관 및 창고업’이 추가되면서 주물공장의 빈터에 물류창고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서부산단에는 물류창고 임대와 신축을 전문적으로 알선하는 부동산 중개업체들도 등장했다.

김종환 경인주물공단사업협동조합 전무는 “관리기본계획이 바뀌면서 주물공장을 운영하던 업체가 다른 주물업체에 공장을 매각할 수도 없어 재산권 침해를 받을 정도”라며 “공장 가동을 목적으로 조성된 공단에 정작 공장은 들어가지 못한 채 물류창고가 늘어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시에 따르면 10개 관내 지방산단 가운데 4곳의 관리기본계획이 변경돼 물류창고 입주가 가능한 상태다. 주로 금속, 전자부품 공장이 들어선 인천시 도화동의 인천지방산업단지도 물류창고 입주가 늘고 있다. 지난해 6월 관리기본계획에 보관 및 창고업이 추가된 후 벌써 6곳의 물류창고가 새로 생겼다. 밀키트 등 식품류 물류창고로 활용 중이다. 인천지방산단 관계자는 “인천항과 수도권 일대를 오가는 교통여건이 좋아 물류업체들의 입주 문의가 활발한 편”이라고 했다.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도 염색, 주물, 도금, 염료, 피혁, 레미콘, 아스콘 등 공해유발 업종 및 용수 다소비 업종의 입주를 제한하면서 지난해 3곳의 공장이 물류창고로 바뀌었다. 평택에 조성 중인 진위3산업단지도 15%가량을 물류단지로 배정한 상태다.

지자체마다 환경오염 업종에 대한 민원이 빗발치면서 이 같은 현상은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지방산단의 한 관계자는 “산업단지는 전력이나 공업용수 등 기반시설을 공장 운영의 최적화를 위해 조성한 곳”이라고 말했다. “공단의 조성 목적과 다른 물류창고를 허용하면 결과적으로 공장 용지가 줄어들 뿐 아니라 늘어나는 교통량으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공장 가동을 목적으로 조성된 공단에 공장이 없어지면서 물류창고와 같은 서비스업으로 대체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제조업의 위기를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 경제의 엔진인 제조업이 공동화하지 않도록 활성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정선 기자 leew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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