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디지털화폐 시동 건 한은, '편익과 위험' 균형 있게 봐야

입력 2021-02-09 17:47   수정 2021-02-10 00:33

한국은행이 지폐와 주화에 이어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CBDC)’를 법정통화에 추가하기로 결정해 주목된다. CBDC는 블록체인 기술에 기초해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고 유통시키는 전자화폐로, 민간 암호화폐(가상화폐)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탓에 ‘게임체인저’로 불린다.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반 상거래는 물론 금융·경제 전반에 대변혁을 몰고올 가능성이 큰 만큼 기대와 우려가 교차할 수밖에 없다.

한은은 디지털 지급결제 수단을 제공하고 민간 가상자산과 외국의 디지털화폐로부터 ‘통화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강조했지만 너무 늦었다는 걱정이 앞선다. 디지털화폐에 관한 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보수적이고 회의적인 국가로 꼽힌다. 한은이 전담 연구팀을 만든 것도 겨우 1년여 전이다.

“먼저 하는 것보다는 제대로 하는 게 더 중요하다”(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며 ‘디지털 달러’에 신중한 미국도 보스턴연방은행이 MIT와 협업해 수년 전부터 가상 CBDC를 개발하고 테스트 중일 만큼 준비는 철저하다. 캐나다·영국·일본·유럽연합(EU)·스웨덴·스위스 중앙은행도 작년 초 Fed와 CBDC 연구그룹을 꾸렸다. 비트코인·이더리움 선물이 상장되고, 테슬라 전기차의 암호화폐 결제방안이 검토될 정도지만 한국에선 암호화폐 사업 영위가 상장 거절사유로 꼽힌다.

디지털화폐의 장점은 수없이 많다. 은행계좌나 신용카드 없이 스마트폰만으로 안심하고 지급·결제할 수 있어 편의성이 탁월하다. 은행 대출이 힘든 한국인이 CBDC로 중국 등 해외 은행에서 대출 받는 것도 불가능한 그림이 아니다. 하지만 악용 시 폐해도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모든 거래기록이 국가기관에 집중되는 탓에 사생활 노출과 프라이버시 문제 해결이 필수다. 실물 화폐가 없어 자금세탁에 취약하다는 단점도 극복해야 한다. 블록체인 등 기반기술이 절대 안전하다지만 기술 발전에 따른 통화 위조 등의 위험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디지털화폐는 정치적 화두이기도 하다. 중앙은행에 모든 국민의 계좌가 개설된다면 정치권이 혈안인 ‘현금 뿌리기’에 날개가 달린다. 국제 정치에서도 뜨거운 이슈다. 중국이 선전·쑤저우에 이어 엊그제 수도 베이징에서 디지털 위안화 테스트를 시작하며 질주 중인 대목에서 벌써 정치적 긴장이 감지된다.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 공식 출시목표인 디지털 위안 프로젝트는 ‘달러 제국’에 균열을 내고 기축통화국에 오르기 위한 중국의 핵심 전략이다. 여러 걸음 늦은 한은에 ‘좀 더 신속하면서도 신중한 접근’이라는 상충된 목표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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