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몸값보다 비싼 명품백"…선 넘는 방송 어디까지? [연계소문]

입력 2021-02-12 08:09   수정 2021-02-12 09:04



"이런 말을 방송에서 듣게 될 줄이야. 가족들이랑 같이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도를 넘는 일부 예능 프로그램의 내용에 시청자들의 불만이 쇄도하고 있다. 막말부터 학교 폭력 가해자에 대한 미화까지 이른바 '무리수' 방송에 대한 질타가 잇따르지만 방송사들의 자정 능력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중의 피로감만 누적되고 있다.

최근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전해진 배려 없는 '막말'은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KBS2 '살림하는 남자들2'(이하 '살림남2')에서 양준혁은 아내 박현선의 친구들과 브라이덜 샤워를 하던 중 박현선에게 선물한 명품백을 꺼내들었다. "신줏단지 모시 듯 들고 다닌다"는 친구들의 말에 양준혁은 박현선을 바라봤고, 이내 "네 몸값보다 비싼 것"이라고 말했다. 놀란 박현선의 친구들이 해당 발언을 지적했음에도 반성하는 기색이나 사과는 없었다. "가방을 잃어버리면 이혼한다더라"는 박현선의 추가 증언만이 있었다.

방송 이후 시청자들은 즉각 불편함을 드러냈다. 장난스럽게 건넨 말일지라도, 아내의 몸값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었다. '살림남2'는 매주 토요일 오후 9시 15분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으로, 시청 연령은 15세 이상이다. 성인은 물론 청소년들까지 시청 가능하다. 가정에서의 모습을 비추는 콘셉트 특성상 가족 단위로 모여 시청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에 더더욱 이 같은 장면은 보기 불편했다는 지적이 따른다.


TV조선 '아내의 맛'에서는 박은영이 자연분만을 앞두고 역아를 제자리로 돌리는 둔위교정술을 받는 모습을 공개했다. 과거 '아내의 맛'에서는 함소원의 출산 현장을 전해 뜨거운 감동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박은영 역시 프로그램을 통해 임신 소식을 전하고 이후 출산까지 엄마가 되어가는 과정을 시청자와 공유했다. 조금씩 배가 불러오며 체력적인 불편함을 느끼면서도 아이와의 만남을 고대하는 박은영, 김형우 부부의 성장 스토리가 큰 공감과 감동을 줬다.

둔위교정술을 받는 과정 또한 출산을 앞둔 박은영에게는 도전의 의미가 있었다. 태아의 엉덩이가 골반에 낀 탓에 수차례의 재시도와 실패가 이어졌다. 이를 극복해내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박은영을 통해 또 한 번의 성장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공감 능력이 부족한 진행자들의 발언과 태도가 의아함을 자아냈다. MC 이휘재는 VCR 화면을 보며 "그 어떤 영화보다 재밌네"라고 말했고, 자막으로는 '흥미진진'이라는 문구가 나갔다. 박명수는 "저거 아프지는 않냐"고 물었고, 박은영이 '세게 눌러 불편한 정도'라고 답하자 "그 정도는 참아"라고 말했다. 당황한 듯 멋쩍은 웃음을 짓는 박은영의 얼굴 옆으로는 '머쓱'이라는 자막이 삽입됐다.

호통을 치는 게 콘셉트라고 할지라도, 취지와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고 배려 없이 내뱉는 말은 진행자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는 게 비판이 이어졌다. 더 큰 문제는 제작진의 판단 능력이다. 다소 적나라함에도 불구하고 둔위교정술 받는 모습을 공개하기로 결심한 출연자의 마음을 한 번이라도 이해하려고 했다면, 과연 시청자들의 공감과 몰입을 방해하는 발언을 넣을 수 있었을까. 양준혁과 마찬가지로 이에 대한 사과나 반성은 없었다. 시청자들의 문제 제기 수준에서 상황은 종료됐다.


TV조선 '미스트롯2'는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후 이를 인정한 가수 진달래의 프로그램 하차 장면을 상당 부분 방송에 할애해 비난을 받았다. 학폭 의혹이 불거지자 사과하고 '미스트롯2'에서 하차할 것이라 밝힌 참가자임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감자'가 된 진달래의 서사를 이용한 것. "가해자가 아무렇지 않게 TV에 나오고, 그 안에서 열심히 사는 사람으로 비춰지는 사실이 참 속상하고, 인기 있는 프로그램에 나와 웃고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에 치가 떨린다"고 했던 피해자의 호소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해당 방송에서 진달래는 "어차피 해도 통편집이고, 다른 참가자들에게 피해가 가는 거면 그만하겠다"며 고개를 숙이고 오열했다. 3주간 듀엣곡을 함께 연습한 강혜연에게도 미안함을 내비쳤고, 두 사람은 이별의 포옹을 했다. "언니 때문 아니야. 언니가 더 힘들지"라는 위로의 말까지 그대로 전파를 탔다.

일반적으로 논란을 빚은 연예인이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경우, 제작진은 해당 출연자의 분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심한다. CG를 이용해 얼굴을 가리거나 모자이크 처리를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 그러나 '미스트롯2'는 오히려 진달래의 하차를 집중적으로 다루며 그의 분량을 확보하는 데 열을 올렸다. 화제성을 이용한 자극적 연출이라는 비판이 따르는 이유다. 일부 시청자들은 "학폭 가해자에 대한 미화"라며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송 이후 '진달래 학폭'은 다시금 포털 사이트에 오르내리며 주목을 받았다. 화제성을 이용하려는 전략이었다면 제대로 성공이었다. 이와 관련한 '미스트롯2' 측의 입장은 없다.

시청자들의 불만이 있다 하더라도, 방송사의 자기반성이 없다면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방송사들은 시청자위원회를 두고 시청자들의 의견을 청취한다. 모바일 환경의 발전으로 시청자 게시판뿐만 아니라 각종 SNS를 통해서도 전보다 훨씬 다양한 피드백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수용하려는 자세가 없다면 의견은 그저 메아리에 그칠 수밖에 없다.

문제 인식 없이 화제성만 쫓으려는 기획과 편집 방향에 불편함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봐주는 이가 없다면 프로그램은 존재 이유를 잃는다. 논란과 자극에 함몰되어 본질을 잃지 않도록 더 견고한 제작진의 개선 의지와 자정 능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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