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설 명절이 더 서럽고 힘든 이웃들

입력 2021-02-10 16:45   수정 2021-02-11 00:13

우리나라 최대 명절인 설 연휴다. 설은 겨울 추위 속에서도 멀리 떨어진 가족과 친지를 만나 따뜻한 정을 나누는 또 하나의 새해 시작이다. 차례와 세배로 화합하고 덕담을 건네고 떡국을 함께 하는 게 우리의 오랜 설 풍속이다. 그러면서 세상 어려움을 이겨내게 하는 ‘가족의 힘’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올해 설은 예년과는 딴판이다. 무엇보다 코로나 충격이 장기화하면서 설 명절이 오히려 더 서럽고 힘든 이웃이 너무도 많다. 백신 보급은 아직 시작도 못 한 가운데, 거의 1년간 영업 차질을 겪고 있는 수많은 자영사업자 고충은 우리 모두가 풀어야 할 숙제다. 피해계층에 집중해 실질적 도움이 될 만큼 손실 지원을 해주자는 논의는 진작 나왔지만 여당의 ‘전 국민 일괄 지원’ 주장과 겹쳐 아직도 지지부진이다.

위기의 중소기업들은 올해 설 상여금을 주는 곳이 37%(중소기업중앙회 1월 조사)에 그칠 정도로 힘겹다. 지난해 지급률이 50%였던 것과 비교하면 그 어려움을 짐작할 만하다. 여행 외식 숙박 이벤트 등 대면 서비스산업은 규모와 관계없이 한계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일부 호황업종 대기업들의 성과급 지급을 둘러싼 최근 소식은 말 그대로 딴 나라 얘기로 비칠 것이다.

취업절벽 앞에서 좌절하는 젊은 세대도 안타깝고 애잔한 ‘소외그룹’이다. ‘영끌’과 ‘빚투’ 대열에도 끼지 못하는 한계선상의 젊은이나 청년백수, 실업자 등에 대해 우리 사회는 진정 관심과 애정을 쏟고 있는가. 홀로 사는 1인 가구이면서 고향에도 못 가게 된 경우라면 설 명절이 오히려 평소만도 못할 것이다. 장기간 격무로 지쳤어도 긍지와 책임감으로 버텨온 ‘코로나 의료진’은 설 연휴에도 마음 편히 쉬기 어려운 형편이다.

정치부터 노동시장까지 온통 기득권만 공고해지는 현실을 보면서 이 시대에 국가란 무엇인지, 정부는 뭘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교육과 일자리, 소득과 자산 등 곳곳에서 격차가 커지고, K자 양극화라는 말이 일상화돼 가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런데도 전·현직 고위 공직자들과 장관후보 국회의원, 심지어 사법부 수장까지 공공의 리더그룹이 솔선수범은커녕 국민 스트레스만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가. 분노를 부채질하면서 사탕발림 공약으로 현혹하는 퇴행정치도 이젠 일상이 됐다.

이 모든 것이 설 연휴 때 우리 모두가 진지하게 생각해볼 만한, 아니 꼭 던져야 할 질문이다. 설이어서 더 서럽고 힘든 이웃들을 생각하는 차분한 명절 연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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