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언론 존재를 부정하는 징벌적 손배 입법…자유민주 국가 맞나

입력 2021-02-10 16:44   수정 2021-02-11 00:12

거대 여당이 소위 ‘가짜 뉴스’에 대해 최대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내용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 법안들을 2~3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한 데 대한 비판이 거세다. ‘언론 개혁’을 명분으로 내건 이들 법안이 언론 자유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여당은 당초 유튜버 등 1인 미디어를 대상으로 삼았다가 강성 지지자들의 반발에 밀려 기존 언론과 포털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입장을 바꿨다.

여당은 가짜 뉴스로 인한 피해 구제를 입법 취지로 내세웠다. 하지만 가짜 뉴스는 그 정의부터 모호하다. 사실이 아닌 것을 명백히 알면서도 악의적 또는 의도적으로 보도하는 것을 뜻하는데, 국회에 제출된 법안엔 손해배상 청구 요건으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을 들었다.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많다.

이중 처벌 논란도 거세다. 현행법으로도 잘못된 보도에 대해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민·형사상 책임을 함께 지우고 있다.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정정·반론 보도를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런 마당에 징벌적 배상까지 도입하는 것은 언론의 공적기능을 망각한 과잉입법이 아닐 수 없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했다. 여권이 검찰에 이어 언론을 거추장스런 존재로 여기고 장악 대상으로 보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더구나 가짜 뉴스의 진원지가 범여권 인사들이었다는 점에서 여당이 ‘가짜뉴스 처벌법’를 만들겠다는 것도 이율배반이다.

입법 강행시 소송 남발도 우려된다. 특정 언론사와 기사에 대한 악의적 소송이 빈발할 경우 사실 여부를 떠나 언론사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는 취재와 보도 위축으로 이어져 언론 본연의 비판기능이 무력화될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것이다. 미국이 건국 초기(1791년) 수정헌법 1조에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입법을 금지하는 조항을 넣은 것은 언론을 민주주의를 지키는 보루로 여겼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언론은 권력 견제와 감시에 충실해야 하고, 정부는 언론의 자유를 공정하게 보장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칠링 이펙트(chilling effects·과도한 규제로 표현의 자유 위축)’를 부를 언론 규제 입법을 중지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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