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금주의 심리로 읽는 세상] 불안감에서 비롯된 청년들의 '빚투' 발버둥

입력 2021-02-14 18:21   수정 2021-02-15 00:12

몇 년 전 ‘흔들리는 20대: 청년심리학’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매 학기 하는 질문을 했다. 무엇이 제일 고민이고 불안한지에 관한 질문이었다. 늘 나오던 답들은 대인관계를 잘 못해서, 연애를 잘 못해서, 자신의 성격이 이상하다거나, 너무 게으른 ‘귀차니스트’여서 고민이라는 것이었다. 이런 고민에 더해 진로, 취업이 불안하다는 고민으로 옮겨간다. 그런데 그날은 한 학생이 너무나 심각한 표정으로 손을 들더니 “집을 못 살 것 같아서 불안해요”라고 했다. 강의실은 완전히 웃음바다가 됐다. 아직 대학생인데 집 살 것을 걱정하다니…. 필자만이 아니라 강의를 듣던 200여 명의 학생들이 웃고 넘어간 하나의 해프닝이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이 고민은 청년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심각한 문제가 됐다. 어쩌면 그때 그 학생은 이런 미래의 고민을 일찍이 예견했던 것은 아닌가 싶다.

취직, 연애, 결혼 등 모든 것을 포기한다고 해서 한동안 ‘n포세대’로 불렸던 젊은 층의 반란이 일어났다. 더 이상 포기하고 주저앉아 있을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경제적 자산을 불리는 것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2030세대가 이번에 올라타지 않으면 영원한 낙오자가 된다는 절박함으로 ‘영끌’ ‘빚투’에 뛰어들고 있다.

청년 세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저성장, 저금리로 인한 여러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와중에 코로나19로 인한 주식시장 폭락은 2030세대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로 작용했다. 불안한 2030세대는 적은 월급으로는 올리지 못하는 고수익을 좇아 주식에 발을 내디디게 된 것이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2030세대의 주식계좌는 전년 동기보다 50% 이상 늘었다. 이런 현상은 전 세계적 경향이기도 하다. 영국 밀레니엄 세대도 주식 투자에 뛰어들어 작년 2분기 25~34세의 신규 계정·계좌 생성이 전년과 비교해 250% 증가했다고 한다. 이는 다른 중년·고령 연령대보다 훨씬 더 높은 비율이다.

청년층은 소득은 적지만 원하는 소비 수준은 높아서 그 틈을 메워야 하고, 돈을 갚는 것은 미래의 자신이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에 채무비율이 높다. 투자에도 이런 과도한 자신감이 작용할 수 있다. 과한 자신감은 실제 현실적 추론과는 관계없이 주식거래를 할 때 긍정적 측면만을 생각하게 하기 쉽다. 경제 활동을 하는 청년들은 자신의 경제적 지식이 풍부하다고 생각하며 자산을 잘 관리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자신이 직면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고, 실제 상황보다 더 긍정적인 면을 부풀려서 보는 경향이 있다. 결국, 경제적 의사결정을 할 때 과도한 자신감과 지나치게 낙관적인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과도한 자신감이 대출 혹은 지인에게 돈을 빌리는 채무 행위와도 연결돼 ‘우발적’ 대출을 증가시킨다.

이에 더해 경제적 불안감이 투자하는 데 또 하나의 요소로 작용한다. 한 연구에서는 개인의 경제적 상황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사람이 느끼는 심리적 상황, 즉 경제적 안정감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경제적 불안정을 느낄 때 욕구불만이 생기고 이는 자기통제력을 약화시킨다. 낮은 자기통제 능력은 경제적으로 위험 부담이 큰 행동을 할 가능성을 높인다. 경제적 불안감이 높을수록 도박을 시도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도박에서 돈을 잃을 확률도 커졌으며 탈세, 부채 상환 회피, 횡령 같은 부정행위를 할 확률도 더 높아졌다.

‘금수저’가 아니면 성공할 수 없다는 좌절감, 엄마 아빠 찬스가 없는 ‘흙수저’는 취업도 어렵고, 평생 월급을 모아도 집을 장만하기 어렵다는 불안감이 청년들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다. 과감한 투자, 투기에 가까운 위험행동을 하지 않으면 지금 이 시대 또 한번 낙오자가 될 것 같아 청년층은 마지막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현명한 투자는 바람직한 경제 활동이다.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예·적금 외에 다른 선택지를 모색하는 것은 합리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과도한 자신감이 더해진 영끌 투자는 청년 투자자들의 마음을 조급하게 해 자칫 한탕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 그로 인해 또 다른 좌절과 고통이 오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운 것은 괜한 노파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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