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쿠팡의 뉴욕行 부른 '차등의결권', 국내선 왜 안 되나

입력 2021-02-14 18:27   수정 2021-02-15 00:13

국내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쿠팡이 설 연휴에 미국 뉴욕증시 상장을 ‘깜짝’ 신청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영업적자(5800억원)에도 불구하고 성장성에 대한 기대로 500억달러(약 55조400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보인다는 현지 평가(미국 월스트리트저널)부터가 놀랄 만한 일이다. 아울러 창업자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에게 보통주보다 의결권이 29배 많은 ‘차등의결권’ 주식을 부여키로 한 것도 주목을 끈다.

차등의결권은 창업자나 최고경영자 등이 보유한 주식에 보통주보다 많은 의결권을 부여해 안정적 회사 운영을 뒷받침하는 장치다. 이번 결정으로 김 의장은 지분이 2%에 불과해도 58%를 보유한 것과 같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단 주식을 매각하거나, 증여·상속하면 차등의결권도 무효화된다.

쿠팡이 한국이 아니라 미국 증시를 택한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아직 적자를 벗어나지 못해 한국 유가증권시장 상장이 규정상 불가능하다. 모회사 쿠팡LLC가 미국 회사이고, 일본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가 최대주주인 다(多)국적성으로 인해 투자금 확보가 용이한 미국을 택했을 공산도 크다. 분명한 것은 쿠팡이 차등의결권이 없는 국내에 상장한다면, 2010년 창업 후 비약적 성장세를 이끈 김 의장이 안정적으로 경영하기 어려울 것이란 점이다. 경제계는 이를 쿠팡이 미국 상장을 결정한 핵심 요인으로 꼽고 있다.

세계 주요국들이 혁신기업 창업 의지를 고양시키기 위해 앞다퉈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한 게 현실이다. 미국·영국·인도·싱가포르는 물론 공산국가인 중국도 바이두, 알리바바 등이 차등의결권이 허용되는 뉴욕행(行)을 결정하자 2019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실상이 이런데 국내에선 ‘경제민주화’란 미명 아래 감사위원 분리선출의 ‘3% 룰’ 등 기업 경영권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개정 상법을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 영향을 받는 200여 개 상장사(한국지배구조연구원 집계)가 혹시 모를 적대세력의 공격에 대비해 우호지분 단속에 나서는 등 노심초사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기업들이 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차등의결권을 포함한 다양한 경영권 보호장치 마련에 이제라도 적극 나서야 한다. 이를 외면했다간 이미 거세진 기업들의 ‘탈(脫)한국’을 더욱 가속화할 뿐이다. 세계 각국이 기업 유치에 혈안인데, 한국처럼 기업을 내쫓는 나라가 어디 또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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