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치 키우는 '슈퍼乙 부품사'…공급 생태계 지형도 바뀌어

입력 2021-02-14 17:30   수정 2021-02-15 01:19

산업 재편은 공급 생태계 지형까지 바꿔 놓고 있다. 자동차와 전자, 반도체 등 주요 산업분야별로 덩치를 키운 공급업체가 시장을 과점하면서 ‘슈퍼 을’의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14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 기판(웨이퍼)은 5개 업체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일본의 신에쓰, 섬코(SUMCO)가 30%대의 점유율로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독일 회사인 실트로닉과 미국 선에디슨, SK실트론이 뒤를 잇고 있다.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 등이 반도체 공급 부족을 해소해 달라는 글로벌 기업의 ‘SOS’를 받고 있지만 정작 웨이퍼 생산업체가 생산량을 늘리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업계 관계자는 “1990년대 후반까지 25개 이상의 웨이퍼 제조업체가 난립했지만 지금은 5개 메이저업체가 시장을 100% 과점하고 있다”며 “2개 이상의 반도체 회사와 거래하면서 대등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실트론은 같은 계열의 SK하이닉스보다 삼성전자에 더 많은 양의 웨이퍼를 공급하고 있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은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 TSMC도 꼼짝 못하는 기업이다. 초미세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ASML이 주는 ‘번호표’에 따라 반도체 생산량이 좌우될 정도다. 지난해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럽 출장 중 이 장비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계도 마찬가지다. 독일 보쉬와 일본 덴소, 캐나다 마그나 등 글로벌 1~3위 기업의 연 매출은 400억달러가 넘을 뿐 아니라 미래차의 핵심인 자율주행에서부터 주행 및 전자제어 장치를 자체 기술로 확보, 완성차에 공급하고 있다. 마그나는 애플카의 전장(자동차 전자장비)을 담당할 유력 업체로 거론될 정도다.

지난달 일본에서도 자국 내 매출 기준 3위(약 20조원)의 대형 자동차 부품회사가 새로 탄생했다. 히타치제작소와 혼다가 산하 4개 부품사를 합병해 설립한 ‘히타치 아스테모’다. 덩치가 작은 기존 각 사로는 미래차 기술 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투자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4개사를 합쳐 공동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자동차 부품회사들이 1개 완성차 업체에 종속된 상태였다면 지금은 정반대”라며 “지금은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소수 업체가 완성차를 위협할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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