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비스포크·폴더블폰까지…삼성, 기술 차별화로 '초격차' 확대

입력 2021-02-15 15:12   수정 2021-02-15 15:13


삼성전자는 ‘패스트 팔로어’ 전략을 통해 성장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공격적인 투자와 축적된 제조 기술력을 앞세워 선두 기업을 따라잡는 방식으로 성장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삼성전자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들은 이 같은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벽에 부딪힐 때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해 게임의 규칙을 바꾼 사례가 더 많다는 이유에서다.
D램 시장의 게임 체인저
이 회사 영업이익의 절반을 책임지는 ‘캐시카우’인 D램도 마찬가지다. 반도체 사업 초기였던 1987년 삼성은 고민에 빠졌다. 4메가 D램 개발 방식을 놓고 위로 쌓는 ‘스택’과 밑으로 파는 ‘트렌치’ 중 하나를 골라야 했다. 대다수 기업은 트렌치를 고집했지만 삼성은 다른 선택을 했다. 고(故) 이건희 회장이 “위로 쌓는 방식이 단순하고 문제가 생겨도 쉽게 고칠 수 있다”며 스택을 고른 것. 삼성의 고집은 선견지명이 됐다. 트렌치 방식을 선택한 경쟁사들은 대량생산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수율이 급락했고 이는 후발주자인 삼성이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TV 시장에서 1위로 올라선 것도 남다른 선택 덕이었다. 삼성전자는 2006년 와인 색깔을 입힌 ‘보르도 TV’를 내놓으며 ‘철옹성’으로 불리던 소니를 넘어섰다. 업계에선 화질과 기능만을 강조하는 소니를 디자인과 감성으로 압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경쟁사와 기능을 겨루는 것보다 새로운 가치를 내세우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후 삼성은 지금까지 글로벌 TV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삼성의 ‘게임 체인저’ 전략은 지금도 그대로다. 생활가전사업부의 비스포크 시리즈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비스포크는 제품의 구성과 디자인을 소비자가 정하는 ‘맞춤형 가전’이다. 2019년 6월 비스포크 냉장고를 출시한 뒤 지난해 식기세척기, 인덕션 등으로 품목을 늘렸다.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은 역시 냉장고다. 비스포크 가전제품 출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5%에 달한다. 비스포크 냉장고는 출시 6개월 만에 삼성전자 국내 냉장고 매출의 50%를 넘어섰고, 작년 말 기준으로 약 67%를 기록했다.

비스포크의 성공 요인은 보르도 TV와 비슷하다. ‘고장이 안 난다’, ‘전기 소모량이 적다’ 같은 강점으로는 기존 생활가전 시장을 흔들 수 없다고 보고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 성과로 이어졌다. 젊은 신혼 부부들은 ‘부엌의 인테리어에 잘 녹아드는 예쁜 가전제품’에 환호했고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도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파운드리 분야에서도 기술 차별화 나서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톡톡 튀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9년 세계 최초의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를 선보였다.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은 이후 10년 넘게 유지됐던 바(bar) 타입의 스마트폰 외관을 처음으로 바꾼 것이다. 갤럭시 폴드가 무겁다는 지적이 일자 조개처럼 위 아래로 접는 ‘갤럭시 Z플립’을 추가했다. 삼성전자의 행보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8일 열린 2020년 4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롤러블·슬라이더블 등 새로운 폼팩터(외형적인 특징) 모델을 출시해 고부가가치 제품의 소비자층을 늘리고 매출도 높이겠다”고 말했다.

대만 TSMC와 경쟁 중인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분야에서도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와 TSMC는 내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선폭(전자가 이동하는 트랜지스터 게이트의 폭) 3㎚(나노미터, 1㎚=10억분의 1m) 공정을 개발 중이다. 현재 두 회사의 주력 공정은 7㎚와 5㎚인데 선폭이 좁아질수록 더 작고 성능이 뛰어난 반도체를 제조할 수 있다. 삼성은 5㎚까지 기술 경쟁에서 TSMC에 밀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전자가 꼽고 있는 변곡점은 3㎚부터다.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GAA(Gate-All-Around)’ 공정을 도입해 TSMC와의 기술 격차를 좁힐 계획이다. GAA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 반도체는 전력 소모량이 적고 성능도 뛰어나다. TSMC와의 미세화 경쟁을 ‘공정 기술 싸움’으로 바꾸겠다는 것이 삼성의 노림수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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