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중견기업 24.5%와 벤처기업 24%가 ‘탈(脫)한국’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은 여간 우려스런 일이 아니다. 공장 설비를 뜯어 해외로 이전한다는 것은 말이 쉽지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도 벤처·중견기업 4곳 중 1곳이 해외 이전을 생각하는 것은 해외시장 매력보다는 국내에선 더 이상 사업을 영위하기 힘들 정도의 겹겹 규제 탓일 것이다.
현 정부 들어 급등한 최저임금, 획일적 주 52시간제, 대폭 강화된 환경·안전규제, 법인세율 인상,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와 친(親)노조 일변도 정책 등 탈한국을 부추기는 요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경쟁국들이 저마다 규제완화와 감세 등으로 밖으로 나간 기업들을 불러들이는 정책을 펴는 것과 정반대로 있는 기업마저 내쫓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거대 여당은 기업을 더 옥죌 법안들을 2~3월 임시국회에서 줄줄이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소송 남발로 인해 사회적 갈등을 키울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제, 복합쇼핑몰까지 의무휴업을 강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근로자 3법(필수노동자법·플랫폼종사자법·가사근로자법)’과 ‘코로나 보상 3법(손실보상법·협력이익공유법·사회연대기금법)’ 등이 대표적이다. 기업에 큰 부담을 지울 수 있음에도 법안 제정·논의 과정에서 경제계 의견은 철저히 외면당하는 실정이다. 김용근 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임기 1년을 남겨놓고 사의를 밝힌 것도 거대한 반기업 장벽 앞에 선 무력감 때문일 것이다.
기업인들은 이번 조사에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노동(39.4%), 세제(20.4%), 상법·공정거래법 규제(13.4%) 등을 꼽았다. 기업들의 호소를 계속 외면하고 잠재 범죄자 취급하는 식으로 일관한다면 경제위기 극복도, 일자리 창출도 요원하다. ‘한국판 러스트벨트’를 만들 참인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