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견·벤처 4곳 중 1곳 '脫한국' 고민…누가 내몰고 있나

입력 2021-02-15 17:55   수정 2021-02-16 00:10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벤처기업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23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규제 3법(공정거래법·상법·금융그룹감독법)’ 등에 대한 인식 조사는 기업이 처한 현실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새삼 확인시켜 준다. 잇단 규제 강화가 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설문에 기업인 10명 중 약 4명(37.3%)이 ‘국내 고용 축소’를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투자 축소’가 27.2%, ‘공장과 법인 등 국내 사업장 해외이전’도 21.8%에 달했다. 기업규제 일변도 정책이 경제에 얼마나 심각한 후유증을 몰고올지 걱정이 앞선다.

특히 중견기업 24.5%와 벤처기업 24%가 ‘탈(脫)한국’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은 여간 우려스런 일이 아니다. 공장 설비를 뜯어 해외로 이전한다는 것은 말이 쉽지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도 벤처·중견기업 4곳 중 1곳이 해외 이전을 생각하는 것은 해외시장 매력보다는 국내에선 더 이상 사업을 영위하기 힘들 정도의 겹겹 규제 탓일 것이다.

현 정부 들어 급등한 최저임금, 획일적 주 52시간제, 대폭 강화된 환경·안전규제, 법인세율 인상,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와 친(親)노조 일변도 정책 등 탈한국을 부추기는 요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경쟁국들이 저마다 규제완화와 감세 등으로 밖으로 나간 기업들을 불러들이는 정책을 펴는 것과 정반대로 있는 기업마저 내쫓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거대 여당은 기업을 더 옥죌 법안들을 2~3월 임시국회에서 줄줄이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소송 남발로 인해 사회적 갈등을 키울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제, 복합쇼핑몰까지 의무휴업을 강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근로자 3법(필수노동자법·플랫폼종사자법·가사근로자법)’과 ‘코로나 보상 3법(손실보상법·협력이익공유법·사회연대기금법)’ 등이 대표적이다. 기업에 큰 부담을 지울 수 있음에도 법안 제정·논의 과정에서 경제계 의견은 철저히 외면당하는 실정이다. 김용근 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이 임기 1년을 남겨놓고 사의를 밝힌 것도 거대한 반기업 장벽 앞에 선 무력감 때문일 것이다.

기업인들은 이번 조사에서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노동(39.4%), 세제(20.4%), 상법·공정거래법 규제(13.4%) 등을 꼽았다. 기업들의 호소를 계속 외면하고 잠재 범죄자 취급하는 식으로 일관한다면 경제위기 극복도, 일자리 창출도 요원하다. ‘한국판 러스트벨트’를 만들 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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