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회사가 석유 포기하는 시대…業의 본질이 바뀐다

입력 2021-02-15 17:36   수정 2021-02-16 01:15

석유회사는 석유사업을 접는다. 자동차회사들은 스스로 자동차회사로 불리길 꺼린다. 유통회사는 물건 파는 것보다 사람을 끌어 모으는 데 집중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1년간 벌어진 일들이다.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을 넘어, 산업이란 말 자체가 무의미한 시대가 됐다.

15일 경제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중공업’이라는 기업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한 대안을 고민 중이다. 그룹 내 신사업을 담당하는 미래위원회를 설치하고 인공지능, 로봇, 수소 등 신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조선과 기계업종 중심으로 수십 년간 고착화된 기업 이미지가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주요 정유사도 ‘탈(脫)석유’를 전면에 앞세우고 있다. 기존 석유사업만으론 성장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판단, 대대적인 설비 투자를 통해 올해 대규모 화학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은 정유사업 비중을 줄이고 화학과 전기차 배터리 등의 사업에 중점 투자하기로 했다.

해외 석유 메이저는 한발 더 나아가 ‘탄소중립’ 선언까지 했다.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프랑스 토탈, 네덜란드 쉘 등이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감축량이 배출량을 상쇄해 ‘제로(0)’가 되는 상태를 뜻한다. 탄소배출의 ‘주범’ 석유기업이 탄소 배출을 없애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들이 제시한 방법은 석유사업 비중을 낮추고 재생에너지사업을 확대하는 것이다.
유통을 '사람 모으는 사업'으로 본 쿠팡·신세계
車 넘어 '모빌리티' 승부 건 기아
현대자동차·기아는 사업의 본질을 기존 자동차에서 ‘이동수단’으로 완전히 재정의했다. 기아자동차 사명에서 ‘자동차’를 뗀 것도 이 때문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데 주력하겠다며 테마파크와 야구장을 자신들의 경쟁 상대라고 했다. 신세계가 SK 야구단을 인수해 유통업에 대한 정의를 달리하기도 했다.

유통회사의 변화 또한 극적이다. 그동안 유통업의 핵심은 좋은 상품을 값싸게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것이었다. 2010년 갑자기 나타난 쿠팡은 다르게 생각했다. 유통업을 ‘트래픽’ 사업으로 이해했다. 쿠팡에 쇼핑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수단’에 불과했다. 구글이 검색으로, 카카오가 메신저로 사람들을 온라인에 끌어모았듯 쿠팡은 쇼핑으로 트래픽을 발생시켰다.

트래픽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다 했다. 반나절 만에 도착하는 공짜 배송을 하고, 비밀번호를 안 눌러도 결제가 되며, 넷플릭스 같은 영상 콘텐츠도 제공했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이를 “고객을 와우! 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말로 표현했다. 미국 증시 상장을 검토 중인 쿠팡의 기업가치는 5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국내 ‘유통 빅3’의 유통사업 가치를 모두 합한 것보다 많다.

글로벌 기업도 마찬가지다. 석유 메이저는 빠르게 재생에너지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BP는 지난달 노르웨이 최대 석유회사 에퀴노르와 함께 뉴욕에서 사상 최대 해상 풍력 발전사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발전 설비 규모가 원전 2~3기에 해당하는 약 2.5GW에 달한다. BP는 풍력, 태양광 등을 통해 10년 내 50GW 규모의 발전 설비를 갖출 예정이다. 이탈리아 국영 석유회사 에니와 에퀴노르는 2035년까지 각각 25GW와 16GW, 토탈은 2025년까지 35GW의 재생에너지 설비를 갖추는 것이 목표다.

재생에너지 사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해 성공한 사례도 있다. 세계 최대 해상풍력 기업인 덴마크 오스테드다. 오스테드는 2000년대 중반 화석연료 발전 위주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으로 사업 전환에 나섰다. 현재 세계 해상 풍력발전소의 4분의 1을 오스테드가 운영한다. 한국에서도 인천 앞바다에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 단지를 짓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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