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데미안 표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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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2-16 14:39  

[인터뷰] 데미안 표류기



[이진주 기자] 흔히 표류하는 자아를 부정하고는 한다. 하지만 굴절된 의식을 외면하지 않고 바로 마주할 때 진실한 자아상을 깨닫기 마련이다. 오늘 만난 싱어송라이터 데미안은 본인의 이면을 거듭 들여다본 끝에 뚜렷한 정체성을 얻었고 그렇게 부유하는 이야기를 정연한 노랫말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작년 3월 ‘Cassette’로 데뷔한 그는 ‘KARMA’, ‘YES’를 차례로 발매하며 수많은 리스너들의 귀와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매력적인 음색과 유쾌한 스토리텔링으로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해 싱스틸러로서의 진가를 톡톡히 발휘한 것. 그러나 이에 안주하지 않고 벌써 네 번째 싱글 소식을 알려온 데미안.


마치 카멜레온처럼 여러 빛깔을 흡수하는 그는 이번 화보 촬영에서도 다양한 변주를 꾀했다. 톤 온 톤의 헤어와 스타일링으로 온통 파랗게 물드는가 하면 블루 천을 활용해 시크한 매력을 배가시켰다. 이어 과감한 레이어드와 볼드한 액세서리도 멋스럽게 소화하며 감탄을 자아냈다.


Q. bnt와 첫 만남이다. 오늘 화보 촬영은 어땠나.


“파란 천을 활용한 콘셉트가 재미있었고 블루로 염색하길 잘했다고 다시 한번 느꼈다(웃음)” 


Q. 데뷔 후 줄곧 옐로 톤 헤어를 고수해왔다. 새롭게 스타일 변신을 하게 된 이유는?


“데뷔하면서 생전 처음으로 염색을 해봤다. 또 한 번 색을 달리한 이유는 이번 신곡의 주정서인 고독과 우울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다. 고민 끝에 그런 감정을 대표하는 블루 컬러로 변신을 시도해봤다”


Q. 네 번째 싱글 발매를 코앞에 두고 있다. 지난 곡들의 주제였던 ’사랑’에서 보다 확장된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그렇다. 문득 내 고민에서 나아가 사회적 변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순간 사람을 잘 믿지 못하게 되면서 관계에 대한 의심과 집착이 커지는 것 같았다. 물론 믿는 이에게 발등 찍힐 만큼의 큰 계기는 없었지만 사소하고 작은 일에도 불신하게 되는 현상이 두려웠달까(웃음)”


Q. 그렇다면 데미안이 생각하는 건강한 관계란?


“상대에게 너무 몰입한 나머지 금방 흔들리고 무너지는 모습이 애처로워 보일 때가 많았다. 나도 그렇고(웃음). 서로 의지가 되면서도 지나치지 않았으면 한다. 도움 없이도 온전히 서 있을 수 있는 사람만이 건강한 사랑을 줄 수 있다. 또 상호 간 완벽히 맞을 수 없기 때문에 그저 서로를 더 낫게 만들 수 있는 관계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Q. 첫 피처링을 던(DAWN)이 맡았다. 새롭고 신선한 조합인데 어떻게 연이 닿았나.


“이번 콘셉트는 도시처럼 화려하면서 삐딱한 느낌이다. 대개 속이 무너질수록 겉을 더 키우려고 하지 않나(웃음). 던은 노래를 완성한 후 가장 먼저 떠오른 아티스트였고 이미지가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 또 최근 앨범을 감명 깊게 들어 연락을 취했는데 흔쾌히 받아줘 감사했다”


Q. 94년생 동갑이라 더 잘 통했을 것 같다. 함께해보니 호흡은 어땠나.


“아쉽게도 녹음을 각자 해서 직접 만나지는 못했다(웃음). 하지만 보내준 첫 작업물이 정말 마음에 들어 별다른 수정 요청 없이 그대로 사용했다”


Q. 줄곧 혼자 해오던 작업과는 어떻게 다르던가.


“처음에는 모든 작업을 혼자 하려고 했기 때문에 피처링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런데 내 목소리가 얇고 맑은 편이라서 반대되는 톤의 래핑이 들어가면 더 풍성해질 것 같아 중간에 경로를 바꾸게 되었다. 예상대로 조화롭고 확실히 시너지가 생기더라”


Q. 이번 앨범뿐 아니라 지난 곡들을 살펴보면 평소 고민이나 사색을 많이 하는 모양이다.


“다른 분들은 얼마큼 하는지 모르겠지만 옛날보다는 덜 한다(웃음). 데뷔 전에는 온종일 방에 틀어박혀 여러 생각에 잠기곤 했다. 하지만 생각이 복잡해지면 리스너 역시 이해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침잠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Q. 유튜브 ‘DAILY:AN(데일리안)’을 보니 일에 대한 진심이 느껴졌다. 데미안에게 음악은 어떤 존재인가.


“관계에 대해 앞서 말한 것처럼 음악과 나도 마찬가지다. 지금 내가 가장 좋아하고 또 내게 중요한 존재지만 음악 없이도 살 수 있어야 한다”


Q. 멜로디를 중심으로 작업한다던데 작곡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받나.


“보통 코드를 통해 악상을 떠올리고 노래나 영화 같은 매개나 느끼는 감정에서 소스를 얻는다. 그렇다고 있는 그대로를 곡에 풀어내기보다 주관적으로 상황을 해석하고 녹여내는 편이다. 스토리가 더 드라마틱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각색에 많이 신경 쓴다”


Q. 특히 낯선 감정을 좋아한다고. 최근에는 어떤 감정을 느꼈나.


“무난하고 무탈한 삶에 대한 고마움을 깨달았다. 평탄한 사람이 되기 위해 그동안 많은 노력을 해왔다는 사실을 최근에서야 알았다. 어렸을 때 원활한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친구들이 부러워 나 자신을 많이 바꾸고 고치곤 했다. 그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이제는 결핍이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적어졌고 또 현재의 행복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가끔은 아티스트인데 너무 무료하게 살고 있지는 않나 싶었는데 큰 걱정 없고 좋은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는 것만으로 배부른 소리였다”


Q. 색에 대한 고찰도 뛰어난 것 같다. 왜 색깔에 주목했을까?


“최근에 키스 해링의 전시를 봤는데 색을 하나의 기호처럼 쓰는 게 놀라웠다. 사실 지천으로 널린 게 색인데 집중할수록 무언의 힘이 느껴지더라. 이를 노래에도 적용하면 좋을 듯싶어 색을 입혀 봤더니 곡의 메시지 전달과 이해가 한결 쉬워진 것 같다”


Q. 창작의 고통을 마주할 때면 어떻게 해결하나.


“막힌 부분이 풀릴 때까지 노력하기가 굉장히 힘들다. 수학 문제는 체계와 답이 있기 때문에 열심히 머리를 굴려볼 수 있겠지만 창작은 쥐어짜면 바로 티가 난다. 해서 그 순간 바로 다른 일을 하는 게 생산적이다. 물론 그렇게 2~3일 정도를 소요하면 자책감에 괴롭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웃음)”


Q.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음악적 기술이 전무한 상태에서 시작한 케이스이다. 데뷔 전과 비교해 현재 실력은 많이 향상되었나.


“회사를 만나고 정말 많이 늘었다. 전에는 보컬이나 멜로디 라이팅밖에 몰랐다면 마이크 다루는 방법처럼 세세한 부분을 알게 되었다. 요즘은 그런 디테일을 손보는 데 집중하고 있다”


Q. 가장 만족스러운 작업물을 꼽자면?


“사운드클라우드에 처음 올린 ‘run away’라는 곡이다. 좋아하기 때문에 멀어질 수밖에 없었던 경험에서 비롯되었고 자존감이 결여되었을 때 나라는 사람이 어떤 모션을 취해왔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지금 들어도 정확히 그 상황으로 돌려놓는 애증의 노래랄까(웃음)”


Q. 궁극적으로 어떤 아티스트가 되고 싶나.


“내 이야기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끔 여지를 내어주는 아티스트이고 싶다. 또 내가 말하는 메시지를 잘 모르더라도 거리낌 없이 재미있게 소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Q. 함께 작업하고 싶은 뮤지션으로 자이언티와 아이유를 꼽았다. 이유는?


“어떤 아티스트가 되고 싶은가에 대한 답에 일치하는 분들이다. 그냥 들어도 좋은데 의미를 알고 들으면 훨씬 풍요롭고 재미있다”


Q. 음악적으로 소통하는 동료는 누가 있을까?


“저마다 취향이 다른 아티스트보다는 프로듀서와 더 잘 통하는 것 같다. 해서 ‘Karma’와 ‘YES’를 작업한 레논(LENNON) 형과 이번 신곡을 도와준 BLUR팀의 스콰(SQUAR), 스티븐(Steven)과 음악적 고민을 자주 나눈다. 또 소속사 식구인 해일(Haeil) 형과 미스피츠(msftz), 시도(Xydo), 마샬(MRSHLL), 오션(oceanfromtheblue)과도 두루두루 친하다”




Q. 뮤직비디오 100만 뷰는 기본이다.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시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대중가요보다는 내적이고 인디 음악보다는 콘셉추얼하다는 것. 경계가 모호하지만 그런 부분을 좋아해 주시는 게 아닐까”


Q. 오늘 보니 본인 외모에 만족도가 높던데. 비주얼은 인기 비결에 포함되지 않는 건가(웃음).


“그것도 50만은 먹고 들어가지 않을까(웃음). 부모님이 물려주셨기 때문에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건 마음이 편치 않다”


Q. 브이로그, MV, Live 방송 등 콘텐츠 기획에 참여하는 편인가.


“점점 오지랖이 넓어지고 있다. 그러지 않을 거라고 말했는데 번복해야 할 것 같다(웃음)”


Q. 일상 영상을 보면 내적 흥도 많아 보이던데. 댄스 욕심은 없나.


“이번 신곡 MV를 기대해 달라. 근래 댄스 학원에 다니고 있는데 앞으로도 계속할 계획이다. 모든 곡이 춤으로 구성되지는 않겠지만 엔터테이너이자 퍼포머로서 무대를 표현하는 도구로서 중요하다고 본다”


Q. 새해 ‘데킷리스트’가 궁금하다. 몇 가지 귀띔해준다면?


“세계적인 상황으로 인해 최대한 방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한다. 또 혼자 리스트를 계획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매주 진행하는 라이브 방송을 통해 팬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해볼 생각이다”


Q. 두터운 글로벌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데 팬클럽 명은 아직일까?


“몇 개월간 보류 중인 팬덤 명으로 팬들의 핀잔을 듣고 있는데 조만간 같이 정하고 싶다(웃음). 하지만 대중에게 확실하고 좋은 구심점이 될 만한 티핑 포인트가 필요한 것 같아 고심하고 있다”


Q. 어느 순간 팬들을 위한 음악을 하기 시작했다고. 이를테면 어떤 게 바뀌었나.


“팬들을 위하기보다는 대중을 염두에 둔 음악을 하게 되었다. 이전에는 사사로운 기분을 적는 일기장 같은 느낌에 그쳤다면 지금은 ‘듣는 이도 과연 재미있을까?’ 하는 아티스트로서의 고민을 더 하게 되었다”


Q. 데뷔 스토리가 영화 같다. 당시의 기분을 잊지 못할 듯싶은데.


“회사에서 연락이 처음 왔을 때는 느낌표보다 물음표가 컸다. 나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는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고 또 어느 정도 무게의 연락일까 싶었다. 음악 플랫폼에 자작곡 몇 개 올린 게 전부였으니까. 미팅 전까지도 나 같은 사람이 많아서 줄 서서 들어가려나 했다(웃음). 또 1차와 2차 미팅 간격이 너무 뜸해서 기대를 접고 있었는데 마지막 3차 미팅을 마치고 계약 의사를 전해 와서 정말 놀랐다”


Q. 진로 고민이 가득할 때,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


“처음 3년 정도는 믿고 응원해 줬지만 아무런 성과 없이 4학년을 맞게 되었고 슬슬 취업 준비를 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남들처럼 어학과 자격증 공부를 하던 중에 꿈같은 일이 일어났다(웃음). 이후에는 그토록 원한 진로인 만큼 가족도 함께 기뻐해 줬다”


Q. 데미안을 뺀 인간 손정혁의 모습이 궁금하다.


“데미안에 빙의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아서 아직 손정혁의 부분이 월등히 크다(웃음). 인간 손정혁은 예민하지만 무던해지려고 애쓴다. 초중고 시절 대인관계에 제법 어려움이 있었고 캐나다에서도 외부인 신세였다. 2년 후 한국에 돌아왔지만 여전히 이방인처럼 느껴졌고 청소년기에 그런 경험과 생각이 성격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Q. 예술적인 면모는 물론 외모와 지성까지 겸한 보기 드문 사기캐다. 단점은 없나(웃음).


“말할 수 있는 단점이라면 아주 약한 주량과 미운 손톱 정도(웃음)”


Q. 빼어난 옷맵시가 눈에 띄던데 몸매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고소하거나 단 디저트를 좋아하는데 이번 앨범 준비로 절제하고 있다. 음주와 야식을 잘 안 하고 별다른 운동 없이 춤 연습으로 유산소를 대신하고 있다”


Q. 가장 선호하는 디저트는?


“고구마, 화과자 그리고 딸기 생크림 케이크(웃음)”


Q. 머지않아 데뷔 1주년이다. 감회가 어떤가.


“1주년은 당연히 팬 미팅을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코로나와 맞게 되어 아쉬움이 크다. 그럼에도 한 해 동안 많은 이들이 찾아와줬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한편으로는 안도감도 든다. 끝까지 ‘데미안’이라는 결과가 없었더라면 코로나를 더 원망했을 테니까(웃음). 한번은 농담 삼아 사이버가수 아담이 된 거 같다고 했는데 올해는 꼭 무대에 서고 싶고 앞으로 알찬 작업과 멋진 모습으로 꾸준한 관심과 사랑에 보답하겠다”


에디터: 이진주
포토그래퍼: 박경철
의상: 스톤아일랜드, 포츠V, 네이비 by 비욘드 클로젯, MGO, 레이블리스, 메종 마르지엘라 by YOOX, COS 
모자: 고로고라
아이웨어: 젠틀몬스터
주얼리: 팬도럼, Hei, 고이우, 포틀
스타일리스트: 이명선, 서민우
헤어: 유동선
메이크업: 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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