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에다 콩 심으라더니"…20% 뛴 쌀값의 진실

입력 2021-02-16 16:59   수정 2021-02-17 01:55

물가 관리 1순위 품목인 쌀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도·소매가격이 모두 1년 새 20%가량 뛰었다. 정부가 공공수매를 통해 쌀 시장 가격에 개입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변동 폭이다. 지난해 여름 긴 장마로 인한 출하량 감소가 주요 원인이라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그러나 3년간 정부가 진행한 ‘타작물 재배사업’의 부작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벼 재배면적 갈수록 줄어
1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이달 15일 쌀(상품) 20㎏ 소매가격은 6만184원으로 전년 동기(5만1664원) 대비 17.6% 올랐다. 같은 기간 쌀 20㎏ 도매 시세도 4만7100원에서 5만7380원으로 21% 올랐다. 식품업체들은 원가 부담을 못 버티고 지난달 말 햇반, 오뚜기밥 등 즉석밥 제품 출고가를 5~7% 높였다.

쌀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원인은 쌀 생산량 감소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77만8734ha(헥타르)였던 쌀 재배면적은 지난해 72만6432ha로 5년 새 6.7% 줄었다. 쌀 생산량은 같은 기간 419만t에서 350만t으로 16.4% 감소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농업전망 보고서를 통해 “농가 고령화와 도시 개발, 논 타작물 전환 등의 영향으로 벼 재배 면적이 2010년 이후 연평균 2.0% 감소세”라고 설명했다.
“논에다 콩 심으라” 했다가 번복한 정부
쌀 생산량이 줄어든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정부가 쌀 생산량을 의도적으로 줄였다.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라 매년 40만9000t의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동시에, 국내에서 생산한 쌀의 10%를 수매한다. 공공 비축용 쌀을 수매하는 데 드는 비용은 연간 약 1조원에 달한다.

정부는 수매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18년부터 논의 타작물 전환 사업을 시작했다. 쌀 과잉공급을 막고 갈수록 줄어드는 쌀 소비에 대응하겠다는 것을 정책 목표로 내걸었다. 정부는 농가에 벼 대신 콩 등 다른 작물을 심으면 보조금을 주고 전량 사들이겠다고 설득했다. 3년간 5만여ha의 벼 경작지를 없앴다.

하지만 정부는 이 사업을 3년 만에 접었다. 역효과가 났기 때문이다. 벼 생산량이 줄자 가격이 뛰었고 정부 수매 부담은 오히려 늘어났다. 첫해(2018년) 1700억원이던 예산은 지난해 686억원으로 줄었고, 올해는 한 푼도 배정되지 않았다.
생산성 떨어졌는데 소비 늘어
물론 쌀값 상승은 기후 변화 영향도 크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쌀값 상승은 재배면적 축소보다 장마로 인한 작황 부진이 더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단위 면적(10ha 기준)당 생산량은 483㎏으로, 5년 전(539㎏)보다 11.5% 떨어졌다. 작년 7~9월 연이은 장마와 태풍으로 일조량이 부족해 병해충 피해가 컸다는 설명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작년 태풍과 장마로 침수된 논이 전체의 3% 정도여서 안심했지만 막상 수확 후 도정을 하고 보니 병충해 영향으로 품질이 크게 떨어졌다”며 “수확량보다 생산량이 크게 저조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집밥용 쌀 소비가 다시 증가하고 고급 품종 쌀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도 쌀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쌀값 급등을 기후 변화로 인한 쌀 생산량 감소 등 외생 변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며 “정부 정책 변화, 쌀 수요 증가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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