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법복'벗고 퇴임한 김용대 前 가정법원장 "나와 남에게 적용하는 기준 같아야 선진사회"

입력 2021-02-16 17:31   수정 2021-02-17 00:16

“법관으로서의 초심을 떠올리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타인을 배려하고 공감해야 합니다. 그래야 오늘날 법원이 맞닥뜨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지난 8일 30년 만에 법복을 벗은 김용대 전 가정법원장(사법연수원 17기·사진)이 후배들에게 전한 말이다. 사상 유례 없는 법관 탄핵 논란과 대법원장의 ‘거짓 해명’까지 최근 사법부 안팎은 바람 잘 날이 없다. 후배 법관들은 사법부가 어려울 때 든든하게 중심을 잡아줄 원로 법관이 필요하다며 김 전 법원장의 퇴직을 말렸다고 한다.

16일 서울 서초동에서 만난 김 전 법원장은 후배 법관들의 얘기를 전하자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꼭 30년 법관 생활을 했는데 법원에 대한 연(緣)을 ‘30’이라는 숫자로 매듭짓는 것도 의미가 있어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법관들은 법원이 갖는 역할은 무엇인지, 개별 사건에서 최선의 결론은 무엇인지, 또 그런 판결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항상 스스로 되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법원장은 최근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는 극심한 진영 논리에 대해 “본인이나 본인과 가까운 사람들에게 적용하는 기준, 그리고 그 외 사람들에게 적용하는 기준이 너무나 다르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그 간격이 좁혀질수록 선진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 편, 내 표만 보는 사회는 옳지 않다”며 “법원 내에서도 서로 배려하고 공감하는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고 했다.

김 전 법원장은 2015년 서울중앙지법 수석부장판사 시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조기 통합의 추진력을 더해주는 가처분 결정도 내렸다.

수많은 판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1995년 통영 조폭사건’을 꼽았다. 김 전 법원장에 따르면 당시 통영에 양대 조폭 계보가 있었는데 두 파가 싸움을 벌여 사망자가 발생했다. 십수 명의 피고인이 재판에 넘겨졌다. 그런데 형사 재판에서 증거를 엄격히 보기로 유명했던 김 전 법원장이 사건기록을 보다 보니 이상한 증거가 있었다고 한다.

그는 “당시 검찰은 피고인의 옷에서 피해자의 혈흔이 나온 것을 결정적인 증거로 봤는데, 동선이나 정황 등을 따져볼 때 누군가 일부러 피를 묻히지 않고선 혈흔이 나올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무죄로 결론을 내고 선고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진범이 자수했다”며 “판사라면 피고에 대한 선입견을 배제하고 증거를 갖고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법원장은 조만간 소형 로펌에서 변호사로서 제2의 인생을 개척할 예정이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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