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의원들이 ‘포장재 사전 검사’와 ‘표시 의무화’라는 세계 유례없는 규제를 추진하고 나서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포장 폐기물 억제와 재활용 촉진’이라는 입법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신제품 출시 지연과 업계의 비용 부담, 소비자 혼란만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법안에 따르면 신제품을 포함해 기존에 출시된 음식료품, 화장품, 세제류, 완구, 문구, 잡화류, 의류, 휴대용 소형 전자제품 등의 포장재도 2년 내 검사받지 않으면 제품의 제조·수입·판매자가 형사처벌까지 받게 된다. 윤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송옥주 의원과 환노위 간사인 안호영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1명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법안 심사를 통과하면 환노위 의결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오르게 된다.
국내 완구업체를 회원사로 둔 한국완구공업협동조합 역시 전체 500여 개 완구업체의 검사비용 부담만 연간 29억원으로 예상했다. 완구조합 관계자는 “기존 제작된 포장도 다시 제작하거나 스티커를 붙여야 하는 등 부대비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포장업계 관계자는 “기업 한 곳이 아니라 납품하는 수백 개 포장재 회사가 생산 프로세스를 바꿔야 하는 문제”라며 “연매출 10억원 이하의 포장재 회사들이 정부 규제를 따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포장재를 찍어내기 위한 동판 제작에만 100만원이 소요되고, 공장 가동 시 최소 생산물량이 있기 때문에 검사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폐기물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검사 기간이 최소 1주일에서 한 달가량 걸려 신제품 출시가 지연되고 이에 따른 소비자 피해도 커질 전망이다. 현재 포장재 사전 검사가 가능한 곳은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과 산업통상자원부 유관기관인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등 두 곳뿐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다품종 소량 생산하는 업종일수록 손해를 보는 규제”라며 “소비자 트렌드를 맞추기 위한 업계의 제품 개발 속도 경쟁을 가로막아 피해가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제품 정보 유출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강형덕 중소기업중앙회 제조혁신실장은 “신제품 정보가 중요한 상황에서 (사전 검사 의무화를 통해) 해당 정보가 경쟁업체에 유출되면 기업의 영업활동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유통 과정에서 외부 충격에 의해 부서질 수 있는 과자류나 발효에 따라 부피가 변할 수 있는 김치 등은 사전 검사 후 ‘포장공간비율’이 달라질 수 있어 제조·판매자가 졸지에 범법자로 몰릴 가능성도 있다. 소용량(30g 미만) 식품은 포장지에 표시 자체가 어렵다는 점도 걸림돌로 꼽힌다.
안대규/김보라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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