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모두투어, 창사 이래 최대 위기…그래도 희망은 있다

입력 2021-02-16 21:44   수정 2021-02-16 22:28


업계 1, 2위 종합여행사 하나투어와 모두투어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주력 사업인 패키지여행 판매가 벌써 1년째 '제로(0)'다. 그러는 사이 실적은 90% 가까이 곤두박질쳤다.

하나투어는 지난해 매출이 2019년의 7분의 1 수준인 1096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59억원이던 영업이익은 불과 1년 새 1147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참담한 실적은 모두투어도 마찬가지다. 2019년 2972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80% 이상 줄어 539억원에 그쳤다. 영업손실은 253억원에 달한다.

그런데도 두 여행사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여전하다. 언제든 여행시장이 재가동되기만 하면 이 두 여행사의 시장 지배력이 다시 힘을 발휘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1년 새 끝없이 추락한 실적에도 주가는 상승곡선을 그리는 이유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나투어는 2020년 연말 기준 시가총액이 1년 전에 비해 12.32%, 모두투어는 16.55% 상승했다. 관광분야 30개 상장기업 평균 상승률(6.84%)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코로나 쇼크가 본격화한 작년 3월 이후부터 올 2월 초까지 하나투어 주가는 약 1.6배, 모두투어는 약 2.3배 각각 올랐다. 지난해 이미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한 두 여행사의 주가는 백신접종이 시작되면서 상승세가 더 가팔라졌다.

지난해 5월 한화투자증권은 매출이 하나도 없는 상태로 버틸 수 있는 한계 시점을 하나투어는 2021년 12월, 모두투어는 2022년 12월로 예상했다. 인건비와 임대료 등 고정비를 줄인 상태에서 단기간 현금화가 가능한 유동자산을 기준으로 예측한 결과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국내외 여행시장이 1년째 올스톱된 상황에서 두 여행사는 어떤 전략으로 이 위기상황을 지나고 있을까. 도무지 끝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포스트 코로나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코로나 쇼크를 겪은 두 대형여행사의 지난 1년,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구상에 대해 살펴봤다.
○자회사·지사 정리…"같은 듯 다른 구조조정"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으면서 나란히 사업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수입이 준 상황에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두 여행사의 구조조정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인 편이다. 대부분이 영업 효율성을 높이는 과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비용 절감을 통한 버티기가 목적인 두 여행사의 구조조정은 대상과 수준에서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하나투어가 집앞 마당에 심어놓은 나무 중 시원찮은 것들을 골라 뿌리째 뽑아내는 방식이라면, 모두투어는 무성하게 자란 가지를 정리하는 가지치기 방식으로 사업을 재정비하고 있다. "구조조정의 범위와 강도만 놓고 보면 하나투어가 모두투어보다 훨씬 더 세다"는 평가가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하나투어는 지난 1년간 54개에 이르던 자회사와 국내외 지사를 대거 정리했다. 지금까지 청산 또는 매각한 비핵심 자회사와 지사만 절반이 넘는다. 면세점은 지난해 4월 인사동 시내면세점에 이어 12월 인천공항 면세점 2곳의 영업을 중단하며 사실상 사업을 접었다. 면세점 유통사업 진출 5년 만이다. 투어팁스와 에이치엔티마케팅, 하나티엔미디어 등 비핵심 자회사 외에 해외법인도 일본과 중국, 베트남, 영국 사무소만 남기고 모두 청산했다. 최근엔 인사동 본사 사옥과 명동 티마크호텔, 남대문시장 인근 티마크그랜드호텔도 매물로 내놨다.

반면 모두투어는 자회사보다 영업조직인 지사와 지점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33개 국내 지점을 3개 권역(서울·강원, 충청·전라, 경상권)으로 통폐합했다. 13개 해외법인과 지사는 파리와 홍콩, 시안, 장자제, 규슈 등을 정리하고 8개만 남은 상태다.
모두투어가 그룹사로 부르는 국내외 자회사는 모두투어인터내셔널과 모두스테이, 크루즈인터내셔널 등 모두 17개다. 이 가운데 현재 하나투어와 공동 설립한 호텔앤에어닷컴 그리고 MBC와 올리브나인이 공동 투자한 투어테인먼트 등 2개 자회사가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한때 청산 가능성이 제기된 자유투어는 유지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
○'기교파' 하나투어, '정통파' 모두투어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여행사업이 본업이라는 점은 같지만, 회사 경영과 신사업 투자에 있어서는 서로 다른 스타일을 유지해왔다. 투수로 보면 하나투어는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는 화려한 '기교파', 모두투어는 기본 구종으로 타자를 공략하는 '정통파'에 가깝다.

하나투어는 2000년 업계 최초로 코스탁 상장에 성공한 후,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분야도 호텔과 면세점과 부동산, 식음료(F&B), 문화·공연, 대부업, 화장품 유통, 광고·홍보 등 다양하다. 여행사업과 조금이라도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면 공격적인 투자로 활동영역을 넓혀왔다.

모두투어는 항공, 호텔 등 본업인 여행사업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분야로 영역을 확대해왔다. 2012년부터 시작한 호텔사업, 2015년 100억원을 들여 인수한 자유투어, 2019년 중국 하이난에 세운 리더국제여행사가 대표적이다.

하나투어의 공격적인 경영은 모두투어와 격차를 벌리는 요인이 됐다. 1993년 모두투어 전신인 국일여행사에서 독립한 하나투어(국진여행사)는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외형과 실적에서 업계 2위인 모두투어를 크게 앞질렀다. 업계 순위만 놓고 보면 치열한 경쟁관계인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투어가 연간 매출은 2~2.5배, 시가총액은 2배 가량 모두투어보다 높다.

결과론적이지만 하나투어의 크게 불어난 몸집은 코로나19 사태에서 면세점과 호텔 등 자회사에 이어 본사 사옥까지 처분해야하는 고강도 사업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게 만든 결정적 요인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트래블테크 OTA 전환" vs "프리미엄 시장 공략"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는 두 여행사의 계획과 전략도 다르다. 하나투어는 온라인 기반의 '트래블테크' 회사로 전환을 준비 중인데 반해 모두투어는 '프리미엄 패키지시장' 공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나투어는 온라인 비즈니스로의 대전환, 모두투어는 기존 패키지여행 상품의 고도화가 포스트 코로나 전략의 핵심이다.

하나투어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8년부터 온라인 전환을 추진해왔다. 기존 오프라인 판매채널을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장기적으로 플랫폼 기능을 강화해 '여행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온라인 여행사(OTA)가 된다는 구상이었다. 지난해 4월 자체 개발한 차세대 여행플랫폼 '하나허브'를 선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개발에 400억원 이상이 들어간 하나허브는 하나투어가 지향하는 '트레블테크' 종합 OTA의 핵심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사업 구조조정은 트래블테크 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체질을 바꾸는 과정"이라며 "하나허브를 어떤 콘셉트의 종합 온라인여행 플랫폼으로 운영하고 확대해나갈 것인지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내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모두투어는 기본적으로 가장 잘 할 수 있으면서 경쟁력을 갖춘 '패키지여행'에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자신들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겠다는 것이다. 구조조정의 수위를 지사·지점 등 영업조직 축소에 한정하고 기존 인력의 유출을 막기 위해 유급휴직을 4개월 연장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모두투어는 지난 1월 무급휴직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유급휴직을 4개월 연장했다. 1200여명 전 임직원이 직급에 상관없이 정부보조금(70%) 포함 월 150만원을 받는 조건이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안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만큼 소규모 프리미엄 패키지여행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패키지여행 상품의 고도화와 더불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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