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피부까지 착색…밥 못 먹는데 병원에도 못 가" 증언

입력 2021-02-17 16:23   수정 2021-02-17 16:39


지속적인 학대로 16개월 영아 정인이를 숨지게 한 양모 장모씨가 정인이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인지했음에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방치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양모, 아이 불쌍하게 생각하려 해도 안 된다고 토로"
홀트아동복지회 직원인 A씨는 17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신혁재) 심리로 열린 장씨와 양부 안모씨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정인이가 일주일째 밥을 먹지 않았는데도 장씨는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방치했다"고 진술했다.

정인이의 입양과 사후 관리를 담당한 A씨는 "입양 당시 양부모들은 입양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고 첫째 딸과 같은 성별의 여자아이를 원했다"며 "정인이는 피부에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 외에는 건강상 이상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A씨는 입양 후 3개월 즈음 지난 지난해 5월 26일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정인이에 대한 학대 신고가 접수됐다는 연락을 받고 찾아간 정인이의 집에서 본 정인이의 몸 상태에 이상이 있었단 것을 발견했다고 증언했다. A씨는 "정인이의 허벅지 안쪽과 배 주위에 멍 자국이 있었고 귀 안쪽에 상처들이 보였다"고 말했다.

A씨는 "배는 쉽게 멍이 들기 어려운 부분이라 양부모에게 이유를 물었지만 명확한 설명을 듣지 못했고 '아이가 아토피가 있어 긁는 버릇이 있다'는 답을 들었다"며 "양부 안씨는 '허벅지 안쪽은 마사지를 해주다가 그런 게 아닐까'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인양의 상처가 넘어져서 생긴 것으로 보기에는 어렵다고 증언했다. A씨는 "정인이 몸에 몽고반점이 많았지만 멍과 몽고반점은 구분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한 달여가 지난 후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부터 정인이 쇄골에 실금이 생겨 깁스하고 어린이집을 다닌다는 통지를 받고 다시 정인이의 집을 찾은 A씨는 "당시 정인양의 어깨 부분이 살짝 꺼진 듯 내려앉아 있었고 피부 곳곳에서 착색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방문 당시 장씨에게 정인이를 차량에 방치했다는 신고가 있다고 얘기했고, 장씨는 첫째 아이를 데려다주는 동안 1분 정도 아이를 혼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며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차량에 방치된 시간은 30분 이상이었다"고 전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장씨로부터 정인이가 일주일째 밥을 먹지 않는다는 전화를 받았다는 사실과 그 내용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장씨가 매우 흥분되고 화난 말투로 '정인이가 1주일째 거의 먹질 않는다' '오전에 준 과일 퓌레를 아직도 입에 물고 있다'고 했다"며 "아이가 한 끼만 밥을 못 먹어도 응급실에 데려가는 게 일반적인 부모인데 장씨는 달랐다. '불쌍하게 생각하려고 해도 불쌍하지 않다'는 말을 하면서 일주일 넘게 병원에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빨리 진료를 봐야 한다고 장씨에게 얘기했지만 다른 일정이 있다며 시간을 미뤘다"며 "결국 양모가 아닌 양부에게 전화해 병원에 데려가달라고 부탁했다.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눈물을 보였다.

그러면서 A씨는 "양모에게 기관 차원에서 아이를 확인해야 할 것 같다는 문자를 보내고 난 후 장씨의 말투도 바뀌고 연락도 잘 안 됐다"며 "이후 거의 양부를 통해 논의했고 추석 이후인 10월 15일 가정방문을 하기로 약속을 잡았다"고 부연했다.

결국 정인이는 홀트 측이 방문하기 이틀 전인 지난해 10월 13일 사망했다. 정인이는 사망 당시 췌장이 절단되는 심각한 복부 손상을 입은 상태였다.

정인이의 양모 장씨는 당초 아동학대치사 혐의로만 기소됐지만 지난달 13일 열린 첫 공판에서 살인죄 혐의가 추가됐다. 검찰이 주위적 공소사실 살인 혐의, 예비적 공소사실로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하는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재판부도 현장에서 이를 허가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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