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시대, 年 4%가 어디야"…저신용 회사채에 뭉칫돈

입력 2021-02-17 16:45   수정 2021-02-18 01:06

지난해 투자자들이 꺼리던 저신용 회사채로 올 들어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초저금리 현상 속에 회사채 시장에 온기가 돌자 투자자들이 조금이라도 수익률이 높은 확정금리 상품으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진칼이 2년 만기 회사채 1000억원어치 발행을 위해 이날 진행한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1520억원의 매수 주문이 몰렸다. 전체 투자 수요의 절반 가까운 700억원이 개인투자자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각 증권사 소매판매(리테일) 부서에서 들어왔다. 한진칼의 신용등급은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아홉 번째인 ‘BBB’로 주요 기관투자가의 회사채 투자 마지노선(A-)에 못 미치기 때문에 리테일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채권 발행이 쉽지 않다.

투자자들은 비교적 높은 금리에 이끌려 한진칼 회사채 투자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한진칼은 희망금리를 연 3.2~4.1%로 제시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데다 대한항공의 모회사로 코로나19 사태를 이겨낸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한진칼과 신용도가 같은 다른 기업들도 잇달아 회사채 완판에 성공했다. 지난달 말 두산인프라코어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선 모집액(1100억원)의 두 배가 넘는 286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연 4.3%(2년 만기)의 금리를 보고 개인투자자와 기관들이 몰렸다. DB캐피탈도 300억원어치 채권 발행을 위해 지난 16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900억원의 ‘사자’ 주문을 받았다. 주문 대부분을 하이일드펀드 운용사들이 책임졌다. 이들은 최근 청약 경쟁이 치열한 공모주를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BBB+ 등급 이하 회사채를 담고 있다. 하이일드펀드는 자산의 45% 이상을 BBB+ 등급 이하 채권이나 코넥스 상장기업 주식 등에 투자하면 공모주 배정 물량의 5%를 받을 수 있다.

개인들은 회사채 금리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기대수익률이 연 3%대는 돼야 회사채를 투자 대상으로 삼았지만 지금은 연 2%대 회사채도 적극 담으려는 분위기다. 19일 발행 예정인 KB금융지주의 영구채가 대표적이다. 8일 진행한 수요예측에 모집액(3500억원)의 세 배가 넘는 1조1040억원의 매수 주문이 쏟아졌다. 5년 후 조기 상환 조건이 붙은 채권에 8420억원이 몰렸다. 주문의 80%가 넘는 7100억원이 각 증권사 리테일 부서에서 들어왔다. 이 영구채 발행금리는 연 2.67%다.

최근 금리가 낮은 우량 회사채 발행 비중이 높아지고 있음을 고려하면 고금리 채권의 인기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올 들어 이날까지 공모 회사채를 발행한 32개 기업 중 신용등급이 ‘AA-’ 이상인 회사 비중은 68.7%(22곳)에 달한다. 전년 동기(51.6%) 대비 크게 상승했다. 이 기간 발행된 만기 5년 이하 회사채 중 금리가 연 2% 이상인 채권은 4건에 불과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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