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박 장관은 신 수석과 인사 조율 과정을 생략하고 법무부 인사안을 관철하기 위해 문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는 과정에서 ‘민정수석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강력히 요구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전보와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복귀를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박 장관의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은 양측 간 협의를 거친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재가했다. 하지만 신 수석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조율되지 않은 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신 수석 사의 표명 직후 박 장관을 불러 엄중 경고하고, 앞으로 신 수석과 협력할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신 수석은 사의를 굽히지 않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무부와 검찰 간 협력적 관계를 조성해 달라는 게 신 수석 임명 당시 문 대통령의 주문 사항이었다”며 “박 장관이 자신을 패싱하면서 이 역할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향후 법무부와 검찰 간 관계 형성을 위한 포석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번 인사에 불만이 많은 검찰에는 이만큼 노력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편 법무부에는 향후 일방통행 시 수용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신 수석이 보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의 표명 후에도 주요 회의 등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성격상 신 수석을 끝까지 안고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야당은 조국 전 민정수석의 이름까지 거론하며 “순혈 친문주의가 심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검찰총장을 쫓아내려는 것으로도 모자라 정권에 대해 강하게 수사하려는 검사들까지 내쫓는 짓을 하고 있다”며 “대통령 핵심 측근인 민정수석마저 납득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친 조국 라인인 이광철 민정비서관이 신 수석을 제치고 대통령 재가를 받았을 거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청와대는 차라리 가면을 벗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민정수석으로 다시 불러들이라”고 했다.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자도 “친문 순혈주의에 완전히 매몰된 민주당 정권은 더 이상 고쳐서 쓸 수 없다”며 “정권을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는 ‘영원한 민정수석 조국’의 그늘 아래 살아야 한다”고 했다.
중간 간부 인사를 앞둔 검찰 내부 민심도 들끓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검사 인사를 할 때 민정수석이 관여하는 게 관례였고, 조 전 장관도 민정수석 시절 그랬던 것으로 안다”며 “민정수석은 대통령을 대리한다고 봐야 하는데, 법무부 장관이 사실상 민정수석을 패싱했다면 장관을 질책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결국 이 지검장이나 심재철 남부지검장 등 친정권 성향 검사들을 지키기 위해 전례 없는 일이 벌어진 것 같다”며 “곧 단행될 검찰 중간 간부 인사에서도 비슷한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영연/성상훈/이인혁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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