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한 일처럼 보이지만 이를 실현하는 사람들이 있다. 카메라 렌즈에 그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사진작가들이다.
이들은 가깝게는 일상을, 멀게는 별과 바다까지 응시하고 탐닉한다. 사진을 전공하고 그 길을 쭉 걸어온 사람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40~60대인 백승우·최혜원·권오철 작가는 취미로 사진을 시작했다가 그 심오한 세계에 빠져 작가가 됐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첫발을 내디딜 용기가 생길 듯하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호텔에서 근무하던 그는 2002년 우연히 지인들의 추천을 받아 사진을 시작했다. 백 작가의 작업은 자신의 근무지인 호텔에서 시작됐다. 호텔 창에서 본 안과 바깥 세상을 카메라에 담아 ‘The Window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내면부터 바라봐야 해요. 이를 위해 제가 가장 오랜 시간 머무는 호텔부터 카메라로 비췄죠.”
그의 작품 세계는 다양하게 확장됐다. 고궁 등 한국 문화유산을 찍어 2015년 ‘마이코리아’ 책자를 발간했다. 최근엔 초심으로 돌아가 자신의 내면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있다.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은 많아요.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잘 전달하는 사람은 많지 않죠. 제 감정을 담아내는 작품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정신과 의사인 최혜원 작가(55)는 환자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 했다. 그리고 지난해엔 자신이 직접 그 얘기의 주체가 됐다. 2002년부터 18년 동안 의사로 일한 최 작가는 좋아하는 바다를 찍기 위해 전업 수중 작가가 됐다. “새로운 일에 몰두하면 ‘행복 호르몬’인 도파민이 나온다고 하죠. 저는 아름다운 바다를 찍으며 어디서도 느껴보지 못한 행복을 느껴요.”
그는 2015년 동호회에 가입해 사진을 배웠다. 그러다 우연히 스쿠버다이빙을 하게 되며 그만의 피사체를 찾아냈다. 접사렌즈로만 찍을 수 있는 1~2㎝의 바닷속 생물들이다.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에서 ‘니모’로 나온 흰동가리, 붉은 돌기가 있는 갯민숭달팽이 등이다. 작고 귀엽다고 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위협적이지 않도록 10~15분 정도 조용히 기다린 후 찍어야 해요. 제가 곁을 주고 교감해야만 그들을 렌즈에 담을 수 있죠.”
지난해 10월엔 서울 인사동 갤러리 고도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2년에 한 번쯤은 전시를 해야겠다고 스스로 약속했어요. 바닷속에서 저만의 색들을 많이 발견해서 더욱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권 작가는 대학교 4학년 때인 1996년부터 개인전을 열 만큼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처음부터 전업 작가가 되지 않고, 회사를 다니며 꾸준히 준비했다. 그는 “취미와 직업은 엄연히 다르다”며 “사진을 팔아 돈을 계속 벌 수 있을 때까지 공부하며 기다렸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오랜 노력 끝에 2009년 전업 작가가 됐다. 캐나다, 호주 등 세계 각국의 하늘을 담아 지난해 1월까지 8회에 걸쳐 개인전을 열었다.
그는 전업 작가가 되기 위해선 피사체에 대해 많이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고 찍는 것과 모르고 찍는 것은 차이가 큽니다. 피사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된다면 큰 경쟁력을 갖춘 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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