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코로나19 치료제에 이어 백신 개발에도 뛰어들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국에서 코로나19를 종식시키기 위해선 진단기술과 치료기술 자립에 이어 ‘백신기술 주권’도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셀트리온은 또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발(發) 변이에 모두 효과가 있는 새로운 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을 6개월 안에 끝내겠다고 밝혔다.
서 명예회장은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필수 요소로 △바이러스를 진단할 수 있는 기술(진단) △걸리면 치료할 수 있는 기술(치료제) △감염을 미리 막을 수 있는 기술(백신) 등 세 가지를 꼽았다. 그는 “진단키트 등 진단 시스템은 이미 잘 갖춰져 있고, 렉키로나의 조건부 허가로 치료제 주권도 확보했다”며 “남은 숙제는 전량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백신뿐”이라고 말했다.
서 명예회장은 백신을 화재 확산을 막는 방화벽에 비유하며 반드시 자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불을 끄려면 불을 따라가지 말고 방화벽(백신)부터 지어야 한다”며 “한국이 방화벽 구축에 실패하면 (셀트리온이) 이 사업에 진출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이 백신 분야 진출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셀트리온이 백신 개발에 뛰어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여러 글로벌 기업이 백신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기적으로 늦은 측면이 있는 데다 외부에서 생산시설을 구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의 현 생산시설은 바이오시밀러와 코로나19 치료제 생산 일정으로 꽉 찬 상태다.
서 명예회장은 환자 투약을 앞둔 렉키로나 임상 결과와 관련한 각종 의혹에 대해 적극 반박했다. 렉키로나 임상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임상환자 300여 명에게서 나타난 바이러스 감소, 회복 기간 단축이 모두 우연이겠느냐”고 반문했다. 경증 환자에게는 효과가 없다는 일각의 지적에도 “폐렴 환자에게 쓸 수 있는 약이 어떻게 경증 환자에 효과가 없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셀트리온은 임상 2상에서 폐렴 증상을 보인 환자의 치료 기간이 5~6일 단축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경증 환자가 중증으로 악화할 확률도 절반 이상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현 셀트리온 임상기획담당장도 “경증 환자의 경우 임상적 회복에 걸리는 기간이 2일 이상 단축됐다”며 “다만 값비싼 항체치료제를 경증환자에게 사용할 만한 경제적 가치가 있는지 논의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임상 3상 결과가 나오면 이런 의혹이 수그러들 것으로 보고 있다. 서 명예회장은 “현재 임상 3상 환자 150명에게 치료제를 투약했다”며 “5개월 뒤에는 구체적인 데이터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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