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아직 꽃피우지 않았을 뿐…당신은 패배자가 아니다

입력 2021-02-18 17:24   수정 2021-02-19 02:33


이솝 우화 ‘토끼와 거북이’에선 묵묵히 자기의 길을 걸어간 거북이가 경주에서 승리한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꾸준함과 성실함을 강조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거북이보다 토끼를 높이 평가한다. 출발선부터 빠르게 치고 나가는 사람들을 더 주목하고 영웅시해왔다. 반면 자신의 페이스를 찾는 데 시간이 걸리거나 뒤처지는 사람들에 대해선 낙오자라고 무시하기 일쑤다.

세계적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출판발행인이었으며 현재 작가로 활동 중인 리치 칼가아드는 이런 관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조기 성공에 목매는 과도한 ‘신동 문화’, 얼리 블루머(일찍 성공한 사람)에 대한 찬사와 집착이 ‘이상 신화’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성공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은 20대에 구글·페이스북 같은 잠재력 있는 기업에 취업하거나 창업해 30대엔 유명 사업가나 자산가가 되는 신화를 좇는다. 어린 시절 영재로 인정받아 조기교육을 받거나 명문대학에 입학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이처럼 어린 나이에 이룬 성적이나 점수, 직업, 돈과 명성이 과연 인생 전체의 성공을 보장할지, 남들보다 조금 늦게 결과를 낸다고 해서 뒤처진 인생인지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그가 저서 《레이트 블루머》를 통해 내린 답은 ‘아니오’다. 레이트 블루머란 기대보다 늦게 잠재력을 십분 발휘하는 사람이다. 저자는 조기 성공에만 집착하는 잘못된 믿음을 환기시키면서 뒤늦게라도 각자가 모두 재능을 찾아내 그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는 진리를 이야기한다.

칼가아드 자신도 접시닦이, 야간 경비원, 편집 보조 등을 겪으며 방황하다 뒤늦게 저널리스트로서,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길을 발견하고 걸어간 ‘레이트 블루머’였다고 고백한다. 이런 그의 신념은 삶이 경주가 아니라 여정이라는 관점에서 시작된다. 더구나 100세 시대에는 더 오래 살고 더 늦게 성숙하면서 더 자주 인생의 전환기, 제2의 인생을 맞는 것이 현실이다. 저자는 “정해진 성공 시간표에 목매거나 순응하지 않아도 된다면 우리 모두 각자 일정대로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꽃피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얼리 블루머에게선 찾을 수 없는 레이트 블루머의 여섯 가지 장점을 소개한 4장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먼저 ‘호기심’이다. 레이트 블루머가 지닌 호기심은 빠르고 뛰어난 젊은이들을 선호하는 ‘조기 성공 컨베이어벨트’ 안에선 느림을 조장하는 걸림돌로 비친다. 하지만 “수많은 혁신기업 최고경영자들을 봤을 때 호기심은 혁신의 기초가 될 뿐 아니라 인지 과정으로서 어떤 동기 부여로 인식되는 행동으로 이어지게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두 번째는 ‘연민’이다. 연민은 타인의 입장을 생각할 줄 알며, 어려움을 이해하고 도와줄 방법을 알아내는 능력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사람들이 잃거나 도외시하는 것이 따뜻한 마음과 연민의 중요성이다. 반면 산전수전 다 겪은 레이트 블루머들은 자신을 더 많이 돌아보고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더 깊이 이해함으로써 인간관계의 통찰력과 균형감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 레이트 블루머들은 회복력이 강하다고 설명한다. 완전히 무너졌던 사람이 예전보다 더 강한 모습으로 일어서게 하는 게 회복력이다. 쉽게 무력해지거나 자책하는 얼리 블루머에 비해 레이트 블루머는 살면서 더 강력한 지지자 네트워크를 구축했거나 자신만의 각종 해결 방법을 터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힘든 상황에서도 침착하고 차분하며 평온한 마음을 갖는 ‘평정심’, 온갖 경험과 패턴, 맥락이 모여 있는 마음의 도서관에서 갑작스레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되는 ‘통찰력’, 삶의 어려운 문제들을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개인적 특성과 경험의 복잡한 패턴으로 얻게 되는 ‘지혜’ 등도 레이트 블루머만의 장점이다. 저자는 “레이트 블루머들이 가진 여섯 가지 놀라운 장점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얻게 되는 값진 발견”이라며 “삶의 여정 중 겪게 되는 주변과 사회의 편견을 딛고 수많은 역경과 문제를 참고 극복하면서 누구든 이런 진정한 힘과 재능, 은밀한 장점들을 찾아낼 수 있다”고 설파한다.

늦다는 것이 결코 게으르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그는 강조한다. 중간에 그만두는 것 역시 포기하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책에서 저자가 소개하는 수많은 레이트 블루머들은 자신의 실패와 좌절을 인지하되 결코 오래 매달리지 않았다. 누구나 빠질 수 있는 자기 회의를 핸디캡(단점)이 아니라 슈퍼 파워로 활용했다. 그는 “어떤 나이든, 단계든 뒤늦게라도 자신의 길을 찾아 나름의 속도로 성장할 수 있다”며 “완전한 잠재력을 발휘하기 위해 너무 늦은 때란 없다”고 강조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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