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계무역까지 했던 원조선은 동아지중해 무역 강국

입력 2021-02-22 09:00  

활발한 말 수출과 모피 가공업
원조선은 축산업을 장려했고, 특히 말 수출을 했다. 말은 15세기까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군수물자였고, 고가의 무역 품목이었다. 한나라 무제가 장건을 우즈베키스탄(페르가나 지역)까지 파견한 목적은 흉노의 기마병을 대적할 말(한혈마)을 구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사기》에 따르면 바로 그 시기에 위만조선은 전쟁을 종식시킬 목적으로 태자에게 군량미와 함께 무려 5000필의 말을 한나라에 보내게 했다. 이런 목마산업은 고구려로 계승돼 중계무역까지 벌이게 했고, 발해 또한 유명한 말 수출국이었다.

모피 가공업과 무역도 활발했다. 모피는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몽골에 240여 년 동안 지배받았던 러시아가 시베리아를 넘어 극동까지 온 제일 큰 이유는 모피의 획득과 모피세 때문이었다. 베링해는 값비싼 ‘해달’을 찾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만주는 서만주 건조지대를 제외하고는 숲과 강이 발달해 생태계가 풍부하고, 훗날 제작된 고구려 고분 벽화에서도 확인되지만 호랑이, 표범, 곰, 여우, 담비 등의 동물과 약초, 어류가 풍부했다. 어피 생산도 활발했지만, 동만주와 연해주 일대 담비가죽은 근대까지도 엄청나게 고가로 팔린 무역 상품이었다. 《관자》에는 원조선이 춘추 전국시대에 산둥반도의 제(齊)나라에 문피(표범가죽)를 수출했다는 내용이 있다. 해양 무역을 벌인 증거다. 북한사학은 기원전 2세기에 단궁, 돈피, 문피, 과하마 등과 반어피 등을 한나라에 수출했다고 주장한다(홍희유 《조선상업사, 고대·중세》).
산업·기술·무역·문화 발달한 강대국
또 조개 채집과 무역도 중요했다. 함경도와 중국 옌지(延吉) 등 내륙의 기원전 2000년 때 집자리들에서 명태뼈와 밥조개 등이 나왔다. 무려 19개의 무덤에서 조개껍데기, 팔찌가 대거 나왔다. 부산의 동삼동 패총에서도 수출품인 1500여 점의 조개팔찌가 출토됐다. 그런데 한(漢)나라는 쑹화강, 흑룡강(아무르강), 우수리강, 압록강 지류에서 나온 민물진주를 ‘동주(東珠)’와 ‘북주(北珠)’라 불렀다. 아직 이 유물들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원조선의 산물이니 무역품이었다. 특히 동주는 청나라에서 황제 가족의 옷에만 사용하는 귀중품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다롄(大連)의 강상무덤에서는 아열대에서 채집된 자안패(自安貝)가 나왔다. 중계무역을 한 증거다. 그 밖에 원조선에서는 신형 무기, 나무, 소금, 흑요석 등의 무역품들이 있었다.
요동에서 제주까지 광범위하게 발견된 화폐


이렇게 산업과 무역이 발달하면서 화폐 사용이 빠르게 늘어났다. 처음에는 교환 가치로 사용됐지만 점차 그 자체가 무역 품목이 됐다. 화북 지역의 연나라 화폐인 명도전은 원조선 영역의 20여 군데에서 발견됐다. 평안북도 운송리에서는 5000점이 출토됐는데, 여러 무덤에서 수천 개씩 발견됐다. 기원전 3~2세기 세죽리(영변)의 한 무덤에선 2000개가 나왔을 정도다. 그 밖에도 반량전(秦), 오수전(漢) 등 중국 화폐가 요동에서 제주도까지 발견됐는데, 이는 원조선 무역권의 범위와 상인들의 활동 상황을 알려준다. 랴오닝성(遼寧省)의 금현과 여대시, 평안북도(자성리)와 평안남도(청송리) 등의 원조선 무덤에서 ‘일화전(一化錢)’ ‘명화전(明花錢)’이라는 생소한 금속화폐들이 발견됐는데, 북한사학은 일화전을 원조선의 화폐로 본다.

원조선은 신비의 나라, 관념의 나라가 아니었다. 정치와 영토의 나라만도 아니었다. 오랫동안 실재했고, 후기인 위만조선은 이미 흉노와 남월(광둥성 일대) 등을 제압한 한나라와 무역권을 놓고 1년 이상 전쟁을 벌였다. 그만큼 산업과 기술, 무역, 문화가 발달한 부국강병의 나라였다. 상실한 땅, 망각한 땅, 만주는 동아시아 최고의 자원 지대며, 원조선의 소중한 경제 영토였고, 고구려와 발해의 국토였다.
√ 기억해주세요
원조선은 한나라와 무역권을 놓고 1년 이상 전쟁을 벌일 만큼 산업과 기술, 무역, 문화가 발달한 부국강병의 나라였다. 상실한 땅 만주는 동아시아 최고의 자원 지대며, 원조선의 소중한 경제 영토였고, 고구려와 발해의 국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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