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遼東之豕(요동지시)

입력 2021-02-22 09:00  


▶ 한자풀이
遼 : 멀 요
東 : 동녘 동
之 : 갈 지
豕 : 돼지 시


요동 땅의 돼지라는 뜻으로
하찮은 공을 자랑함을 비유 - <후한서(後漢書> 등


후한(後漢) 건국 직후, 어양 태수 팽총(彭寵)이 논공행상에 불만을 품고 반란을 꾀하자 대장군 주부(朱浮)가 그를 꾸짖는 글을 보냈다.

“그대는 이런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옛날에 요동 사람이 그의 돼지가 대가리가 흰 새끼를 낳자 이를 진귀하게 여겨 왕에게 바치려고 하동까지 갔더니, 그곳 돼지는 모두 대가리가 희므로 부끄러워 얼른 돌아갔다고 한다. 지금 조정에서 그대의 공을 논한다면 폐하의 개국에 공이 큰 군신 가운데 저 요동의 돼지에 불과함을 알 것이다.”

팽총은 처음에 후한을 세운 광무제(光武帝) 유수(劉秀)가 반군을 토벌하기 위해 하북에 진을 치고 있을 때 보병 3000여 명을 이끌고 달려와 가세했다. 또 광무제가 옛 조나라의 도읍 한단을 포위 공격했을 때는 군량 보급의 중책을 맡아 차질 없이 임무를 수행했다. 이런 공을 인정받아 그는 좌명지신(佐命之臣: 천자를 도와 천하 평정의 대업을 이루게 한 공신)의 한 사람이 되었다. 그러나 팽총은 스스로 연왕(燕王)이라 일컫고 조정에 반기를 들었다가 2년 후 토벌당하고 말았다. <후한서> 등에 전해오는 얘기다.

요동지시(遼東之豕)는 글자 그대로 ‘요동의 돼지’라는 뜻으로, 남이 보기에는 대단찮은 물건을 귀히 여기는 어리석은 태도를 일컫는다. 견문이 좁고 오만한 탓에 하찮은 공을 득의양양하여 으스대는 것을 비유한다. ‘자신의 공이 요동지시에 불과한 것도 모르고 입만 열면 공치사를 한다’는 식으로 쓰인다.

군자는 바위만 한 공(功)을 조약돌만 하다 하고, 소인은 조약돌만 한 공을 바위만 하다고 부풀린다. 한데 그 공이 얼마나 큰지는 제3자가 안다. 공자가 제자 자공에게 물었다. “너도 미워하는 자가 있느냐?” 자공이 답했다. “네, 저는 길거리에서 주워들은 것을 자기 것인 양 떠벌리는 자를 미워합니다.” 스스로를 낮추는 것이 반드시 미덕은 아니다. 때로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당당히 주장하는 것도 용기다. 하지만 작은 공을 부풀리는 게 습(習)이 되면 인품은 그만큼 초라해진다. 최악은 남의 공을 가로채는 것이다. 남을 인정하면 결국 나도 인정받는 게 세상의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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