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집회는 원천봉쇄, 백기완 영결식엔 '차량통제' [종합]

입력 2021-02-19 15:33   수정 2021-02-19 17:05


고(故)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영결식에 방역수칙을 어기고 1000여명이 집결했지만 방역당국이 적극 제지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방역당국은 보수단체 집회는 원천봉쇄한 바 있다.

백기완 소장에 대한 노제와 영결식은 19일 엄수됐다. 장례위원회는 이날 오전 발인을 마치고 대학로에서 서울광장까지 행진했다.

경찰과 장례위에 따르면 이날 노제에는 당초 300명 안팎의 인원이 2개 차로에서 이동하기로 했다. 경찰은 이들이 이동하는 동안 버스전용차로를 제외한 차량 통행을 잠시 중단시켰다.

시민들이 뒤따라 걸으면서 500명 넘게 불어난 행렬은 종로 거리를 지나 오전 10시50분께 거리굿 장소인 보신각에 도착했다.

영결식은 오전 11시30분께 서울광장에서 엄수됐다. 무대를 중심으로 띄엄띄엄 의자가 배치됐지만 미리 광장에 나와 있던 시민들이 더해져 추모객은 1000명가량으로 늘었다.


이날 일부 시민은 장례위 측에 왜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느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현재 수도권 집회 및 장례식 인원 제한은 100명 미만이다. 방역법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경찰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서 관혼상제 및 국경행사에 관한 집회에 대해서 기존 규정을 적용하지 않게 돼 있어 운구행렬은 집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서울시는 이날 영결식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 따른 '100인 이상 집합금지'가 준수되지 않은 점에 유감을 표했다.

김혁 서울시 총무과장은 이날 오전 코로나19 관련 온라인 브리핑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서 사용을 제한하고 있는 서울광장에 임의로 분향소가 설치되고 영결식이 진행되는 상황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결식도 100인 이상 집합금지는 당연히 준수돼야 한다. 영결식 진행 과정에서 방역수칙이 잘 준수되고 있는지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했다.

김혁 과장은 "(작년 7월10일) 고 박원순 시장 분향소 설치 당시 코로나 일일 확진자 수가 전국 35명, 서울 8명이었던 것과 달리, 오늘(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전국 561명, 서울 180명에 이르고 소상공인 생업도 제한되는 등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백기완 장례위원회는 서울시의 허가를 받지 않고 지난 18일 정오부터 서울시청 앞 광장에 시민분향소를 설치했다. 시는 분향소를 즉각 강제 철거하지는 않되 추후 변상금 부과 등 법적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봐주기 조치'라고 지적했다.

그는 "변상금 부과가 무슨 대단한 조치처럼 떠들고 있는데 이건 감염병예방법에 따른 방역수칙 위반의 조치가 아니다"라며 "무단점유에 따른 변상금 부과는 서울시 조례에 근거하는 거다. 평상시에도 불법노점상이나 포장마차처럼 서울시 땅에 무단으로 뭔가를 설치하면 내는 변상금이지, 코로나를 막기 위한 강제적인 방역 조치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서울시는 앞서 고 백선엽 장군의 분향소는 강제철거한 바 있다. 다만 서울시는 백선엽 분향소와 백기완 분향소를 단순 비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고 백선엽 장군 장제추모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부터 광화문광장에 4개의 천막을 신고없이 무단설치한 뒤 49제, 100일 추모 등 설치목적을 계속 변경해 가며 광화문광장을 점유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무단설치된 천막에 대해 작년 7월16일부터 총 8차례에 걸쳐 행정대집행 계고 통보를 하고, 지속적으로 추모위 측에 자진철거를 요청했음에도 묵살당해 불가피하게 강제철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측은 "절차를 밟아 강제철거를 하려면 통상 몇 주가 소요된다"고 부연했다.


방역당국 대응도 논란이다. 지난해 10월 보수단체가 주도한 개천절 집회를 앞두고 정부는 하루 전부터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 경찰 버스 500대와 철제 바리케이드 1만여 개를 설치했다. 집회 당일엔 경찰 인력 1만2000명까지 동원해 일대를 완전히 봉쇄했다.

당시 보수단체들은 '집회를 1인 시위나 기자회견으로 대체하겠다'고 했지만 경찰은 집회 예정지를 원천 봉쇄해 현장 접근을 막았다.

일부 단체는 9대씩 차량 시위를 하겠다고 했지만, 정부는 이마저 허락하지 않아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했다. 다만 법원은 이른바 '드라이브 스루' 집회를 허용했다.

개천절 집회를 앞둔 지난해 10월 1~2일 코로나19 일일 확진자는 각각 77명과 63명으로 현재보다 훨씬 적었다.

정부는 다음달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총파업에 대해서는 자제를 촉구했지만 집회를 원천봉쇄하진 않았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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