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티야·마야…남미산 원유도 쓰는 정유사

입력 2021-02-19 17:22   수정 2021-02-20 01:32

국제 유가는 연일 오르는데 정유사 실적이 부진한 ‘이상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유가 상승으로 제품 마진을 높여야 하는데 수요가 살아나지 않아 마진을 높일 수 없는 탓이다. 과거 ‘유가 상승=정유사 수익 증대’라는 공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는 통용되지 않는 것이다. 정유사는 값비싼 중동산 원유 대신 중남미의 값싼 원유를 들여오고 정제를 여러 번 하는 등 수익성 개선을 위한 ‘마른 수건 짜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제마진 상승은 미미해

19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국제 유가는 올 들어 연일 연중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국내 정유사가 가장 많이 들여오는 두바이유는 올 들어 23.7% 상승했다. 작년 말 배럴당 51.1달러였던 것이 전일 기준 63.2달러로 껑충 뛰었다. 브렌트유(상승률 23.4%), 서부텍사스유(WTI·24.7%) 등도 20% 이상 올랐다.

유가 상승은 정유사에 통상 실적 개선 요인이다. 정유사는 상승한 유가 이상으로 제품 가격을 올려 이익을 늘려왔지만 올 들어 마진 상승폭은 미미하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정제마진이 배럴당 4~5달러는 돼야 이익을 낼 수 있는데 1달러대에 머물러 있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작년 12월 월평균 배럴당 1달러에서 올 1월 1.4달러, 2월 1.7달러 수준이다. 소폭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손익분기점(BEP)을 한참 밑돈다. 팔수록 적자를 내고 있다는 얘기다.

원인은 부족한 수요에 있다. 최근 유가 상승은 수요 회복이 아니라 공급 부족에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텍사스주의 기록적인 한파, 일본 후쿠시마현의 강진 등으로 미국과 일본 주요 정유설비가 일부 가동을 멈춘 영향이 컸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가 올 들어 감산 조치를 이어가자 유가가 선제적으로 뛰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수요는 여전히 적은데 원유가만 뛴 것이다.

정유사로선 원료인 유가만 비쌀 뿐 정작 제품인 휘발유, 경유 등에서 이익을 못 내고 있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기름 수요가 2019년 이상으로 급격히 개선되지 않는 한 확연한 정제마진 상승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했다.
체질 개선 나선 정유사
작년 5조원 넘는 적자를 기록한 국내 정유사들은 ‘체질 개선’을 시도 중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콜롬비아 카스티야 원유를 도입했다. 기존에 주로 썼던 중동산 원유에 비해 품질은 다소 떨어지지만 가격이 10% 이상 저렴하기 때문이다. 2015년부터 수입했던 멕시코산 마야원유도 작년 비중을 확 늘렸다. 회사 관계자는 “안정적으로 원유를 공급받기 위해 과거에는 가격이 다소 비싸도 중동산 원유를 들여왔으나, 요즘에는 그때그때 싼 원유를 현물시장에서 찾아 수입하는 일도 많다”고 했다. 현대오일뱅크의 중동산 원유 비중은 지난해 기준 41.8%였다. 2016년 84.5% 대비 절반 수준이다. GS칼텍스도 같은 기간 99.2%에 달했던 중동산 원유 비중이 73.5%까지 떨어졌다. 휘발유, 경유 등 수송용 기름 이외의 고부가 제품을 최대한 많이 생산하는 것도 최근 추세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1조원 넘는 적자를 내고도 윤활기유 부문에선 4263억원의 이익을 거뒀다. 고급 윤활유 수요 증가 덕분이다.

정제한 기름을 한 번 더 정제하거나 품질이 낮은 중질유를 정제하는 식으로 ‘마른 수건을 짜는’ 것도 수익성 개선 노력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지난해 정유 설비 가동률이 역대 최저치까지 떨어졌지만 중질유를 처리할 수 있는 고도화설비는 풀가동했다”고 밝혔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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