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속 꼰대'는 어른 아냐…'좋은 개인'으로 독립해야" [책에게 묻다]

입력 2021-02-20 22:59   수정 2021-02-21 02:17


“어른이 없는 시대입니다. 과거엔 사회 네트워크 속에서 나이, 지위에 따라 어른을 규정했죠. 이젠 더 이상 공동체 속에서 저절로 어른 대접을 받지 못합니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이것이 어른’이라고 정의하지 못합니다. 진정한 어른이 무엇인지 고민한 적도 없고, 지도받은 적도 없으니까요.”

《어른의 교양》(21세기북스)을 쓴 천영준 작가(사진)는 지난 16일 서울 내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 같이 말했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가인 그는 이 책에서 소크라테스와 헤겔, 베버, 니체 등 사상가 30인의 삶을 통해 5가지 생각의 기술을 끌어내 정리했다.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법(철학),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법(예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법(역사),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정치), 인간의 심리로 부의 흐름을 읽는 법(경제) 등이다. 다음은 천 작가와의 일문일답.

▷기술정책학자로서 이 책을 쓰신 계기는 무엇이었습니까?

▶“사이버 공간 속 각종 플랫폼의 빅데이터를 분석하면서 네트워크 내 개인이 극단적 여론에 휩쓸리는 현상을 많이 목격했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힘을 점점 잃어버리는 것이죠. 사람들에게 지적 독립을 위한 힌트를 주고 싶었어요. 그건 제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것이고요.”

▷그 힌트를 고전에서 찾은 것입니까? 그동안 이런 콘셉트의 책이 상당히 많이 나와서요.

▶“고전이란 텍스트가 아니라 사상가들의 생애에 초점을 맞췄어요. 사상가들의 이론과 저서에 대한 책들은 많지만, 해당 인물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살펴본 책은 별로 없습니다. 각 사상가들이 살았던 시대적 배경, 가정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죠. 딱딱하게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이름만 봐도 딱 아는 인물들을 ‘생각의 기술’이란 관점으로 보셨습니다. 어찌 보면 ‘이거 너무 당연한 얘기 아닌가’라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독자들께 너무나 익숙한 사람들이니까요. 그런데 책에 소개된 사상가들 모두 그 당시엔 아웃사이더였습니다. 당대에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겪어야 했던 설움과 회한이 있죠. 그걸 이겨내고 자신만의 사상을 성립해 후대에 남긴 승화의 과정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어른 부재(不在)의 시대’라고 하셨습니다. 진정한 어른은 어떤 사람일까요?

▶“딱 한마디로 정의하긴 힘들어요.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합의의 기준에 맞아야 겠죠. 다만 그 기준 중 제가 꼽고 싶은 건 하나입니다. ‘좋은 개인’으로 독립했는지 여부를 따져야 합니다.”

▷‘좋은 개인’이란 무엇입니까?

▶“예의를 아는 사람입니다. 여기서 예의란 건 상하관계를 따지는 게 아닙니다. ‘내가 당신을 이렇게 존중하는 만큼, 당신도 나를 존중하길 원한다’는 걸 보여주는 모든 행동이 예의입니다. 각자의 영역을 지키자는 것이죠.”

▷지금까지는 왜 ‘좋은 개인’에 대한 고민이 별로 없었을까요?

▶“절실하지 않았으니까요. 과거 압축성장 시대엔 공동체를 위해 개인을 희생해야 한다는 관념이 지배했습니다. 그 관념이 지금의 한국 사회구조를 지탱해 왔고요. 나이와 연공서열에 따라 저절로 어른 대접을 받을 수 있었죠. 그런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관념과 현실을 모두 깨뜨렸습니다. ‘꼰대’와 ‘라떼는 말이야’란 유행어도 생겨났고요. 그런데 정작 청년이라 불리는 사람들도 자신들이 진정한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하지 않고 있어요. 생각하고 고민하는 법을 배울 기회가 없었으니까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한국은 아직까지 전근대 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전근대 사회의 특징은 ‘영웅의 탄생’이 쉽다는 겁니다.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대신, 물질적 권능과 정신적 권력을 동시에 지닌 몇몇 사람들이 아랫사람들을 이끄는 방식입니다. 이런 사회 구조에선 개인의 가치를 존중받지 못합니다.”

▷지적으로 독립된 개인 대신 안온한 공동체 속 꼰대가 되고 싶은 사람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가 그걸 허락하지 않을 겁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바뀐 환경이 그것을 보여줬습니다. 사무직의 재택근무가 대표적입니다. 회의나 회식 없이도 업무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죠. 공동체 속 지위, 연공서열의 권력에 기대기만 하면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어요. 지적 독립을 통해 인격적 독립을 이뤄내야 합니다.”

▷‘어른의 교양’을 갖춘 후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적당한 무관심의 영역’을 둬야 합니다. 한국에선 지금까지 이 영역을 거의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거리를 유지해야 서로 숨을 쉬고, 홀로서기를 할 수 있습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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