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AI사업 "목표·기술·데이터 불명확"

입력 2021-02-21 18:04   수정 2021-02-24 12:09

‘모호한 목표, 기술 이해도 부족, 과대 포장….’

정부 주도 인공지능(AI) 사업계획에 대한 민간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난 3년간 정부가 AI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33건의 사업계획서 중 31건이 이런 평가를 받았다. 열에 아홉은 계획 단계부터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얘기다.


21일 한국지능정보시스템학회 연구팀이 행정안전부 용역과제로 수행한 ‘공공분야의 인공지능 촉진 및 활성화를 위한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3년간 조달청을 통해 33건의 인공지능 도입 정부사업을 수행했거나 착수했다. 연구팀은 각 사업의 제안요청서와 사업계획서를 검토했다. 어떤 데이터와 AI 기술을 사용해, 무슨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제안했는지 등을 살폈다.

연구팀 검토 결과 상당수 사업계획서가 불분명한 사용 기술과 사업 목표, 불명확한 데이터 등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됐다. 2020년 법무부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가 18억원을 투입한 ‘AI 기반 전자감독 서비스 구축’에 대해 연구팀은 “구체적 알고리즘이 없고 해결방안도 모호하다”고 평가했다. 해당 사업은 전자발찌 착용자의 지리적 환경을 분석해 범죄징후를 예측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인공지능업계 관계자는 “범죄징후가 어떤 경우를 말하는지, 데이터에서 이런 경우를 어떻게 추출할지 판단할 기준도 명확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2020년 기획재정부가 통계분석을 통해 신종 무역 이상 거래를 포착하겠다며 14억원을 투입한 ‘AI 기반 무역금융사기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사업에 대해서는 “텍스트 문서로부터 데이터를 추출해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수준의 사업”이라며 “정작 머신러닝 기술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없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AI를 사용해 초등학생의 수학 수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인공지능 초등수학 수업지원시스템 구축 사업’에 대해 연구팀은 “(학습) 수준 진단 및 성취 예측은 딥러닝이 아닌, 일반 머신러닝으로도 접근 가능하다. 데이터도 시계열로 파악이 가능한 데이터인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AI 국가정책 주무부서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업 역시 어떤 기술을 사용하겠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우편과 택배에 접수되는 주소정보를 실시간으로 머신러닝해 고객 주소 변동 여부를 측정하겠다고 밝힌 ‘머신러닝 기반 간편 주소관리 서비스’에 대해선 “(추정값의) 정확도 90%를 제시하는 기준이 모호하다”고 했다.

사용할 AI 기술이 정확하게 잘 기술됐다고 평가받은 것은 두 개뿐이었다. 2018년 교육부 한국고전번역원이 고전문헌에 적합한 인공신경망 번역모델 학습방법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인공지능 기반 고전 문헌 자동번역시스템 고도화’에 대해서 연구팀은 “인공지능과 관련된 내용이 비교적 정확하게 잘 기술됐다”고 평가했다.

2018년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법정녹음 데이터를 음성인식해 문자화하겠다고 밝힌 ‘음성인식 기반 법정녹음 지능형자동기록 시스템’에 대해서도 연구팀은 “인공지능 기술의 도입 목적이 명확하고, 학습 데이터가 충분히 확보됐다”고 했다.

연구팀은 “(정부 사업에서) 핵심 기능 외의 부가적인 기능을 나열해 (오히려) AI 기술의 활용 목적을 불분명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입 목적과 AI 사용 분야, 보유 데이터 및 학습 데이터의 양과 특성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기술이해도가 낮거나, 사업계획서를 돋보이게 하려는 의도가 앞선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연구팀은 또 “기관에 따라 각자의 관점에서 각기 다른 인공지능 분류체계를 사용한다”며 “통합된 분류체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고 부처 간 체계적 협업 시스템의 정립과 장기적 관점에서 지원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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