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부양책이 인플레·금리상승 유도하나 [조재길의 뉴욕증시 전망대]

입력 2021-02-22 07:32   수정 2021-02-22 07:47

미국 국채 장기물 수익률이 또 다시 뉴욕증시의 핵심 변수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채권 시장의 벤치마크로 쓰이는 10년물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주 금요일 마감한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1.34%로, 작년 2월 28일(1.38%) 이후 약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작년 8월 4일 연 0.52%로 바닥을 찍었다가 올해 1월 6일 1%대를 돌파했고 이달 들어 상승 속도가 가팔라졌습니다. 지난주 뉴욕증시가 주춤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채권값 하락에 따른 금리 상승은 당초 예상보다 빠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유도하고,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앞당길 것이란 우려가 제기됩니다.

매사추세츠주 투자자문사인 커먼웰스 파이낸셜 네트워크의 브래드 맥밀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시장은 전염병이 점차 통제되고 경제가 정상 궤도에 오르고 있다는 점을 주시해 왔지만, 이제는 (인플레이션 등) 그 이후를 보기 시작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국채 금리 상승이 부정적인 요인에서 기인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주가 급락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최근의 국채 금리 상승은 경기 회복 기대와 함께 슈퍼 부양책에 따른 정부 지출 확대 전망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미 국채 10년물은 연내 1.5~2.0%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높은데, 얼마나 빨리 또 예상 범주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느냐가 증시 향방을 가를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관측입니다.

다음은 이번주에 예의주시해야 할 일정 및 예상 이벤트입니다.

- 미 국채 장기물의 상승 속도(단기 급등하면 증시에 부정적)
- 경기 부양책의 규모 및 법안 진전 상황
-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의회 증언(23일 상원, 24일 하원)
- 존슨앤드존슨 백신의 긴급 사용승인 여부
-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증감(25일 개장 전)
- 개인소득·소비지출(1월 기준) 동향(26일 개장 전)
- 홈디포 엔비디아 니콜라 세일즈포스 등의 분기 실적
▶먼저 한국 시간으로 지난주 토요일에 마감한 뉴욕증시 상황을 전해달라.
지난 19일 뉴욕증시는 급등락 없이 혼조세로 마감했습니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19% 하락한 3,906.71, 나스닥 지수는 0.07% 상승한 13,874.46에 각각 장을 마쳤습니다.

개장 초반엔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대규모 부양책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비교적 강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이날 장중 연 1.363%까지 뛰면서 부담을 줬습니다. 10년물은 연 1.34%로 마감했습니다. 특히 저금리 수혜를 많이 본 것으로 평가되는 기술주 업종이 0.15% 하락했습니다. 반면 금융주는 1.16% 올랐습니다.

개별 종목 중에선 반도체 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가 예상을 뛰어넘는 2021회계연도 1분기(2020년 11월~2021년 1월) 실적을 내놓으면서 주가가 하룻동안 5.32% 상승했습니다.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던 농기계 제조업체 디어 주가도 9.91% 급등했습니다.
▶지난 한 주간의 뉴욕증시 분위기를 정리한다면.
이달 들어 뉴욕증시는 소폭이나마 상승세를 지속해 왔는데, 지난주엔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습니다. 다우지수만 0.1% 올랐을 뿐 S&P 500은 0.7%, 나스닥은 1.6% 각각 떨어졌습니다.

부양책 기대가 지속됐지만 추가적인 강력한 재료가 없는 가운데, 국채 금리 상승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키란 가네시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 전략가는 “국채 금리가 오르면 증시 투자 자금 중 일부가 채권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고용을 빼놓고는 실물경제 지표들이 대체로 양호하게 나오고 있지만, 이게 오히려 인플레이션이나 조기 테이퍼링(채권매입 축소)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있습니다. 긍정적인 지표가 반드시 증시에 활력을 제공하는 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스파르탄 캐피탈의 피터 카딜로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증시가 일종의 피로감에 젖어 있다”며 “하지만 완전히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뜻은 아니다”고 설명했습니다.

증시 변동성은 크게 줄어든 모습입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지난주 22.05로 마감했는데, 40에 가까웠던 1월 말과 비교하면 크게 안정된 수치입니다.
▶미 국채 움직임이 당분간 중요할 것 같은데, 어느 정도까지 용인할 수 있는 것으로 보나.
월가에선 벤치마크로 쓰이는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단기적으로 연 1.5%를 넘어서면 위험 신호로 받아들일 만 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연 1.3% 수준인 현재 금리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선언(작년 3월11일) 전이던 작년 2월 말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최근의 국채 금리 상승은 경기 회복 기대와 함께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가능성, 대규모 부양책에 따른 국채 발행 확대 전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시포트 글로벌홀딩스의 톰 디 가로마 이사는 “부양책을 시행하려면 미 재무부가 막대한 돈을 더 빌려야 하는데, 이게 국채 가격을 끌어올리는 주요 배경”이라고 말했습니다.

경기가 회복하면 국채 금리가 오르는 건 당연합니다. 문제는 단기간 가파르게 오르는 겁니다. 기업이나 가계가 충분히 준비할 시간 없이 충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10년물 수익률은 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이 됩니다.

또 Fed엔 조기 테이퍼링을 시행하도록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아트 호건 내셔널 증권 수석 시장전략가는 “국채 금리가 일직선으로 오르면 증시에 적지 않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번주에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의회에서 경기 관련 증언한다는데.
Fed 의장은 6개월에 한 번씩 상·하원 통화정책 청문회에 출석합니다. 올 상반기 일정은 오는 23일과 24일입니다. 파월 의장은 23일 상원에서, 24일엔 하원에서 각각 증언대에 섭니다. 이 자리에서 최근의 국채 금리 상승 속도에 대해 어떤 진단을 내놓을 지 관심을 모읍니다.

파월은 그동안 통화완화 정책이 지속돼야 하며, 일시적인 물가 상승은 용인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해왔습니다. 일각에선 “국채 금리가 더 뛸 경우 장기채권 매입을 확대할 수 있다”는 식의 추가 완화 메시지를 내놓을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하지만 경제 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완화 정책을 시사하기엔 부담이 클 것이란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크 카바나 금리전략 팀장은 “파월 의장이 경기 지표가 좋아지고 있고, 바이러스 상황이 개선되고 있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음은 이번주에 예정된 Fed 관련 인사들의 일정입니다.

- 22일(월) 미셸 보우먼 Fed 이사 연설
- 23일(화) 제롬 파월 Fed 의장 상원 증언
- 24일(수) 파월 의장 하원 증언 / 리처드 클라리다 Fed 부의장 / 라엘 브레이너드 Fed 이사 연설
- 25일(목) 랜들 퀄스 Fed 부의장 /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연설
▶미국의 슈퍼 부양책이 이번주에 확정될 가능성은.
미국 민주당은 2월 말까지 부양책 규모를 확정하고 하원 표결에 부치겠다는 입장을 표명해 왔습니다. 부양법은 이번주 중 하원을 통과하고, 상원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민주당은 하원 의석을 여유있게 차지(435석 중 221석)하고 있습니다.

부양책 규모가 중요한데, 최소 1조5000억달러에서 최대 1조9000억달러가 될 것이란 예상입니다.

부양법안이 상원으로 갔을 때의 얘기이긴 하지만, 민주당 상원의원 중 일부가 이 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추가로 밝힐 경우 논란이 될 수 있습니다. 조 맨친 상원의원(웨스트버지니아주)은 최근 “부양책에 최저임금 인상안이 포함된 건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혀 증시를 뒤흔든 적이 있습니다.

이번 부양책엔 시간당 7.25달러인 연방 최저임금을 오는 6월 9.50달러로, 또 2025년까지 15달러로 높이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현재 상원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50석씩 동률을 이루고 있어, 민주당에서 이탈자가 한 명이라도 발생할 경우 공화당 쪽 동조자가 나오지 않는 한 부양책을 시행하기 어렵습니다.
▶코로나 사태 관련해서 챙겨봐야 할 사안이 있다면.
코로나 확산 등의 이슈는 그동안 증시에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한 재료였습니다. 백신 배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충분히 예상된 ‘올드 뉴스’(old news)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식품의약국(FDA)이 이번주 중 존슨앤드존슨(J&J) 산하 얀센 백신의 긴급 사용승인을 내줄 경우 경제 정상화 기대감이 커질 수 있습니다.

J&J 백신은 예방 효과가 평균 66%로, 화이자나 모더나보다는 낮지만 한 번만 접종하면 항체를 만들 수 있는데다 실온 상태에서 보관이 가능하기 때문에 ‘게임 체인저’란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회사 측은 지난달 말 긴급 사용승인을 신청하면서 2월 말에 승인이 떨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또 화이자는 현재 초저온 보관이 필요한 자사 백신의 저장 온도를 상향 조정해줄 것을 FDA에 요청했습니다. FDA가 이를 승인하면 화이자 백신의 유통도 더 수월해지게 됩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세인데.
비트코인 가격이 작년 12월에 2만달러를 돌파했을 때만 해도 거품 논란이 치열했습니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올해 1월 3만달러, 2월 들어 4만달러와 5만달러를 연달아 돌파했습니다. 지금은 6만달러도 넘보고 있습니다.

비트코인뿐만이 아닙니다. 시가총액이 두 번째로 큰 이더리움도 사상 처음 2000달러를 넘어섰습니다. 다른 알트코인들 역시 급등세입니다.

대규모 부양책으로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 속에서, 암호화폐가 달러의 대체 투자처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테슬라와 BNY멜론, 마스터카드, 모건스탠리 등 다양한 기업들이 비트코인에 투자하거나 관련 사업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뒤 가격 상승세에 불이 붙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의 규제 여부가 조금씩 주목을 받는 분위기입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암호화폐가 북한 등의 불법 금융 거래에 사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고,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암호화폐에 더 많은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향후 전망에 대해 이견이 큽니다.

헤지펀드인 스카이브리지 캐피탈의 앤서니 스카라무치 창립자는 “공급에 비해 수요가 훨씬 크기 때문에 비트코인 가격이 연내 10만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반면 워런 버핏 버크셔 헤서웨이 회장은 “암호화폐는 본질적으로 아무런 가치가 없고, 어떤 것도 생산하지 못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뉴욕증시 상장기업들의 직전 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번주에도 공시 예정인 기업이 많나.
이번주 공시 기업 수는 올 들어 최대입니다.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에서 900곳에 가까운 기업들이 작년 4분기 또는 2021회계연도 1분기 실적을 공개합니다.

월요일인 22일엔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SNS)인 클럽하우스 관련주로 꼽혔던 아고라가 성적표를 내놓습니다. 클럽하우스는 음성 버전의 트위터라고 볼 수 있는데, 아고라 플랫폼을 기반으로 구동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고라는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구축하는 기업입니다.

빅 데이’는 목요일인 25일입니다. 350곳에 달하는 상장업체의 실적 공시가 예정돼 있습니다.

수소전기차 기업인 니콜라와 소프트웨어 업체인 세일즈포스, 백신업체 모더나, 에어비앤비, 베스트바이, 비욘드미트 등이 공시합니다. 앞서 23일엔 내수 업체인 홈디포와 메이시스, 24일엔 세계 1위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인 엔비디아가 실적을 공개합니다.

아래는 이번주 실적을 공시하는 주요 기업 리스트입니다.

- 22일(월) 아고라 쿠퍼타이어 유니시스 허츠 로열캐리비언 HSBC
- 23일(화) 홈디포 메이시스 크록스 스퀘어 CBRE 맥아피
- 24일(수) 엔비디아 로위스 웨이보 비아콤
- 25일(목) 니콜라 세일즈포스 모더나 에어비앤비 도어대시 베스트바이 HP 델 AMC엔터테인먼트 비욘드미트 웨이페어 쉐이크쉑 로손 ADT 도미노피자 솔라윈드 카바나
- 26일(금) 드래프트킹스 풋락커 시네마크
- 27일(토) 버크셔해서웨이
▶이번주에 주목할 만한 경제 지표가 있다면.
경제 지표 중에선 26일 개인소득 및 소비지출(각 1월 기준)에 주목할 만합니다. 기존 부양책 및 백신 효과로 경기가 반등할 조짐을 보였을 지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전 달인 작년 12월의 개인소득은 0.6% 증가했고, 소비지출은 0.2% 감소했습니다.

지표들이 양호하게 나올 경우 실물경기 반등 신호로 볼 수 있지만 역으로 인플레이션이 임박했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습니다. 월가 투자회사 QMA의 에드 컨 최고투자 전략가는 “인플레이션이 대다수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시작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달 들어 지금까지 발표된 지표들은 양호했습니다. 지난주에 나온 1월 소매판매는 5.3% 급증해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작년 말 의회를 통과했던 9000억달러 규모의 부양책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에 따라 골드만삭스는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6.0%로, 모건스탠리는 7.5%로 각각 상향 조정했습니다.

지난 일주일 간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동향도 지켜봐야 합니다. 항상 그렇듯 목요일 장 시작 전 공개됩니다. 직전 기간의 청구건수는 1만3000명 늘어난 86만1000명이었습니다. 전문가 예상치(77만3000명)를 웃돌면서 고용 시장에 대한 우려를 키웠습니다.

다음은 이번주에 눈여겨봐야 할 주요 경제 지표입니다.

- 23일(화) 컨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2월)
- 25일(목)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지난주) / 작년 4분기 미 국내총생산(GDP) 수정치 / 내구재 수주(1월)
- 26일(금) 개인소득·소비지출(1월) / 코어 인플레이션(1월) / 상품수지(1월) / 시카고 구매관리자지수(PMI·2월) /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 확정치(2월)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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