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증시, 미운오리에서 '백조' 된 이유 [더 머니이스트-Dr. J’s China Insight]

입력 2021-02-24 08:07   수정 2021-04-07 10:35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세계경제는 최악이었습니다. 하지만 풀어놓은 유동성 덕분에 전세계 증시는 폭락 후 바로 급반등했습니다. 코로나19의 충격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아시아증시는 이전 수준을 훌쩍 뛰어 넘었습니다. 그런데 예외였던 시장이 있었는데, 전세계 4위의 시총규모를 자랑하는 홍콩증시입니다.

지난해 중국 창업판 지수는 58%나 상승해 나스닥(상승률 43%)을 제치고 주가 상승율 세계1위를 했습니다. 심천지수가 34%, 한국 코스피가 28%, 대만가권지수가 21%, 일본 니케이지수가 17%, 상하이지수가 11% 상승했습니다.

홍콩시장은 아시아시장 전반의 강세에도 불구하고 6%하락했습니다. 관광과 금융으로 먹고사는 홍콩은 보안법시위 사태와 코로나로 인한 본토관광객 송출중단조치로 관광객이 끊겼습니다. 미중 무역전쟁의 불똥이 홍콩인권문제로 튀면서 미국의 홍콩제재에 따른 외국금융기관의 홍콩탈출에 대한 불안심리가 가세했기 때문입니다.
홍콩증시, 올들어 세계 최고 상승률…"배경은 본토자금"
지난해 미운 오리 새끼였던 홍콩은 올해 백조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연초이후 12.5%상승률을 보이면서 전세계 주요증시 중 상승률 1위를 기록했습니다. 1년 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홍콩증시 급등의 비밀은 바로 본토자금입니다.

올해들어 중국 본토자금은 홍콩주식을 쓸어 담고 있습니다. 지난해 중국본토가 사들인 홍콩주식은 5967억위안이었는데 2021년 1월부터 2월18일까지 사들인 홍콩주식은 3325억위안(56조원)으로 2020년 연간 매수의 56%에 달했습니다. 올해 1월의 월간 순매수금액은 2014년 강구통(중국 본토자금의 홍콩주식매수 통로) 개통이후 최대인 2594억위안(44조원)으로 신기록을 경신했습니다.

홍콩은 1997년 중국에 반환되면서 중국 땅이 되었지만 중국은 반환당시 영국과 '일국양제', 즉 하나의 나라에서 두가지 체제를 허용한다는 조건을 수용했습니다. 중국은 사회주의국가지만 홍콩에서는 자본주의 체제를 용인해왔습니다. 그동안 홍콩은 금융산업이 낙후된 중국에서 자금조달에 애로를 겪었던 중국 국유기업과 대기업들이 홍콩증시 상장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창구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래서 시총으로 보면 홍콩상장사 시총 70% 이상을 중국 본토기업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국 본토는 왜 홍콩주식을 쓸어 담고 있을까요? 첫 번째 이유는 저평가입니다. 중국본토에서 상장하고 나서 다시 홍콩에도 상장한 기업을 A-H주라고 합니다. 같은 회사지만 거래방식, 자금이동제한, 시장진입장벽 등으로 본토에 상장된 A주의 가격과 홍콩에 상장된 H주의 가격차이(A-H프리미엄이라고 함)가 역대 최대로 벌어졌습니다.

중국본토는 올랐고 홍콩은 하락했으니 당연한 결과인 겁니다. 중국기관투자가와 자격요건을 갖춘 개인투자가는 본토에서 홍콩으로 강구통을 통해 주식을 투자할 수 있는데, 이들이 대거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홍콩주식을 매수한 것입니다.
본토자금이 홍콩으로 몰리는 4가지 이유
둘째, 중국본토의 펀드의 폭발적 성장입니다. 중국은 개인주도 장에서 2020년 기관과 외국인이 주도하는 장으로 바뀌면서 개인들이 투자수익 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펀드매입 붐이 일어났습니다. 2020년에 중국의 펀드발매는 사상 최대였고 올해 들어서도 꺾일 줄 모르고 있습니다. 2020년 중국 1위펀드의 수익율은 182%나 됩니다. 심천시장지수 대비 6배, 상해지수대비 18배의 상승에 달합니다. 펀드시장은 초호황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100억위안(1조7000억원)단위의 펀드가 발매 1시간만에 매진되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과열을 우려한 금융당국이 100억위안 이상짜리 펀드발매를 규제하는 조치를 내놓을 정도입니다. 본토의 펀드구매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습니다

펀드매니저 입장에서는 같은 종목인데 본토보다 홍콩 상장주식이 저평가되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때문에 대거 홍콩시장 상장종목을 편입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홍콩시장에서 기관선호대형주와 우량주가 급등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금 본토자금은 세계 시총순위 6위를 하고 있는 텐센트 같은 초대형주를 본토기준 상한가인 10%대의 상승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셋째는 미국에서 돌아오는 인터넷기업의 홍콩 회귀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미국 상장 중국기업 상장폐지' 위협과 회계관련된 '외국회사책임법'의 통과로 미국상장 중국인터넷기업들이 대거 홍콩으로 2차상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미 알리바바, 징동이 돌아왔고 바이두, 핀둬둬, 비리비리 같은 회사들도 홍콩상장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국본토에는 인터넷 빅테크기업이 드뭅니다. 중국본토 펀드입장에서는 인터넷 빅테크기업을 사려면 홍콩으로 내려와야 합니다. 중국의 IT뉴스업체인 IT쥐즈(IT橘子)에 따르면 중국에는 2020년 기준 유니콘 기업이 총 264개사로 46개사가 새로 탄생하면서 미국의 240개를 제치고 세계 최대 유니콘 기업 보유국이 됐습니다. 향후 이들 기업의 IPO(기업공개) 최적지로 홍콩을 선택하면 홍콩증시는 아시아 빅테크 기업의 상장메카로 등장할 전망입니다.

넷째는 연기금의 강구통(홍콩주) 주식투자비중 확대입니다. 2020년 12월에 중국 인사부, 우리로 치면 보건복지부가 3조위안(510조원)에 달하는 연기금의 주식투자한도를 30%에서 40%로 확대하고 20%를 한도로 홍콩 강구통에 투자도 허용했습니다. 연기금이 본격적으로 홍콩주식 투자에 뛰어든 겁니다.

중국은 1997년 홍콩에 대한 영토주권을 영국으로부터 반환 받았지만 금융주권은 여전히 미국에 맡겨 둔 상황입니다. 홍콩달러는 미국달러에 페그 되어 있어 홍콩금융시장은 FRB(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이 한 마디 하면 바로 영향을 받지만, 이강 인민은행장이 무슨 소리해도 별 영향이 없습니다.

중국 본토의 홍콩투자 확대, 단순한 수익률 제고 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중국 당국이 본토 금융기관의 자금을 대거 동원해 홍콩 금융시장에서 본토의 발언권과 장악력을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중국의 금융주권을 반환 받으려는 시도로 보여집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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