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대상 찾기도 전에 투자? 유망 스팩(SPAC) 고르는 법 [허란의 해외주식2.0]

입력 2021-02-22 12:01   수정 2021-02-24 14:53

※'허란의 해외주식2.0'은 파괴적인 혁신기업의 핵심 사업모델을 분석해 인사이트를 발견합니다. 매주 월요일 한경닷컴에 연재되며, 유튜브채널 '주코노미TV'에서 영상으로 먼저 만날 수 있습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미국 증시에서 테슬라가 일으킨 투자열기가 기업인수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스팩(SPAC?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으로 넘어오고 있습니다.

2월 둘째 주에만 26개 스팩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IPO) 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11개 스팩이 대상기업과의 합병 협약, 즉 Definitive Agreement 체결을 발표했고요.

정보업체인 스팩트랙에 따르면 올 들어 2월16일까지 총 148개 스팩이 IPO를 통해 455억달러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스팩 돌풍이 일었던 2020년 248개 스팩이 IPO를 통해 829억달러를 조달한 것과 비교하면, 한달 반 만에 작년의 절반 수준을 넘어선 것입니다.

스팩에서도 가장 핫한 섹터는 단연 전기차와 배터리 분야입니다. 그래서 지난 시간엔 스팩과 합병협약(DA?Definitive Agreement) 체결 단계에 있는 전기차 스타트업들을 살펴 봤는데요. 이번엔 합병대상 기업을 아직 물색 중인 ‘탐색(Searching)’ 단계에 있는 유망 스팩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탐색 단계 스팩

합병대상이 정해지지도 않은 탐색 단계 스팩에 투자하는 이유는 뭘까요?

스팩은 기업인수목적회사로 백지수표회사(Blank check company)라고 불립니다. 2~3년 안에 IPO로 조달한 자금으로 기업을 인수한 뒤 합병대상 기업을 재상장 시키는 게 목적인 회사입니다.

스팩은 4단계 생애주기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스팩 설립 후 증시에서 자금 공모(IPO)를 하기 전(Pre-IPO) 단계 → 상장 이후 합병대상을 탐색하는 단계(Searching) → 합병 대상기업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는 단계 → 대상기업과 합병 협약서(DA)를 체결하는 단계 → 합병이 완료되고 대상기업이 재상장하는 단계로 구분됩니다.

현재 미국 나스닥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412개(2월16일 기준) 스팩 가운데 탐색단계는 329개로 가장 많습니다. LOI 단계는 4개, DA 단계는 79개입니다. Pre-IPO 단계 스팩도 134개에 이릅니다.

주가 측면에서 보면 LOI와 DA 발표 직후 가장 가파르게 오른 뒤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주가가 하락했다가, 합병완료 즈음 다시 주가가 상승하는 패턴이 자주 나타나고 있습니다.

반면 탐색 단계 스팩은 공모가인 10달러 수준에 머물기 때문에 합병대상을 찾을 경우 보다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됩니다. 즉, 될 성부른 나무의 떡잎 시절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탐색 단계 스팩으로 몰리게 되는 거죠.
탐색 단계 스팩 선별법

탐색 단계에 있는 유망 스팩을 고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 번째 방법은 유명한 사람이 참여한 스팩을 고르는 겁니다. 예를 들어 스타트업 CEO 출신이 스팩 경영진이나 이사회에 포함됐는지, 월가의 저명한 투자회사가 스폰서로 나섰는지, 스팩 합병을 성공시킨 회사가 연쇄 설립한 스팩인지를 살펴보는 거죠.

스팩은 대상기업과 합병 전까지는 껍데기 회사일 뿐입니다. 때문에 스팩을 운영하는 사람을 보고 투자하는 게 향후 좋은 기업과 합병에 성공할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라는 논리입니다.

유명인들이 설립한 스팩은 뉴스로 바로 바로 나오는데요.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SPACs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올리는 핫이슈와 뉴스 정보를 손쉽게 파악할 수도 있습니다.

개별 스팩의 상장 규모와 주요 경영진, 스폰서 등을 포함한 공식문서는 SEC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보업체 스팩트랙에서는 모든 스팩의 정보를 엑셀 형식으로 볼 수 있어 면밀히 공부하고 싶은 분들은 방문해볼 만합니다. 스팩인사이이더에서도 스팩 일정, 합병협약 정보 등을 볼 수 있고요.

두 번째 선별 방법은 탐색단계 스팩에 주로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보유종목들을 살피는 겁니다. 미국증시에 상장된 스팩 ETF 3개 가운데 SPCX ETF가 바로 합병협약(DA) 이전 단계 스팩 80여개에 분산 투자하고 있는 상품입니다.

운용사는 강력한 스폰서가 있는 스팩일수록 장기적으로 성과가 좋을 것으로 본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결국 탐색 단계에서는 누가 만든 스팩이냐가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지금까지 방법론을 설명 드렸는데요.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유명인이 참여한 스팩과 SPCX ETF이 보유한 종목을 총망라해 꼽은 유망 스팩은 어디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스팩 킹, 차마스

월가 운용업계 스타로 아크인베스트의 캐시 우드가 꼽힌다면, 스팩 업계에는 차마스 팔리하피티야(Chamath Palihapitiya)이 있습니다. 페이스북 부사장 출신으로 벤처캐피탈업체 소셜캐피탈헤도소피아를 설립해 워런버핏과 자주 비교되며 ‘리틀버핏’으로 불렸는데요. 소셜캐피탈헤도소피아가 잇따라 스팩 합병을 성공시키면서 단숨에 ‘스팩 킹’ 자리에 올랐습니다.

소셜캐피탈은 지금까지 6개의 스팩을 출시했는데요. 1호 스팩은 올해 우주관광선을 출발시킬 예정인 버진갤럭틱(SPCE)과 성공적으로 합병해 주가 대박을 터트렸습니다. 2호 스팩은 온라인 부동산 거래 플랫폼 오픈도어(OPEN)와, 3호 스팩은 미국 온라인 보험서비스기업 클로버헬스(CLOV)와 합병을 마무리했습니다.

올 들어 1월7일엔 5호 스팩 IPOE가 유망 핀테크기업 소파이(SoFi)와 합병협약을 발표하면서 다시 한번 차마스의 명성을 확인시켰는데요. 나머지 4호, 6호 스팩인 IPOD와 IPOF는 아직 합병대상을 물색하는 단계입니다. 하지만 이미 매수세가 몰리면서 IPOD 주가는 16달러, IPOF는 15달러 수준입니다. 공모가 10달러 대비 이미 50~60% 이상 주가가 오른 셈이죠.

차마스와 관련된 스팩 가운데 SPCX ETF가 보유한 종목은 무엇일까요? SPCX는 2월16일 기준 소파이와 합병협약(DA)을 체결한 IPOE는 지분은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합병대상 발표 이전 단계인 IPOD, IPOF는 각각 1.62%, 1.38% 보유하고 있습니다.
행동주의 투자자들도 줄줄이 스팩 출시

월가의 행동주의 헤지펀드도 잇따라 스팩 시장에 뛰어 들고 있습니다.

헤지펀드업계 샛별로 불리는 빌 애크먼이 이끄는 퍼싱스퀘어 캐피털매니지먼트는 스팩 퍼싱스퀘어 톤틴홀딩스(PSTH)를 설립했습니다. 2020년 7월 스팩 사상 최대 규모인 40억달러 자금을 공모했습니다. 스트라이프와 합병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아직 인수대상을 찾고 있습니다.

최근 인텔에 반도체 제조사업을 없애라고 요구한 행동주의 투자가로 잘 알려진 대니얼 로엡의 헤지펀드 서드포인트도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스위스 환전서비스회사 글로벌블루(GB)를 스팩 합병을 통해 상장시켰습니다.

헤지펀드 스타보드밸류 CEO 겸 파파존스피자 회장인 제프리 스미스도 스팩 큰손으로 꼽힙니다. 제프리 스미스는 2020년 9월 스팩 스타보드밸류액퀴지션컴퍼니(SVAC)를 출범시키고 3억4500만달러를 공모했습니다. 유망 기업을 비싸지 않은 가격에 인수하는 투자 전략을 갖고 있다는 업계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7억5000만달러 규모로 IPO한 Ajax I(AJAX)도 화려한 ‘드림팀’이 만든 스팩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헤지펀드 오-지프 캐피탈을 설립한 대니엘 오와 MSD캐피탈 공동창업자인 글렌 퍼만이 운영하는 스팩입니다. 인스타그램 공동창업자인 케빈 시스트롬, 스퀘어 공동창업자인 짐 맥켈베이, 23앤드미 공동창업자 앤 워치스키, 치포틀 창업자 스티브 엘스가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Ajax는 중국 핀테크, 소비자섹터 분야 기업을 인수할 계획입니다.

이중 SPCX ETF가 보유한 종목은 무엇일까요? 2월16일 기준 SPCX가 최고 많이 보유(4.33%)한 종목은 바로 제프리 스미스의 스타보드밸류(SVACU)입니다. 빌 애크먼과 대니엘 오가 만든 스팩엔 투자하고 있지 않습니다.

지난해 9월 8억2800만달러 규모로 IPO한 스팩 콘 로빈슨 홀딩스(CRHC)은 트럼프 경제 수석보좌관을 지낸 개리 콘과 KKR의 파트너로 활동한 클리프톤 로빈슨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CRHC는 SPCX ETF가 두 번째로 많이 보유한 종목(3.12%)이기도 합니다.

페이팔, 팔란티어 등에 초기 투자한 틸캐피탈이 스폰서로 참여하고 브릿지타운홀딩스는 BTWN, BTNB 두 개의 스팩을 설립했는데요. 동남아 핀테크를 인수할 계획입니다. 스팩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매튜 댄자이젠 틸 캐피탈 파트너는 국내 사모펀드 크레센도에도 투자한 적이 있습니다. 이중 BTNB는 SPCX ETF가 보유한 상위종목 5위에 들어갑니다.

지난해 스팩 합병을 통해 상장한 스포츠베팅회사 드래프트킹의 CEO 제이슨 로빈슨도 호라이즌액퀴지션을 만들어 스팩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빌보드지를 소유하고 있는 미디어그룹 엘드리지인더스트리의 토드 보일리(Todd Boehly)가 참여하고 있는데요. 호라이즌액퀴지션은 2020년 8월 1호 스팩 HZAC를 상장시킨데 이어 10월엔 2호 스팩 HZON을 IPO 했는데요. HZAC는 SPCX ETF가 보유한 상위 종목 10위에 들어갑니다.

지난해 9월 6억9000만달러 규모로 IPO한 리인벤트 테크놀로지 파트너스(RTP)는 링크드인 공동창업자이자 페이팔 CEO를 지낸 리드 호프만과 온라인 게임회사 징가 의장을 맡고 있는 마크 핀커스가 공동 선임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RTP는 도심항공모빌리티 회사 조비에비에이션과 합병설 뉴스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RTP는 2월16일 기준 SPCX ETF의 보유종목에는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새내기 스팩주

2월에 상장한 새내기 스팩주 가운데 유명인이 참여한 스팩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737맥스의 추락사고로 불명예 퇴진을 한 보잉의 전 CEO인 데니스 뮬렌버그는 뉴비스타엑퀴지션(NVSA) 2월16일 2억4000만달러 규모로 IPO 했습니다. 우주항공, 통신, 항공모빌리티, 물류 분야 기업을 인수할 예정입니다.

시리즈 스팩도 줄줄이 상장하고 있는데요. 처칠캐피탈의 6호(CCVI), 7호(CVII) 스팩도 2월12일 상장했습니다. 7호 스팩 CVII의 IPO 규모는 12억달러에 달합니다.

아폴로스트레티직그로스캐피탈도 지난 9일 6억9000만달러 규모로 2호 스팩 APGB를 IPO했습니다. 라자드운용사가 만든 라자드그로스액퀴지션은 같은 날 5억7500만달러 규모 LGAC를 IPO시켰습니다.
SPCX 상위종목

SPCX ETF가 보유한 스팩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SPCX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직전 영업일 기준 보유종목 86개가 매일 업데이트가 되는데요. 지수를 추종하는 방식이 아니라 펀드매니저가 수시로 스팩을 매매하는 액티브 ETF입니다.

얼마나 액티브하게 운용되는지 알 수 있는 게, 2월9일 기준 루시드모터스와 합병소문이 돌면서주가가 급등한 CCIV가 1위 보유종목에 들었지만, 사흘 뒤인 12일엔 보유지분이 0%였습니다.

같은 기간 수소전지 트럭회사인 하이즌모터스와 합병 협약(DA)을 맺은 DCRB의 보유지분을 반으로 줄였습니다. 아무래도 SPCX가 합병협약 이전 탐색단계 스팩에 집중 투자하는 ETF이다 보니 일종의 약혼이 성사된 스팩엔 관심이 덜한 것 같습니다.

SPCX의 상위 10개 종목을 보면 앞서 설명한 스팩 외에도 블랙스톤운용사가 만든 PRPB가 있습니다. 고어그룹 창업자 알렉고어가 만든 GRSV도 올랐는데, 이 스팩은 2월13일 아르다그룹의 음료캔 업체와 합병소문이 돌기도 했습니다. 소프트뱅크가 만든 SVFA, 태양광 등 인프라 기업을 인수하려고 하는 HCIC, 유럽 기업을 찾고 있는 AVAN 등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어떻게 투자할까

유명인이 참여한 SPAC이라고 해서 SPCX ETF의 투자대상은 아닙니다.

스팩은 상장 이후 합병대상을 찾기까지 보통 1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그만큼 주가가 공모가 수준에서 머물 가능성이 높은데요. 그만큼 기회비용이기 때문에 ETF 펀드매니저 입장에서는 초기 단계 스팩 보다는 합병대상 탐색이 어느 정도 됐을법한 스팩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또 합병협약을 맺기 전에 스팩 주가가 유명세 하나로 급하게 오를 경우, 합병비율에서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위험요인이라고 볼 수도 있고요.

매일 신규 IPO와 합병소문 합병일정 등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탐색단계 스팩에 집중 투자하는 ETF는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M&A시장에 올라탈 수 있는 간편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ETF 수익률에 만족할 수 없는 투자자라면, 좋은 경영진과 스폰서가 합류한 스팩 리스트를 펼쳐놓고 뉴스 흐름을 따라가면서 선별 투자해야 할 텐데요.

유망 스팩이라 할지라도 너무 비싸게 사면 주가 변동성을 이기기 쉽지 않죠. 여러 경험자들은 인수합병 기업을 찾고 있는 탐색단계 스팩은 12달러 이내에서 투자한다면 주가가 공모가 수준으로 20% 빠지더라도 변동성을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스팩의 워런트, 보통주 투자방법과 투자시 유의점을 설명드리겠습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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