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은행이 180억원(최저 입찰가 기준) 규모의 점포 등 유휴 부동산 매각에 나섰다. 다른 은행들도 잇따라 폐쇄한 점포와 각종 부동산을 공매로 내놓으며 매각 행렬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격히 금융의 비대면화가 진행되면서 은행들의 ‘몸집 줄이기’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국내 은행이 추진하는 부동산 매각 건 중 최대 규모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폐쇄한 점포와 출장소가 있던 부동산을 매각해 현금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매년 유휴 부동산을 처분하고 있지만 지난해 부터 매각 대상과 액수가 더 늘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 뿐 아니라 상당수의 은행이 알짜 부동산들을 줄줄이 매각하고 있다는 게 업계 얘기다. 코로나 19 사태 이후 손님이 줄어 문을 닫은 지점이 늘었고, 은행들도 지역 거점 점포 중심으로 점포 체계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대 은행(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기업)이 공매를 통해 처분한 유휴 부동산 규모는 1270억원이었다. 2019년(490억원) 대비 2.6배 가량 늘었다. 올해도 293억원 규모의 부동산(하나은행)이 이미 매각을 완료했다. 이들 은행이 수의 계약(일대일 계약)으로 처분한 부동산 규모도 2019년 302억원에서 1647억원 규모로 한해 사이 5배 이상 뛰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부동산 매각 행렬이 부쩍 늘었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점포마다 고객의 발걸음이 크게 줄고 비대면 뱅킹 이용 비중이 급격히 커진 탓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대형 IT기업)의 금융 진출이 본격화한 것도 은행의 구조 조정을 부추겼다.
특히 지난해 8~9월에는 한달새 1700억원에 달하는 은행 소유 부동산이 공매로 나왔다. 당시 하나은행은 27곳을, 국민은행은 10곳을 한번에 내놨다. 매각 대상에는 폐쇄 점포를 비롯해 유휴 상가, 건물 등이 포함됐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점포 뿐 아니라 기숙사, 연수원, 운동시설 등 공동 시설도 코로나 이후 활용이 어려워지면서 매각하는 사례가 늘었다”며 “큰 돈을 투자한 부동산을 사용하지 않고 두는 것 보다는 현금화하는 것이 위기 때는 더 낫다고 판단한 곳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대형은행 관계자는 “요즘은 서울 명동 등 사람이 몰리던 주요 점포조차도 번호표를 뽑고 오래 기다리는 일이 없어졌을 정도로 한산해졌다”며 “과거 지점 방문을 선호하던 중장년층도 코로나를 계기로 비대면 금융에 익숙해지면서 점포 수요는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부동산을 공매로 내놓는 경우가 많지만 여러번 유찰이 되는 경우에는 수의 계약으로 팔기도 한다”며 “아직까지 팔리지 않고 유찰된 매물들이 상당히 쌓여 있음을 고려하면 올해부터는 매각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빅테크의 위협도 은행들의 체질 개선 작업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형 은행들은 점포 운영과 영업점 직원 인건비가 고정적으로 들기 때문에 빅테크 계열 금융사에 비해 비용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영업 이익에서 판매관리비(인건비에 임차료 등 비용을 더한 금액)가 차지하는 비중인 영업이익 경비율(CIR)은 지난해 4대 은행이 44~54% 가량을 기록했다. 향후 점포가 없는 카카오뱅크 등 은 상장 후 이 비중이 30%대까지 내려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몸집을 줄이고 디지털 중심의 영업 체계를 빠르게 구축하는 은행이 생존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면서도 “결국 빅테크와 차별화할 수 있는 은행의 기능이 대면 영업 및 자산 관리인 만큼 주요 점포 위주를 남겨두되 이같은 기능은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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