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유교만으로는 中정치사상 이해 못하죠"

입력 2021-02-25 17:47   수정 2021-02-26 09:49


“책 표지에 붉은색, 용 등 ‘중국적 이미지’를 가능한 한 넣지 말아달라고 출판사에 부탁했어요.”

《중국정치사상사》(사회평론아카데미)를 쓴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사진)의 말이다. 그는 “제3자의 시선에서 기존 중국정치사상사와 차별화된 책을 쓰겠다는 목표를 겉표지에서부터 나타내고 싶었다”고 했다. 중국 학자들이 내세우는 ‘변치 않는 중국적 특성’이라는 이데올로기와 이미지를 걷어내려 노력했다는 김 교수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만났다.

그동안 중국정치사상에 대한 논의는 샤오궁취안(蕭公權), 거자오광(葛兆光), 류쩌화(劉澤華) 등 중국 학자들의 저술에만 기대어 왔다. 국내 학자가 중국정치사상사를 출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7년 영문판(A History of Chinese Political Thought)으로 먼저 출간됐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어본을 새로이 썼다. 계몽된 관습공동체, 국가, 형이상학 공화국, 독재, 정체(政體), 시민사회, 제국 등이 핵심 키워드다. 중국의 역사 자료뿐만 아니라 한국, 일본, 서양 학계의 다양한 문헌을 활용했다.

“한국 학자가 중국정치사상사를 왜 썼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저는 오히려 되묻고 싶어요. 왜 쓰면 안 되죠? 한국의 정치사상사를 외국인이 쓸 수 있는 것처럼 중국정치사상사 역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김 교수는 서문에서 “독자가 현재의 중국에 대해 알고 싶어 책을 집어 들었다가 생각보다 넓게 펼쳐지는 세계에서 그만 길을 잃게 만드는 것이 나의 바람”이라고 밝혔다. 또 “공동체를 둘러싸고 전개되는 사람들의 욕망과 열망과 갈등의 한복판에서 이뤄진 사상을 다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자와 사상을 시대별로 나열하듯 서술하는 방식은 시간의 흐름을 분절시키고, 각 왕조를 대표하는 인물과 정치체제가 출현한 배경을 설명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당나라는 중국 역사에서 가장 찬란하고 개방적인 문화를 자랑했죠. 그런데 당나라의 국가체제 확립을 살펴보려면 한나라 때부터 형성된 귀족사회와 흉노제국 와해 후 비(非) 한족들의 중원 이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유교를 천편일률적 사상으로만 묘사한 기존 서적들에 대해선 “시대에 맞춰 역동적으로 변화해온 중국 정치사상의 진면목을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그가 이 책에서 ‘유교들’이라고 하는 이유다. 그는 특히 약 1500년간 중국 정치사상의 중심이었던 도학(道學)에 주목한다. 도학자들은 국가의 위계질서에 순응하고 관료로서도 활발히 활동했다. 하지만 그들은 ‘형이상학적 공화국 안의 평등한 구성원’이란 자아관을 갖고 있었다.

“송나라 문장가 소식(蘇軾)의 ‘적벽부(赤壁賦)’에서 흥미로운 정치사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중앙집권 체제가 작동하는 영역에선 관료이지만 그 밖에선 삶의 다양성을 수용해요. 통치자들은 도학자를 자기 편으로 만들어 정치체제에 흡수시키기 위해 과거시험을 이용했습니다.”

김 교수는 “정치사상이란 무질서를 질서로 바꿔온 모든 역사 과정을 집약한 것”이라며 “당대 통치체제와 최상위층 간 혼맥 형성, 공문서, 문학작품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면에서 최근 중국이 소프트 파워 강화를 위해 자국의 역사와 문화 연구를 강화하는 걸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학자들이 쓴 정치사상사에서 ‘하나의 중화’를 유독 내세우는 것도 민족주의적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여느 강대국이 그랬듯 패권국가가 아니라 ‘매력적인 국가’란 이미지를 심고 싶어 합니다. 이것이 아직 시작 단계라 이미지 변신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엔 이릅니다. 향후 중국 정치사상 해석의 다양성을 얼마나 인정할지에 달려 있을 것 같습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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