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임대차法 모델' 독일의 실패, 정부는 보고 있나

입력 2021-02-26 17:31   수정 2021-02-27 00:02

작년 7월부터 시행된 전월세상한제의 모델인 독일 베를린시의 ‘월세상한제’가 심각한 부작용을 양산해 주목된다. 이 제도는 임대인이 내년 1월까지 ㎡당 9.8유로를 초과해 월세를 인상하지 못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작년 1월 시행 후 1년여 만에 베를린의 월셋집 공급은 반토막 났고, 월세를 구하지 못한 무주택자들이 밀려나 포츠담 등 주변지역 월셋값이 급등했다.

이런 현상이 눈길을 끄는 건 정부·여당이 지난해 임대차2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을 강행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이 제도를 콕 집어 ‘선진 사례’로 홍보했기 때문이다. 당시 많은 전문가들이 “전세 공급이 급감해 월세화(化)가 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지만, 국토교통부는 독일을 거론하며 “선진국은 계약 갱신 때뿐 아니라 초기임대료도 제한하는 사례가 많다”고 법안을 합리화하는 데 급급했다. 임차 희망자가 이력서와 최근 3개월치 통장 내역 등을 집주인에게 제출하고, 수십 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 베를린의 실상을 애써 외면한 것이다.

결과는 베를린과 ‘판박이’다. 전세매물의 씨가 말라 임대차시장은 월세 위주로 재편됐고, 임차인 부담은 커졌다. 이번 달(1~22일) 서울 전·월세 매물 가운데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64.5%(부동산 정보업체 다방 집계)로 1년 전에 비해 6.2%포인트 높아졌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는 이 비중이 88.4%에 달한다. 겨울 이사철이 지나면서 전셋값 상승률이 주춤한 게 위안거리라지만, 언제든 가격을 자극할 수 있는 위협요인도 많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에 공급되는 아파트에 최장 5년간 실거주 의무를 강제한 이른바 ‘전월세금지법’이 최근 시행에 들어간 게 대표적이다. ‘로또 청약’을 방지한다는 게 도입취지이지만, 대개 새 아파트 입주 때 쏟아지는 전세매물을 실종시킬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2·4 공급 대책’에 포함된 공공분양 아파트 추첨제가 매매수요를 ‘청약 대기’로 돌려 전세난을 심화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임차인들의 부담을 줄이려면 거래를 틀어막은 규제를 풀어 시장에 저렴한 전세 매물이 흘러나올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반(反)시장 규제’ 철폐라는 정공법을 외면한 채 언제쯤 입주가 이뤄질지 알 수 없는 공공 직접 정비사업 등 ‘뜬구름 공급책’만 내놨다. 그래놓고 “이번에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문을 외우고 있다. 대체 무주택자들의 고통을 덜어줄 의지가 있기는 한 건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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