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등치는 '리딩 단톡방

입력 2021-02-26 17:38   수정 2021-03-05 18:48

50대 개인투자자 A씨는 지난해 6월 재테크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한 카카오톡 오픈대화방에 들어갔다. 작년 5월 개설돼 1000여 명이 모여있던 이 오픈대화방은 비트코인, 주식, 펀드 등 각종 재테크 정보를 공유하는 소위 ‘개미들의 친목장’이 됐다.

대화방에서는 반복적으로 수익 인증글이 올라왔다. ‘어떻게 투자하셨냐’는 A씨의 물음에 한 투자자는 “내가 걸어준 링크에서 상담을 받고 프로그램을 다운받아서 투자하면 성공한다”고 답했다. 그는 A씨에게 자신이 개설하는 1 대 1 대화방에 참여하라고 했다.

그는 1 대 1 대화방에서 A씨에게 오픈대화방 닉네임과 전화번호 등을 알려달라고 한 뒤 주식거래 프로그램 다운로드 링크를 보내줬다. A씨는 “다운받으려다 수상한 마음에 검색을 해보니 이와 비슷한 수법으로 사기를 친 사례가 있더라”며 “이 프로그램이 가짜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개미 울리는 리딩방 사기
26일 경찰에 따르면 A씨 사례처럼 SNS 오픈대화방 등을 통해 개인투자자를 속이는 사기 수법이 성행하고 있다. 가짜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설치하게 해 투자금을 가로채는 식이다.

사기꾼들은 가짜 HTS 프로그램 다운로드 링크를 발송해주고, 해당 프로그램을 설치한 회원만이 선물거래를 할 수 있다고 속인다. 가짜 HTS를 통해 주식 매매를 할 경우 실제 거래가 이뤄진 것처럼 표시되지만 증권사의 거래망과는 무관하다. 해당 HTS에서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입금을 하면 돈이 사기꾼들의 대포 통장으로 들어간다.

사기꾼들은 “통장으로 현금을 입금하면 HTS 프로그램 선물 거래에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로 환전해주겠다”고 속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기꾼 신원 특정 쉽지 않아
이 프로그램과 연결된 계좌에 투자금을 입금한 이들이 출금을 요청할 경우 수수료·세금 등의 명목으로 추가 비용을 요구하거나 잠적한다. 금융사기방지 서비스 플랫폼인 더치트의 김화랑 대표는 “해당 프로그램 약관에 기업명이 없는 걸로 봐선 정상적인 프로그램이 아닌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며 “동일한 프로그램을 이름만 변경한 형태로 유통하며 사기행위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사기꾼들이 SNS에 올려놓은 프로필은 대부분 거짓이고, IP조회를 해봐도 대포폰 계정인 경우가 많아 신원 특정이 쉽지 않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불법 주식 리딩방에 대해 소비자 보호 ‘주의’ 경보를 내리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 투자업 관련 사이버 불법 금융 행위 제보 건수가 495건으로 전년(139건)에 비해 세 배 가까이 급증했다.

서준배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사기방지연구회 부회장)는 “A씨가 들어간 카카오톡 오픈대화방 참여자 중 상당수가 바람잡이일 가능성이 높다”며 “사람들의 군중심리를 이용해 속이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최근 주식시장 등이 활황을 보이며 투자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다”며 “이를 노리는 사기꾼도 늘어나는 추세여서 수사당국 차원의 단속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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