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산 핵심인데 어쩌나"…삼성이 애타게 찾는 '이것' [황정수의 반도체 이슈 짚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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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2-27 14:05   수정 2021-02-27 17:07

"반도체 생산 핵심인데 어쩌나"…삼성이 애타게 찾는 '이것' [황정수의 반도체 이슈 짚어보기]

최근 세계 반도체 업계의 화두는 단연 '물'이다, 미국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은 한파에 따른 전력 공급 중단에 이어 '물 부족' 때문에 멈춰서있다. 텍사스 지역의 강추위 때문에 하천이 얼어 붙고 수도관도 동파돼 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서다.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도 물 때문에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한다. 극심한 겨울 가뭄 영향으로 대만 정부가 '절수 조치'를 시행 중이기 때문이다. 왜 반도체 공장이 물 때문에 가동을 못 하거나 가동 중단을 걱정해야할까.

불순물 제거한 '초순수(水)' 없으면 반도체 공장 멈춰야
하루 수십만t의 물이 대부분의 반도체 생산 공정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체들은 공업용수에서 불순물을 제거한 ‘초순수(ultrapure water)’를 공정에 투입한다.

초순수는 웨이퍼와 반도체를 씻는 세정이나 웨이퍼를 깎는 식각 공정에 활용된다. 고도로 정제된 물을 쓰는 건 반도체가 ‘마이크로미터(㎛: 1㎛=100만분의 1m)’ 단위의 불순물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수율(생산품 중 양품 비율)을 높이는 데 깨끗한 물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국내 반도체 공장의 물 사용량은 공장 당 수십만t 규모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주요 생산 공장은 하루 10만t 이상의 공업용수를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기흥·화성 사업장엔 16만t, SK하이닉스 청주 M15엔 15만t, M16 공장을 짓고 있는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엔 총 23만t이 필요하다. 착공 예정인 삼성전자 평택 4~6기는 하루 25만t, SK하이닉스 용인클러스터엔 하루 26만t이 들어갈 예정이다.


반도체 기업들은 공장 신설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전력 공급과 함께 물 조달 방안을 가장 중요하게 다룬다.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살펴보자. 삼성전자는 2017년 최신 메모리반도체를 생산하는 1공장(P1)을 준공했다. 최근 2공장(P2)을 건설 중인데 이 곳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와 메모리 생산 라인이 함께 들어선다.

반도체 기업들은 공장 신설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전력 공급과 함께 물 조달 방안을 가장 중요하게 다룬다. 평택시는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에 하루 22만t의 공업 용수를 공급 중이다. 이는 1공장과 현재 건설 중인 2공장, 기초 공사 중인 3공장에 필요한 물이다. 이 물을 공급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평택시는 10년을 준비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평택에 4~6공장을 착공하는 계획을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평택시에 "2025년부터 하루에 물 25만t을 추가로 공급해달라"고 요청했다. 물 추가 조달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수원(水源)을 확보하더라도 평택까지 물을 끌어오는 과정에서 집단민원 등 다양한 변수가 생길 수 있다. 평택시는 지역하천 오성강 주변에 대규모 정수장을 건립하고 삼성전자에 물을 보내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경기 용인 원삼면 일대 448만㎡(약 135만 평) 부지에 120조원을 들여 4개 반도체 공장을 짓는 방안을 확정한 SK하이닉스도 ‘물 전쟁’을 치르고 있다. SK하이닉스와 용인시는 물 확보 방안 중 하나로 하루 26만t 규모 공업용수를 팔당상수원에서 하남을 거쳐 용인까지 끌어오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지난해 하남시로부터 공식 반대 의견을 받았다. 주변 지자체와 주민들의 거센 반대가 원인이다.
미국 강추위에 전기 이어 물까지 부족
삼성전자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은 현재 어떤 상황일까. 오스틴 현지 언론과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끊어졌던 전기는 일정 수준 공급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공장 가동 시점은 아직 미정 상태다. '물' 때문이다.

오스틴지역의 물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하천이 얼고 수도관이 동파됐기 때문이다. 지난 20일부터 '긴급 물 제한' 조치가 시행됐다. 시 정부는 "물을 끓여 마시라"고 권고했다. 침전물이 있는 물을 요리 등의 용도로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할 정도였다.

긴급 물 제한 조치는 지난 24일 오전 8시부터 해제됐다. 물을 끓여 마시라던 권고도 같은 시점부터 해제된 상태다. 수도망이 완벽히 복구된 상태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시 정부는 동파된 수도관이 복구되지 않은 지역에 '공공 급수 시설'을 운용 중이다.


삼성전자는 현재까지 반도체 공장을 가동하지 않고 있다. 안정적으로 물이 공급되는 지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는 게 삼성전자 관계자의 얘기다. 공장을 섣불리 가동했다가 만에 하나 급수가 다시 차단되면 공장을 멈춰야하고, 그렇게되면 회복하기 어려운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어설프게 공장을 가동하기보다 전기, 물 등의 수급 상황이 완벽해졌을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낫다는 게 삼성전자의 판단이다.

반도체 공장이 '갑자기' 멈추면 생산 라인에 있는 웨이퍼는 모조리 폐기해야한다. 2018년 3월 삼성전자 평택공장에서 발생한 정전 사고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40분간 전력이 끊겼다. 당초 비상 발전기 가동을 통해 피해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비상 전력 공급 시간은 15~20분에 불과했다. 최소 20분간 전력 공급이 완전히 끊기며 클린룸의 청정 진공상태가 무너졌다. 라인에 있던 제품들이 먼지를 뒤집어쓰면서 망가져 버렸다. 반도체에 얇은 막을 입히는 증착공정에 들어가 있던 제품들도 그대로 굳어 못 쓰게 됐다. 300㎜ 웨이퍼 기준 최소 3만 장, 최대 6만 장의 3D 낸드가 생산 과정에서 손실을 입었을 때 피해액은 '500억원' 정도로 추정됐다.

오스틴 공장의 가동 중단이 열흘 간 이어지면서 반도체 시장의 공급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오스틴공장에선 인텔, 퀄컴, 테슬라, NXP 등 다양한 고객사의 주문을 받아 디스플레이구동칩, 스마트폰용반도체, 통신용 반도체 등 다양한 품목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반도체업계에선 오스틴 공장의 생산량을 300mm 웨이퍼 투입 기준 월 10만장 수준으로 추정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오스틴 팹의 12인치 웨이퍼 용량은 글로벌 생산량의 5%를 차지하고 있다"며 "가동 중단으로 글로벌 12인치 용량이 1~2%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본사와 협력사 인력을 오스틴으로 급파해 안정적인 재가동을 위해 제반 여건을 점검 중이다.
대만 TSMC는 가뭄에 따른 물 부족에 '전전긍긍'
삼성전자 미국 공장이 한파에 따른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면 경쟁업체 대만 TSMC는 가뭄으로 물을 원하는만큼 조달하지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로이터,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대만 정부는 신추, 타이중 등 TSMC 공장이 있는 중북부 지역에 "공업용수 사용을 11% 줄이라"고 지시했다. 그나마 상황이 나은 남부지역에서도 수압을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의 가뭄은 심각한 상황이다. 보통 대만은 1년 중 6~9월 태풍이 지나가며 쏟은 비를 비축해 겨울 가뭄을 이겨낸다. 대만 중부에서 작년 6월부터 지난 1월까지 강우량은 지난 20년 평균의 49%에 불과했다. 현재 대만 남부와 중부의 저수지 수위는 평소의 40% 수준까지 낮아졌다.

TSMC의 하루 물 사용량(2019년 기준)은 15만6000t이다. 신추 지역 일일 공업용수 공급량의 10.3%를 차지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TSMC는 공식적으론 "물 사용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상황은 심각해지고 있다. 현지 외신에 따르면 TSMC는 외부 용수 조달에 나섰다. 20t 물탱크를 실은 트럭 수십대를 섭외해 하루 3000t 정도의 공업 용수를 대고 있다. 물 값과 운송비를 더하면 트럭 한 대 당 100만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TSMC 본사는 각 공장에 '최소 이틀치의 물을 비축해놓고 있어야한다'는 지시를 내렸다.

대만 매체들은 "반도체기업 관계자들이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만을 기원하고 있다"며 오는 5월까지 이어지는 건기에 물 부족 사태가 심각해질 가능성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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