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불만? 요즘 직장인들 왜이래?"…그래서 물어봤습니다

입력 2021-02-28 15:57   수정 2021-02-28 16:51


"요즘 직장인들이 왜 이럴까요?"

SK하이닉스 등의 '성과급 대란'을 지켜본 한 기업 임원이 한 얘기다. 회사의 처우에 항의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20~30대 직장인들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네이버, 카카오 등에서도 젊은 직장인들이 임금·근무환경 등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사례가 늘면서 기성세대의 당혹감도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LG전자에 불씨가 지펴졌다. 연구원 등 사무직 근로자들이 인금인상률와 성과급에 불만을 드러내며 노조 설립을 추진하고 나섰다. 사무직 노조는 25일 서울지방노동청에 노조설립 신고서를 제출했고, 승인이 완료되면 3월 공식 출범하게 된다. 현재 LG전자에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생산직 노조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서비스직 노조가 있다. 사무직군은 노조에 소속되지 않았다. 이들은 사측의 성과급 산정기준을 이해하기 어려운데다 서비스직 노조에 가입한 타 직군 등에 비해 역차별을 받아왔다는 이유로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의 사무직 노조 사례는 노동계에서도 특이한 케이스로 바라보고 있다. 민주노총 등 노동단체의 간부급이 주도해 설립하는 여타 노조와 달리 20~30대 직장인들이 주축이기 때문이다. 노조 설립을 처음으로 제안한 유준환 LG전자 연구원도 이제 4년차인 주니어다. 그는 재학시절 노동운동을 하거나 특정 시민단체 활동 경력이 없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유 연구원은 "지난 17일 익명 SNS앱 블라인드에 노조 설립을 제안한 뒤 동료들의 지지를 얻자 팔을 걷어부쳤다"며 "노조 가입신청을 블라인드에 공지한지 3일 만에 400여명이 가입했고, 2000여명이 가입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가입 의사를 밝힌 직원들도 대부분이 저연차라고 유 연구원은 덧붙였다.

경영학계에서는 최근들어 직장인들의 의사표현방식이 과거와 달라졌다고 분석한다. 회사에 불만이 있어도 미래의 보상을 생각하며 삭히거나 노조가 주도해 파업등 투쟁을 벌였던 과거와 달리 20~30대 직원들은 각자가 스스럼없이 목소리를 낸다는 게 주된 변화다.

전문가들은 과거에는 회사와 직원 사이가 평생 유지되는 관계였지만 이제는 5~10년 유지되는 관계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채가 폐지되고 경력채용이 늘어나는 등 노동시장이 변하면서 회사가 개인을 평생 책임져주는 시대는 끝났다"며 "직원들도 회사에서 참고 견디는 것보다는 불만이 있으면 바로 표출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정성에 민감한 MZ세대(1980~1990년대생)의 출현도 행동변화의 이유로 꼽힌다. 미래에 대해 불확실하게 생각하고, 의사결정의 절차·과정이 올바른지를 따지는 것이 이들 세대의 특징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얻게 될 과실보다 당장의 공정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익명 SNS는 이들의 주된 무기다. 직장인들이 주로 쓰는 앱 '블라인드'에 들어가면 회사에 대한 항의글을 게시하고, 게시글에 언론사를 태그하며 취재를 요청하는 직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앞서 2월 초 SK하이닉스 직원들은 성과급이 동종업계에 비해 너무 적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사내 게시판과 블라인드에 올리며 항의했다. 이에 최태원 SK 회장이 연봉을 반납하겠다고 달랜 뒤에도 논란이 이어져 결국 연봉제도 손보게 됐다.

최근 카카오 직원들도 블라인드에 사내 인사평가제도의 "함께 일하고 싶지 않은 직원을 뽑아달라"는 등 항목이 부당하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파장이 커지자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25일 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번 인사평가 논란은 사내문화에 경고등이 켜진 것과 같다”며 “직장 안에서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거나 상처를 주는 것은 정말 조심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카카오는 3월2일 인사평가제 사내 간담회를 열고 인사평가제도 등을 추가로 논의하기로 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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