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화폐 대체?…8년前 '한국 1호 결제상점' 가보니 [비트코인 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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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3-01 07:00   수정 2021-03-01 14:43

비트코인이 화폐 대체?…8년前 '한국 1호 결제상점' 가보니 [비트코인 나우]

'비트코인' 받는 가게 첫 등장
2013년 12월 3일 한국경제신문 1면 머릿기사 제목이다. 인천의 한 파리바게뜨 가맹점이 현금 대신 비트코인을 받고 빵을 팔기 시작했다는 내용이다. 2013년은 비트코인이라는 낯선 이름이 대중에 처음 알려지기 시작한 때다. 그해 4월 국내 최초 암호화폐거래소 코빗이 문을 연 데 이어 주식시장에는 '짝퉁 비트코인 테마주'가 나타났다고 이 기사는 전했다.



국내에는 지금도 암호화폐를 받는 상점이 일부 남아 있다. 하지만 세간의 관심에서는 멀어진 지 오래다. '한국 1호 비트코인 결제처'였던 인천 파리바게뜨는 여전히 영업 중이지만 더 이상 비트코인은 받지 않는다. 7년 전 가맹점주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현 가맹점주는 취재 요청을 정중하게 거절하며 이렇게 되물었다. "비트코인 결제요? 그게 언제적 얘깁니까."

블록체인에 정통한 한 교수에게 '비트코인이 화폐로서 존재가치가 있느냐'는 질문을 던졌다가 같은 답을 들었다. "화폐요? 그게 언제적 얘깁니까." 그는 "비트코인이 화폐를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은 업계에서도 폐기한 지 오래"라며 "가치가 급등락하는 비트코인을 누가 결제수단으로 쓰느냐"고 했다.

그의 말대로 비트코인은 하루 사이 값이 1000만원 넘게 오르내리는 '변동성 끝판왕'이다. 지난달 23일의 사례를 보자. 빗썸에서 비트코인은 오전 7시께 6336만원까지 올랐다가 오후 2시께 5471만원으로 떨어졌다. 소폭 반등했다가 오후 9시쯤엔 5200만원대로 밀렸다.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미국 마스터카드도 이런 이유로 "비트코인은 안 쓴다"고 선을 그었다. 앤 케언즈 마스터카드 부회장은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너무 크고 거래에 오랜 시간이 걸려 결제수단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카페에서 비트코인으로 계산한다면 결제 마치는 데만 10분이 걸리고, 주문한 커피가 나올 때는 값이 40% 비싸질 수 있다"고 했다.

코인 받는 상점, 아직 있긴 한데…
한경 취재진은 지난해 말 암호화폐로 결제할 수 있는 오프라인 상점을 알려주는 인터넷 사이트 '코인맵'에 등재된 서울 지역 매장 50곳을 조사했다. "지금도 비트코인을 받는다"는 업소는 일곱 곳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과거에 잠시 받다가 중단했다"고 답하거나 폐업 등으로 연락이 닿지 않았다.

자영업자들이 경험한 비트코인 결제의 장단점은 무엇일까. "비트코인을 쓰러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이 있었다"는 건 장점으로 꼽혔다.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은 불편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가좌동에서 해산물 식당을 운영하는 A 사장은 2017년 10월부터 비트코인을 받다가 2019년 중단했다. 그는 "한때는 매월 400만~500만원이 비트코인 매출이었다"며 "쓰는 사람이 없어졌고, 나 역시 가지고 있던 비트코인을 처분했다"고 밝혔다.

이태원의 한 레스토랑에서는 지금도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ADA, 스텔라, 코스모스 등 14종의 암호화폐로 음식값을 지불할 수 있다. 이 가게의 B 사장은 "처음 암호화폐를 받았을 땐 부산이나 대구에서 결제하러 올라오는 사람들이 있었다"며 "2018년 한 영국인을 마지막으로 이용하는 손님이 없다"고 말했다. 간혹 결제 후 송금까지 30분~1시간이 걸리기도 했지만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니 크게 신경쓰진 않았다고 했다. B 사장은 "유럽에는 암호화폐로 실물 결제가 가능한 곳이 많다""우리도 언젠간 그렇게 발전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코인 결제는 계속 받을 생각"이라고 했다.

최근 결제실적은 대부분 '0건'
명동에서 피부관리점을 운영하는 C 사장은 2017년부터 비트코인 결제를 받았다. 손님이 조금이라도 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블로그에 "비트코인도 받는다"고 글을 올렸다. 그러자 1주일에 1~2명씩 비트코인으로 계산하는 손님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코인 열풍이 꺼지면서 이런 발걸음은 곧 끊어졌다. C 사장이 꼼꼼히 장부에 적어둔 암호화폐 거래내역은 2019년이 마지막이었다.

방배동 안경원의 D 사장은 "비트코인을 결제할 때 사용하던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사업이 망한 것인지, 규제로 인해 한국을 빠져나간 것인지 갑자기 사라졌다"며 "그때부터 비트코인 결제를 그만뒀다"고 말했다. 그는 "가치가 수시로 변한다는 것을 손님들도 아니까 '깎아달라'는 말은 안 해서 좋았다"고 했다.

암호화폐 결제를 중단한 잠실의 한 학원 관계자는 "유학생 가운데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던 학생들이 있었다"며 "정부가 가상화폐 규제에 나선 이후 사용자가 급감한 것 같다"고 했다.

비트코인 결제를 받았던 자영업자 중 일부는 소비자에게서 받은 비트코인을 원화로 바꾸지 않고 지갑에 보관하고 있었다. E 사장은 "어차피 비트코인은 매출의 극히 일부였다"며 "오래 묻어둔다는 생각으로 계속 보유 중"이라고 했다.

비트코인 '미친 변동성', 테슬라는 대안 있나
2009년 비트코인이 탄생한 이후 일상에서 쓸 수 있는 화폐로 도입하려는 수많은 실험이 국내외에서 이어졌다. 대표적 사례가 '피자데이(Pizza Day)'다. 2010년 5월 18일 한 이용자가 비트코인이 실제 사용 가능한지 알아보려고 인터넷 게시판에 거래를 제안했고, 나흘 뒤 1만BTC와 피자 두 판을 교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것은 비트코인을 활용한 최초의 실물 거래로 알려져 있다. 암호화폐업계는 매년 5월 22일을 피자데이로 부르며 기념하고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대다수 상점에서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다. 그러자 업계는 희소성이라는 특징을 앞세워 '디지털 화폐' 대신 '디지털 금(金)'으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어지고 있는 강세장은 '교환의 매개'가 아닌 '가치저장의 수단'이라는 새 콘셉트가 투자자들에게 먹혀든 결과다.

이런 와중에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비트코인으로 차를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면서 철 지난 화폐 논쟁에 다시 불을 붙였다. 가격 급등락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여서 전문가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암호화폐 소프트웨어업체 토큰소프트의 메이슨 보다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차를 살 때 비트코인 결제를 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보다는 2016년 비트코인 결제 중개업체를 통해 테슬라 '모델3'를 구매했다. 당시 400달러이던 비트코인 가격은 요즘 5만달러다. 그는 "결제 후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한다면, 비트코인으로 물건을 구매했다는 신기함은 금방 사라질 수 있다"고 했다.



로이터통신은 "보다가 당시 13만달러어치의 비트코인으로 전기차를 구매했지만, 비트코인을 그대로 뒀다면 현재 가치는 1400만달러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테슬라가 제3의 중개업체를 통해 소비자의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하거나, 자체 결제망을 직접 개발하는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테슬라가 차값으로 받은 비트코인을 현금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본다. 가격이 계속 오르길 기대하며 투자자산으로 묻어둘 수 있다는 얘기다.

임현우/오현아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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