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가르칠 선생님이 없다…정부 "예체능 교사도 수업 투입하라"

입력 2021-02-28 17:32   수정 2021-03-01 00:52


인공지능(AI) 교육을 둘러싼 일선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교육부의 AI 교육 확대안을 기초로 최근 서울교육청이 AI 교육 담당 교사 수급 방안을 구체화한 것이 혼란 사태에 불을 붙였다. 예체능 과목 등 일반과목 교사들까지 교사 양성 대상에 올린 것이 시발점이 됐다. ‘융합교육’의 명분에는 공감하면서도 실효성에 대해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서울교육청의 ‘AI기반 융합 혁신미래교육 중장기 발전 계획’에 따르면 교육부와 서울교육청은 올해 200명의 정교사를 교육대학원 ‘AI 융합과정’에 진학시키고 학비의 50%를 지원한다. 교과군 대상은 수리과학·인문사회·예술·체육 등이다. 교육부는 이 같은 모델을 전국 각 지자체로 전파해 2025년까지 매년 1000명의 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서울교육청은 이와 별도로 이달부터 200명가량의 ‘AI 선도교사단’도 운영하기로 했다. 이들 역시 교과목 제한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교사 3~4곳 겸직은 ‘기본’
교육부가 예체능 교사까지 AI 교육에 투입하겠다고 나선 배경에는 고질적 문제인 ‘컴퓨터 선생님’ 부족 현상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AI산업의 급부상으로 사회적 관심과 교사 수요는 늘고 있지만 당장 공급이 뒷받침되고 있지 않아서다. 2018년 1351곳에 불과했던 중등 정보과목 개설 학교 수는 지난해 3212곳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교사 공급이다. 정보교과목이 3년간 34시간으로 필수화된 중학교는 수업 수요가 늘어도 전담 교사를 정식 채용하기 힘들다. 의무 교육 시간이 일반 교과목 수준으로 늘지 않는 한 1명을 정식 충원하기엔 비용 부담이 커서다. 그러다 보니 여러 학교가 1명의 교사를 ‘돌려쓰기’ 방식으로 해소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의무수업시간’ 규정이 채용을 오히려 막는 장벽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임용 첫해 인근 중학교 세 곳을 한번에 담당했다는 서울 지역 정보교사 A씨(29)는 “3~4개 학교는 물론 6~7개 학교를 순회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68시간의 선택과목으로 지정된 고등학교의 경우엔 수업 수요가 충분해도 뽑을 사람 자체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다.

일선 학교가 미리 정보교사를 충원해두지 못한 문제도 크다. 2015년 소프트웨어(SW) 교육 의무화 조치와 지난해 교육부의 AI 교육 확대안 발표까지, 정보교사의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커져왔다. 하지만 2012년과 2013년, 2015년에는 정보교사 채용이 0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2017년부터 제주에서 교편을 잡은 B씨(29)는 “바로 위 정보교사 선임자와 연차가 13년 차”라며 “정부 정책과 일선 현장의 괴리가 커도 너무 크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학생이 저보다 더 잘해요”
교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과목 교사를 컴퓨터교육에 투입하는 ‘융합 시범 교육’에 나선 학교도 상당수다. 하지만 컴퓨터 비전공자 교사 중에선 벌써부터 심화교육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이들이 상당수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예체능 담당 교사는 “드론과 인공지능을 접목해 영화 촬영 기법을 가르치는 시범 교육을 했는데, 상당수 학생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등 나보다 더 잘하는 것 같아 놀랐다”며 “담당 교사들이 정보교사 못지않게 많은 준비를 하려고 노력하지만, 아무래도 피상적인 내용을 가르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수학, 물리, 과학 등 컴퓨터와 연관도가 큰 교사들이 교육대학원 ‘AI 융합교육’과 같은 재교육 과정에 진입하는 일도 쉽지 않다. 기본적인 수업시간이 많을뿐더러, 각종 행사와 영재교육 등 시·도별 프로그램에 시달려 여력이 없다는 것이 공통된 목소리다. 서울의 한 생물 교사는 “1학년 대상 공통과학 내용도 전공 이외 분야는 부족함을 느끼는데, ‘AI 융합교육’을 다시 받는다고 해서 얼마나 전문적인 교육이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담당 업무도 많은 데다 완전한 유관 분야도 아니라고 생각해 흥미가 적다”고 말했다.

당장 올해 1학기부터 수업을 시작하는 교육대학원의 AI 융합교육 담당 교수도 태부족이다. 한 교육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고육지책으로 교사를 양성한다는 취지엔 공감하지만 그 취지에 맞춰 수업을 제대로 할 교수가 얼마나 확보됐는지는 냉정히 되짚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진형 KAIST 명예교수는 “AI는 기본부터 체계적으로 배워야 빠르게 변하는 기술 트렌드를 따라가거나 응용할 수 있다”며 “전공자 중심의 교사 양성이 우선돼야 교육의 내실화도 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시은/김남영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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