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유통 맞수'…이젠 '야구 맞짱'

입력 2021-03-01 17:48   수정 2021-03-09 18:32

“싸우지 말라. 그러나 절대 지지도 말라.”

국내 유통명가(名家) 롯데와 신세계그룹이 1979년 롯데쇼핑 창립 이래 42년간 팽팽하게 경쟁해오며 목숨처럼 강조해온 원칙이다. 여기엔 월마트, 까르푸 등 글로벌 유통 골리앗들의 침공을 함께 막아냈다는 긍지와 함께 영원한 ‘맞수’라는 경쟁심이 담겨 있다.

두 그룹의 자존심 대결이 다음달 3일 기존과 완전히 다른 형태로 펼쳐진다. 백화점, 마트, 편의점, 온라인쇼핑 등 유통채널이 아니라 야구장(2021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맞붙게 된 것이다. 이번 개막전은 42년 유통 맞수의 대결이라는 점 외에 거포 메이저리거(신세계팀 추신수)와 국내 최고 강타자(롯데 자이언츠 이대호 선수) 간 대결이 성사됐다는 점에서도 흥미를 끌고 있다. 추신수와 이대호는 같은 초등학교를 나온 30년 절친이다.
신세계의 ‘인천탈환작전’
신세계그룹이 인천에 연고를 둔 프로야구단을 인수한 것은 ‘우연 반, 의도 반’이라는 게 유통업계의 정설이다. 신세계는 계열 온라인 플랫폼인 ‘SSG닷컴’ 강화를 위한 마케팅 차원에서 SK그룹 외 다른 여러 구단과 협상을 벌였다. 그러다 인천에 연고지를 둔 SK 와이번스를 선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세계는 인천터미널점을 롯데에 빼앗긴 수모를 잊지 않고 있을 것”이라며 “인천 송도, 청라 등 서부 수도권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 깔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7년부터 인천터미널에서 백화점을 운영하던 신세계는 2018년 쫓겨나듯 인천을 떠나야 했다. 롯데그룹이 2012년 9월 인천시로부터 터미널 부지와 건물을 9000억원에 매입하면서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2019년 1월 현장 경영 장소로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을 택했을 정도로 인천에서 신세계를 벼랑으로 몰아붙였다.

신세계그룹이 SK 와이번스 인수를 계기로 청라에 돔구장을 건설하고, 인천대입구역 인근 유휴 부지에 백화점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선 데는 인천 탈환의 의미가 있다.
치고받기 42년 롯데-신세계
롯데와 신세계의 한 치 양보 없는 라이벌전(戰)은 ‘이명희 vs 신영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화여대 동문으로 같은 해(1965년) 졸업한 두 여성 기업인은 수십 년간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유통 사업을 먼저 시작한 것은 신세계였다. 이병철 삼성 창업자는 1963년 국내 첫 백화점인 서울 동화백화점을 명동 신세계 본점으로 바꿔 유통업에 진출했다. 삼성의 독주체제는 롯데가 1979년 서울 을지로에 롯데쇼핑센터(현 롯데백화점 본점)를 지으며 깨졌다. 대학 동문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과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이 유통업계에 발을 디딘 것도 바로 이때다.

전업주부였던 이 회장은 “백화점을 운영해보라”는 부친(이병철 회장)의 설득으로 1979년 신세계에 들어갔다. 신 이사장도 그해 신격호 롯데 창업자의 롯데쇼핑센터 설립 구상에 참여해 이듬해 영업이사로 롯데쇼핑에 입사했다.

삼성의 독주를 막은 롯데는 1990년대 초까지 우세를 이어갔다. 신세계는 신격호 회장의 ‘부동산 선구안’을 당해내지 못했다. 을지로 본점에 이어 1988년 선보인 잠실 2호점은 ‘롯데 타운’의 위력을 지금까지도 유지하고 있다.
롯데의 반격카드 주목
이 회장은 구학서 신세계그룹 대표와 1993년 국내 첫 대형마트인 이마트를 선보이며 신격호·신영자 부녀의 공세로 기울어진 전세를 뒤집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매출 기준 백화점 부문은 롯데가 2조6550억원으로 신세계(1조4598억원)를 앞서 있다. 그러나 마트 부문은 이마트 매출이 14조2138억원으로 롯데마트(6조390억원)의 두 배를 넘는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2006년 이마트 부문을 총괄하기 시작한 이래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며 마트 부문에서 우세를 강화하고 있다.

관전 포인트는 롯데의 반격이다. 업계는 신동빈 회장의 ‘반격’이 조만간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SSG닷컴 포함)뿐 아니라 쿠팡, 네이버쇼핑 등 디지털 유통 강자와의 일전을 위해 과감한 인수합병(M&A)을 시도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세계는 해보고 안 되면 빨리 접는 기업 문화를 갖고 있는 데 비해 롯데는 한번 시작한 것은 끝까지 밀어붙이는 전통이 있다”고 일전을 예고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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