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자동차기업 위협하는 기름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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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3-02 07:40   수정 2021-03-02 10:28

[하이빔]자동차기업 위협하는 기름 회사


 -정유사, 전기차 제조업 적극 진출
 -주유소를 충전 인프라로 전환


 일본에서 두 번째로 큰 정유기업 '이데미츠 코산'이 전기차 제조에 뛰어들었다. 우리에겐 OLED 원천 기술 보유 기업으로 잘 알려진 이데미츠 코산이 전기차에 뛰어든 배경은 수송 부문의 에너지 사용이 점차 전력으로 대체될 수밖에 없어서다. 저물어가는 화석연료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정유사가 직접 전기차 제조에 나서 ‘에너지-이동수단’의 가치 사슬을 완성하겠다는 포부다. 국내로 비유하면 SK에너지가 전기차 제조에 뛰어든 것이나 다름이 없다. 


 흥미로운 것은 전기차 제조에 공동 참여하는 파트너다. 이들은 협력 기업으로 기존 완성차기업이 아닌 소규모 레이싱카 제조업체 '타지마 모터'를 선정하고 우리 돈 1,000만원 내외의 저가 전기차를 내놓기로 했다. 그리고 저가라는 장점을 활용해 이용료가 저렴한 공유 서비스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는 일본 내에서 비자동차업체가 전기차 시장에 진출하는 최초의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양 사가 만들 저가 전기차는 길이 2.5m, 너비 1.3m의 초소형 4인승 소형 전기차로 최고 시속은 60㎞에 불과하다. 한 마디로 경차 수준의 전기차인데 이데미츠코산은 축적된 석유 화학 분야 기술을 통해 가벼운 고성능 플라스틱 차체를 제공한다. 1회 충전 후 주행거리는 100㎞ 정도로 고령화 사회인 일본 내 초보 및 노인 운전자의 이동수단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이데미츠코산은 해당 전기차의 판매 거점으로 일본 내 6,400곳의 주유소를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한 마디로 주유소에서 전기차를 판매하고 서비스를 받는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다.  


 물론 정유기업의 전기차 제조 흐름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정유기업 BP가 시작했다. BP가 인수한 전기차 제조기업 라이트닝시스템은 지난 2019년부터 세계 최대 온라인기업 아마존에 셀 교환식 배터리팩을 탑재한 물류용 전기차를 제공해왔다. 자동차회사가 배터리팩과 차체의 일체형 전기차를 만들 때 아마존은 셀 교환 방식으로 내구 연한을 최대한 늘려 물류에 활용하는 식이다. 


 나아가 정유기업의 위기의식은 세계 최대 정유사인 사우디 아람코의 생각도 바꾸고 있다. 올해 양산을 앞둔 미국 전기차 기업 루시드모터스의 최대 투자자는 사우디 국부펀드인데 여기에 이미 아람코의 지분이 담겨 있다. 외형적으로는 국부펀드지만 실질적으로는 아람코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셈이다. 


 이런 흐름에 비춰 전통적 개념에서 화석에너지를 제공했던 정유기업과 이들 에너지를 기반으로 자동차를 만들어 판매했던 완성차기업의 관계는 점차 새로운 설정이 요구되고 있다. 지금까지 완성차기업이 화석연료 중심의 정유사업에 진출하기는 어려워도 화석연료를 탈피하려는 정유사의 전기차 진출은 향후 봇물처럼 거세질 수밖에 없어서다. 이 경우 정유기업은 발전 사업에서 만든 전력의 새로운 사용처로 자신들이 직접 만든 전기차를 삼게 된다. 


 반면 자동차기업 또한 에너지산업 진출은 예정된 수순이다. 이유는 ‘내연기관’이라는 진입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어서다. 그간 화석연료 기반의 ‘내연기관’은 자동차의 핵심 장치로 불리며 다른 산업의 진입 자체를 방어하는 역할이었지만 전동화는 '누구나 전기차'를 허용하는 것이어서 자동차 시장의 새로운 격전이 펼쳐지기 마련이고 이를 대비한 전략이 '수소사회'다. 단순히 수소를 통해 전력을 만드는 과정으로 보이지만 이면에는 화석연료 기반의 내연기관 진입 장벽을 수소로 다시 세워 다른 산업의 이동 수단 시장 진출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100% 전동화로 가되 여기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수소로 삼으면 이동 수단 시장은 최대한 지키되 동시에 정유사가 쥐고 있던 에너지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해외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국내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국내 정유사 또한 이동 수단의 전동화 흐름을 보며 가만히 앉아서 에너지 주도권을 내줄리 만무하다. 굳이 예측을 해보자면 에쓰오일은 아람코를 등에 업고 루시드모터스의 첫 번째 전기차 '루시드 에어'를 가져와 판매하고, SK는 이미 SK이노베이션이 중국에서 투자한 배터리 교체 기업을 통해 탈착식 전기차를 들여와 판매할 수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기업 간 관계에 따른 예상일 뿐이지만 글로벌 흐름에 비춰볼 때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뜻이다. 오랜 시간 정유사와 자동차회사의 공생 관계가 전동화를 계기로 경쟁에 들어서는 단계이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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