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간 집중 매입…보상 더 받으려 나무 심고, 지분 쪼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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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3-02 17:38   수정 2021-03-03 01:20

1년여간 집중 매입…보상 더 받으려 나무 심고, 지분 쪼개기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이 신도시 부지를 투기성으로 사전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신도시 개발 정책 관리에 대한 부실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신도시 전체를 확대 조사하면 적발 사례가 훨씬 늘어날 것이란 주장도 나왔다. 부동산 대책에 대한 국민 불신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는 2일 기자회견에서 “신도시 토지를 매입한 LH 직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투기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두 단체가 토지대장을 분석한 결과, 수도권 LH 직원 14명과 이들의 배우자·가족이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경기 광명·시흥지구 예정지 내 땅을 나눠 매입했다. 이들이 사들인 토지는 지구 내 시흥시 과림동·무지내동 일원 토지 10필지 2만3028㎡다. 매입 금액은 100억원대로 추정된다. 매입 자금 중 금융회사로부터 받은 대출액은 약 58억원으로 추정되며 특정 금융사에 대출이 몰려 있었다.

투기 의혹을 받는 직원 상당수는 LH에서 보상 업무를 담당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매입한 토지는 신도시 지정 지역을 중심으로 분포해 있는 농지로 파악됐다. 개발에 들어가면 수용 보상금이나 대토보상(현금 대신 토지로 보상하는 제도)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고 두 단체는 설명했다.

특히 일부 필지는 사자마자 ‘쪼개기’가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민변 측은 “보상 방식을 알고 행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LH 내부 보상 규정을 보면 1000㎡를 가진 지분권자는 대토보상 기준에 들어간다”며 “실제로 임직원들이 사들인 농지에서 신도시 대상으로 발표되자마자 대대적인 나무 심기가 벌어진 정황도 포착됐다”고 덧붙였다.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위원은 “농지를 매입하려면 영농계획서를 내야 하는데 LH 직원이 일을 하면서 농사를 병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허위·과장 계획서를 제출한 투기 목적의 매입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두 단체는 이번 사건으로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은 “공공주택사업에 대해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는 LH 직원들이 신도시 예정지에 대한 토지 투기를 해왔다는 게 확인돼 매우 실망했다”며 “이런 행태가 반복된다면 국민의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직원들이 토지를 집단 매입한 시기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LH 사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와 겹친다. 국토부 조사의 신뢰성과 함께 변 장관 책임론 등 논란이 예상된다.

서성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이번 감사청구를 통해 3기 신도시 전체에서 국토부 공무원 및 LH 직원들이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 취득일자, 취득경위 등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국토교통부에 “해당 지역에 대한 사실관계를 신속히 조사하고, 필요하다면 수사 의뢰 등 철저한 조치를 취하라”며 “다른 택지개발 지역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확인하고, 토지·주택 정보 취급 공직자들이 이익충돌 등 공직자 윤리 규정을 위반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정부가 공기업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방치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태근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자본시장에서 내부자의 미공개 정보 이용 행위는 중대범죄로 다뤄지지만 현행 부동산 법에는 엄벌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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