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시장조성자 제도 위축을 우려한다

입력 2021-03-02 17:47   수정 2021-03-03 00:07

증권시장에서 시장조성(market making)은 투자자에게 거래편의를 제공하고 거래량·빈도를 증가시켜 주가가 적정가 근처에서 결정되도록 돕는 제도다. 주가의 변동성을 줄여주는 장점도 있다. 그래서 뉴욕증권거래소 등 각국의 거래소는 오래전부터 이 제도를 도입해왔다. 그런데 기획재정부 중심으로 시장조성자에 대한 규제 논의가 한창이다. 제도 ‘남용’을 막기 위해 시장조성자의 공매도에 대해 업틱룰(uptick rule)을 적용하고, 거래세 면제 혜택을 폐지하는 게 핵심이다. 이런 규제는 제도 자체를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

업틱룰이란 주식을 공매도할 때 매도호가를 직전 체결가 이상으로 제시토록 제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A 주식에 대해 1만~1만500원에 최우선 매수·매도 호가(BBO: best bid offer)가 나와 있고, 직전 체결가가 1만500원이었다고 가정하자. 업틱룰에 의하면 공매도 주문은 1만500원 이상에서만 낼 수 있다. 당연히 매수호가보다 매도호가인 1만500원 쪽으로 주문이 더 많이 쌓이게 된다. 이 지정가 주문들은 시장가 주문이 매치돼 해소될 때까지 ‘대기해야’ 한다. 당연히 체결되지 못한 매수주문이 쌓이는 매수주문 불균형이 생긴다. 미국에서 2009년 업틱룰을 폐지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추후 변형된 형태로 되살리긴 했다).

시장조성자의 핵심 역할은 거래 상대방의 주문을 체결시켜주는 것이다. 하지만 업틱룰을 ‘시장조성자’에게 강제하면 마냥 기다려야 하는 일이 생긴다. 만약 시장조성자가 공매도 주문을 1만300원에 낼 수 있다면(업틱룰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BBO는 1만~1만300원으로 바뀌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이전에 1만500원이 비싸 망설이던 매수자들이 기꺼이 매수주문을 낼 것이다. 그러나 업틱룰이 적용되면 시장조성자는 공매도 주문을 1만500원 이상에서 낼 수밖에 없다. 이 주문은 누군가가 이를 매치할 때까지 오래 대기해야만 한다. 이렇게 시장조성이 방해를 받으면, 더 비싼 가격에 주식을 사야 하는 건 투자자들이다.

또 다른 규제는 시장조성 거래에 대한 면세 혜택 철폐다. 이는 시장조성 행위 자체가 위축될 위험이 있다. 시장조성자는 늘어난 과세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호가 스프레드를 더 ‘넓혀’ 조성할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 입장에선 거래비용이나 마찬가지인 스프레드가 커지면 당연히 거래도 줄게 된다.

기재부 안에 따르면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의 대형주에 대한 시장조성의 경우 거래세 면제가 폐지된다. 유가증권시장 200개, 코스닥 50개 종목 정도가 해당된다. 유동성이 높은 대형주의 경우 시장조성이 필요 없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시장조성의 필요성을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본 것이다. 매수와 매도 한쪽 방향으로 주문이 ‘쏠리는’ 경우, 반대쪽에서 거래를 받아줘 쏠림을 억제하는 것 역시 시장조성의 중요한 기능이다. 쏠림은 대형주나 중소형주 모두에서 나타날 수 있다. 증시가 과열된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대형주에도 시장조성이 필요한 이유다.

또 시장조성 거래에 세금을 매기는 이유가 세수 증대 때문은 아닐 것으로 믿는다. 이는 시장조성 효과로 거래가 증가해 늘어나는 세수를 무시하는 일이 될 테니 말이다. 2018년 기재부는 시장조성자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조세특례 일몰을 연장(거래세 면제 연장)했었다.

시장조성 거래에 면세혜택을 주는 건 그것이 투자자에게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국, 프랑스 등 많은 나라가 시장조성 거래에 대해 거래세를 면제하고 있다. 미국, 독일 등은 거래세 자체가 없다. 시장조성자 제도를 왜 규제하려는지 알 수 없다. 굳이 더 많은 거래비용을 내면서 더 비싼 주가에 사고, 더 싼값에 팔게 해 달라고 조르는 투자자라도 있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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