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건강은 모두의 관심사다. 인간의 정체성에 관여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뇌에 생기는 병은 자못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뇌염·뇌막염은 발병 원인, 위치, 염증 정도에 따라 두통, 발열, 오한, 구토, 의식 상실, 혼미, 시력 저하, 경련, 발작 등의 신경학적 증상을 유발한다. 혈관 염증으로 인해 뇌 허혈이나 뇌출혈이 발생해 뇌졸중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신속한 항바이러스 치료로 환자의 사망을 막을 수 있지만, 다양한 신경학적 장애 및 경련성 발작 등의 후유증이 남기도 한다. 헤르페스성 바이러스 뇌염의 경우 초기에 아시클로버를 투여하면 생존율을 90% 이상으로 높일 수 있다. 그러나 환자에 따라 만성적 기억 장애를 포함해 치매와 간질, 실어증 등의 후유증을 보인다.최근 전 지구를 공포로 몰아넣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뇌와의 관련성이 주목받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코로나19가 뇌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증거가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코로나바이러스)는 광견병바이러스나 뇌염바이러스처럼 뇌 조직을 직접 침범하는가?
코로나19와 뇌의 연관성은 중국 우한의 환자 3분의 1 이상이 의식 불명, 경련 발작, 감각 기능 저하 등의 신경과적 증상을 보인다는 보고에서 처음 드러났다. 이뿐만 아니다. 코로나19에서 회복한 사람이 감염 전의 일상적 생활을 하기 힘들어졌다거나, 뇌의 노화 및 인지능력 감퇴로 IQ가 8.5 정도 떨어졌다는 보고도 있다. 코로나19 감염으로 나타나는 뇌 증상은 크게 두 분류로 나뉜다. 첫째는 중환자에서 급성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섬망, 뇌졸중, 말초신경장애, 뇌염 등이 이에 해당한다. 둘째는 코로나19를 경미하게 앓고 난 뒤에 만성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다. 두통, 피로, 손저림 등 감각 장애, 인지 장애, 간질 발작 등이 생길 수 있다. 모두 뇌 기능의 장애다. 코로나19의 뇌 침범 가능성이 의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치매의 원인은 아직도 분명하지 않지만 뇌세포 사멸이 치매 증상을 일으킨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뇌에 발생한 염증이 치매의 중요 원인이라는 설명이 점점 설득력을 얻어 가고 있다. 뇌에 침범하는 이들 바이러스가 해당 뇌 질환의 발생에 기여하지 않았을까 의심해보게 하는 발견이다. 마이크로 뇌졸중이 쌓여서 뇌 전체 기능을 무너뜨리는 셈이다. 장수하는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가 건강한 치아라고 한다. 잇몸 염증을 일으키는 세균이 뇌, 심장을 비롯한 여러 장기에 염증을 일으킨다는 의미다. 따라서 염증질환의 철저한 관리가 건강한 뇌와 장수에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흔히 ‘감기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는데, 이 말을 허투루 들을 수 없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신희섭 < 前 기초과학연구원 연구단장, UST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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