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숙 마음산책 대표 "저자-독자 잇는 '에디터십'이 출판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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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03-03 17:45   수정 2021-03-03 23:45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 "저자-독자 잇는 '에디터십'이 출판의 역할"


“출판사의 존재 이유는 바로 ‘에디터십(editorship)입니다. 저자가 준 재료를 독자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읽어보라고 제안하는 게 출판사의 역할이니까요. 편집자들은 항상 이 에디터십을 스스로 찾아내 독자와 저자 사이에서 그 역할을 분명히 해야 돼요.”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59)는 인터뷰 내내 에디터십을 거듭 강조했다. 에디터십이란 편집자 정신 또는 편집자의 기획력이다. 그는 “에디터십을 최대한 살린 책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마음산책의 정체성이자 모든 출판사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를 서울 서교동 마음산책에서 만났다.

정 대표는 1992년 작가세계를 통해 등단한 시인이다. 문학적 언어와 예술적 사고를 더욱 쉽게 향유할 수 있는 새로운 문학예술 책을 펴내겠다는 생각으로 2000년 8월 출판사를 차렸다. 소설과 시집, 에세이를 중심으로 영화, 미술, 음악 등 예술 관련 교양서를 주로 출간한다.

“당시에는 문학과지성사, 창비, 문학동네 등 이미 확실히 자리잡은 문학 출판사가 많았어요. 후발 주자로서 뭔가 새롭게 기획할 수 있는 분야를 찾고자 고민해 보니 자연스럽게 에세이가 보였죠. 작가들이 써온 에세이를 검토하고 편집하는 기존의 방식 대신 먼저 작가들에게 기획안을 제시하고 어떤 주제에 대해 글을 써달라고 요구했어요. 발상의 전환이었죠.”

그가 기획한 첫 책은 2000년 10월 출간한 김영하 작가의 에세이 《굴비 낚시》였다. 두 번째 책인 구효서 작가의 에세이 《인생은 지나간다》도 작품에 등장하는 사물 20개에 대해 짧은 산문 형식으로 써달라는 기획안에서 시작됐다. 정 대표는 당시 에세이로는 드물게 그림과 사진을 과감하게 곁들였다. 문학을 보고 예술을 읽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책이다. 글만 읽거나 그림만 보는 게 아니라 소장하고 싶은 책을 원하는 독자들의 취향을 읽어낸 그의 에디터십이었다. 그는 “편집자가 어떻게 기획하느냐에 따라 에세이의 맛이 달라진다”며 “독자들에게 문학의 외연을 넓혀주기 위한 기획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마음산책의 성가를 높인 대표작으로 정 대표는 2001년 출간한 김용택 시인의 《시가 내게로 왔다》를 꼽았다. 김 시인이 매일 읽은 시 가운데 인상 깊었던 50편을 묶어 만든 이 시집은 70만 부가 팔렸다. “시는 어렵다고 생각했던 독자들의 생각을 완전히 깬 시집이었어요. 시마다 옆에 있는 김 시인의 감상글을 보고 ‘시를 분석할 필요 없이 그냥 느끼고 즐기면 된다’고 생각하는 독자가 많아졌죠.”

김 시인 시집에서 정 대표는 또 다른 에디터십을 발견했다. ‘시리즈화’였다. 1, 2권을 낸 뒤 3권에선 난해한 것으로 알려진 미래파 시인들의 시집을, 4권에선 아동시를 냈다. 네 권의 책은 누적 판매량 100만 부를 넘기며 엔솔로지 시집 시대를 열었다. 이후 ‘짧은 소설’ 시리즈부터 박완서, 수전 손택, 보르헤스, 이해인 수녀 등 16권의 ‘말 시리즈’까지 상당수 책을 시리즈로 기획했다.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고 작가와 독자를 연결해주고 독자들과 호흡하는 책을 만들겠다는 게 정 대표의 생각이다. 한국출판인회의가 2019년 정 대표를 ‘올해의 출판인’으로, 책 전문 매체 채널예스가 지난해 마음산책을 ‘올해의 출판사’로 뽑은 이유다. 올해는 어떤 책을 펴내고 싶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사람들이 다른 사람과 연결되고 싶은 마음이 크고 타인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한다는 걸 느꼈어요. 다양한 삶을 통해 내가 가진 그늘이 다른 사람에게도 있다는 걸 일깨워주는 책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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